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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제조업 전용 투자펀드' 하나 없는…허울뿐인 '제조강국'

이진우 , 송성훈 , 박준형 , 이덕주 , 오찬종 , 황순민 기자
입력 2020.06.30 17:53   수정 2020.06.3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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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강국 獨은 이미 석달전에
2.7조원 공공기금·펀드 조성

눈먼돈처럼 지원금 뿌리기보다
매칭펀드로 中企 지원 효율적
정부 70% 출자땐 민간도 합류

수년째 묶인 中企기준도 발목
시행령 바꾸면 중견기업 숨통
◆ 바운스백 코리아 <2부> ⑪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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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제조업체들의 생존전략이 더욱 처절해지고 있다. 예비로 준비했던 유동성 자금으로 버텨왔는데 그마저 바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숨통을 틔워줄 대안으로 최근 제조업 전용 펀드 조성안이 떠오르고 있다. 넘치는 유동성을 활용하면 충분히 효과적으로 대처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제조업 강국 독일은 지난 4월 발 빠르게 20억유로(약 2조7000억원)를 투자해 공공기금·펀드를 통해 벤처캐피털(VC)들이 스타트업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물론 한국도 다양한 펀드가 있지만 제조업을 겨냥한 전문 펀드는 아직 없다. 제조업 투자 여건이 좋지 않다는 평가 때문이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투자를 주로 하는 벤처캐피털마저 위기 때마다 그 투자 규모를 줄이기 때문에 정부 주도의 제조업 전문 투자 펀드 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문가들이 많이 거론하는 것이 '제조업 스타트업 전문 투자펀드'와 '제조업 전문 투자펀드'다. 현재 제조업에 특화된 펀드가 없다 보니 대부분 벤처캐피털과 사모펀드가 성장성이 높은 정보기술(IT)이나 게임 같은 기업에만 몰리고 있다. 실제로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정부 출자의 모태펀드 자금을 받은 벤처캐피털 운용 펀드들이 올해 1분기 투자한 곳은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업(28.5%)이 가장 많았고 바이오·의료(17.8%), 유통·서비스(16.4%) 순으로 제조업 이외 업종이 대부분이다.

A벤처캐피털 대표는 30일 "코로나19 이후 경기 불확실성으로 과거 VC들이 위기 이후에 그랬듯이 투자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정부가 제조업 전문 투자펀드를 조성해 중소·중견 제조업에 대한 투자를 앞당겨 숨통을 틔워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벤처캐피털 대표는 "주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인상, 화학물질관리법 등 수많은 규제로 제조기업의 수익성이 의심스러운 상황이라 벤처캐피털이 제조업체를 외면할 수밖에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때문에 일단 정부가 매칭펀드(민간 운용사가 일부 자금을 모으면 정부가 나머지를 출자) 형식으로 제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단 제조업은 투자자금이 쉽게 모이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70% 정도를 우선 출자해주면 해볼 만하다는 게 벤처캐피털 업계 분위기다. 정부 출자분을 후순위로 하면서 정책 목표에 부합하는 경우엔 민간 출자자나 운용사가 수익을 좀 더 가져갈 수 있게 하는 구조다.

지난해 정부 출자 모태펀드를 통해 기업에 투자한 규모는 총 3조615억원에 이른다. 이를 감안하면 신규로 조성할 제조업 전문 매칭펀드도 상당한 규모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C벤처캐피털 대표는 "조성된 펀드는 제조업 스타트업에 50% 이상 의무 투자하도록 해야 하고, 수익 발생 시 정부가 출자자로 받아갈 운용 성과 일부를 운용사에 추가로 준다면 운용사들 참여가 더 활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D사모펀드 대표는 "정부가 눈먼돈처럼 제조업 지원금을 뿌리는 것보다는 민간 출자자나 운용사의 제조업 선별능력까지 갖춘 펀드를 통한 지원에 나설 경우 실질적인 도움을 주면서 공익적 목표 달성도 효과적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제조업 스타트업과 기존 제조업체들에 대한 투자 성격은 다르기 때문에 각각 별도의 전문 투자펀드로 조성해야 제조업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조언이다.

이참에 중소기업 기준을 확대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사라져버린 각종 지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중견기업이 되면 지원이 배제되거나 신규 규제가 생기는 법령만 총 227건에 이른다. 시행령만 바꿔도 충분히 가능하다. 코로나19로 도산하는 제조업 최고경영자(CEO)의 부활을 위한 사회적인 지원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야 한다.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정부 주도의 '재창업사관학교'를 만들어 재창업 교육을 하면서 교육생을 평가해 선별 지원해야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특별취재팀 = 이진우 산업부장 / 송성훈 부장 / 박준형 기자 / 이덕주 기자 / 오찬종 기자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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