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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균형발전 강박' 버려야 제조업 산다…용인·파주에 새 기업도시를

이진우 , 송성훈 , 박준형 , 이덕주 , 오찬종 , 황순민 기자
입력 2020.06.30 17:53   수정 2020.06.3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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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도시 6곳 초라한 성적표

영암·해남 15년간 공정률 30%
무주·무안은 아예 사업취소

'균형발전' 중시 국토부가 담당
지정 당시도 땅투기 먼저 걱정
이제와서 "기업이 주도" 발뺌

기업 원하는 수도권 빗장 풀고
세제·교육 추가 인센티브 필요
◆ 바운스백 코리아 <2부> ⑪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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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착공에 들어간 태안기업도시가 아직까지도 낮은 공정률과 분양률로 황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호영 기자] 과거 노무현정부는 한국 제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대안으로 기업도시를 추진했다. 일본 도요타시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RTP)를 머릿속에 그렸다. 하지만 사람도, 돈도 가길 꺼리는 곳까지 기업도시로 선정하면서 일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정부가 '지역 균형발전' 모토를 내세웠기 때문이었다.

2005년 7월과 8월 이해찬 당시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기업도시위원회는 충주, 원주, 태안, 영암·해남, 무주, 무안까지 6곳을 기업도시로 선정했다. 15년이 지난 지금 성적표는 초라하다. 이 중 무주와 무안은 각각 2011년과 2013년에 아예 사업을 취소했다. 영암·해남지역은 사업이 진행 중이더라도 공정률이 기껏 30%도 안 된다. 태안도 공정률이 48% 수준이다. 수도권과 그나마 가까운 충주와 원주가 최근 들어 모습을 갖춰가고 있을 뿐이다.


실패한 이유는 명확하다. 기업도시는 정부가 아닌 기업이 입지 선정부터 개발계획 수립, 사업 시행, 사후관리까지 맡아야 하는데 그 원칙이 무너졌다.

기업도시의 법적 근거는 '기업도시개발 특별법'이다. 주무부처는 국토교통부다. 문제는 국토부의 첫 번째 미션이 '균형 있는 국토 발전'이라는 점이다. 애당초 기업도시 출발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산업 육성이 아닌 지역 균형발전에 초점을 둔 기업도시계획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심지어 당시 정부는 기업도시에 대한 부동산 투기를 걱정하기도 했다.

기업도시개발 특별법을 보면 국토부 장관이 개발구역을 지정할 때 고려해야 할 첫 사항으로 '낙후지역의 개발이나 지역경제 활성화 등 국가 균형발전에 이바지함으로써 공익성을 갖출 것'을 명시해놨다. 지금 되돌아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정부가 '기업도시'로 선포한다고 기업이 들어오고 도시가 완성되지는 않았다.


2005년 처음 기업도시를 선정한 이후 정부가 추가로 선정한 기업도시는 단 한 곳도 나오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익성이 떨어지다 보니 기업들 참여도가 낮은 것 같다"며 "추가적인 기업도시 지정은 사실상 힘들 전망이고, 기존에 설립했던 기업도시나마 잘 관리하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업도시는 (정부가 아닌) 기업이 주도적으로 잘 이끌어가는 게 맞는다"고 강조했다. 정부 차원의 추가 지원은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기업도시 주무부처를 국토부가 맡은 것부터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정책 미션 자체가 '균형 있는 국토 발전'인 국토부에서 도맡다 보면 부처 자체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매일경제가 최근 신설을 제안했던 대통령 직속의 제조업 컨트롤타워인 '제조업 혁신위원회(장관급 위원장)'에서 다루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위원회에 학계와 전문가뿐만 아니라 기업도시 수요자인 산업계 인사들까지 같이 참여해 산업 발전의 관점까지 고려하는 기업도시 정책을 새로 짜야 한다는 주문이다.

매일경제는 기업도시 입지만큼은 기업들 의견을 반영해 수도권이나 적어도 그 인근 지역에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 인재 확보 차원에서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위력은 첨단의료·바이오 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원주기업도시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다. 지지부진하던 기업 유치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것은 2016년부터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개통한 제2영동고속도로 덕에 서울을 오가는 시간이 30분 이상 단축됐다. 송파나 잠실은 1시간도 안 걸릴 정도다. 산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내 이미 도심이 정비된 곳들은 기업도시 지정이 어려운 만큼 새롭게 반도체 단지가 조성되는 용인이나 LCD단지가 있는 파주 인근에 설립하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고 밝혔다. 현재 국토부는 "지역 균형발전과 거점 육성이라는 기업도시 취지를 감안하면 수도권 내 기업도시 설립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업들에 대한 보다 파격적인 인센티브도 꼭 필요하다.


일본 도요타시(옛 고로모시)는 시의 명칭까지 바꿀 정도로 정책 지원이 파격적이었다. 입주 기업 세제 혜택은 물론 노사 분규 방지 전담부서를 설치했고, 전기요금을 할인해주려 일요일에 근무하는 도요타를 위해 시청 근무시간까지 여기에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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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각종 세제 혜택·자금 지원과 함께 기업들에 토지수용권(기업이 사업 지역 내 50% 이상 토지 확보 시 나머지 토지들도 사들일 수 있는 권한) 부여 등 당근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작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은 생각만큼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국내 기업도시 출자자 중 하나인 A사 관계자는 "기업도시 활성화를 위해 입주 기업 종사자들이 기업도시 내 주택 매입 시 취득세를 감면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사업용지 내 학교시설도 조기에 설치되도록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등 아쉬운 점이 많다"고 밝혔다. 다른 출자자인 B사 관계자도 "중소기업들의 투자 현실화를 위해 세제 혜택 부여 기준을 낮춰줄 것을 요청했지만 반응이 없어 어려움이 컸다"고 말했다.


특히 근로자 가족을 위해 꼭 필요한 학교 시설 등도 해당 지역 시교육청에서 일정 가구 이상 입주가 확정된 후 설립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결국 설립이 무산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 이종배 미래통합당 의원은 기업도시개발 특별법 일부 개정에 나섰다. 기업도시에 입주하는 국내외 연구기관, 국제기구, 종합병원 등 시설 건축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고 기업도시로 이주하는 직원 자녀들이 주소지와 관계없이 기업도시 내 초·중등학교에 전입학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법안을 뒤집어보면 이런 것도 현재 안 되고 있다는 얘기다.

[특별취재팀 = 이진우 산업부장 / 송성훈 부장 / 박준형 기자 / 이덕주 기자 / 오찬종 기자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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