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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단독] 한국판 뉴딜펀드 띄운다는데…관제펀드 12개 운영 '엉망'

이희수 기자
입력 2020.09.16 17:36   수정 2020.09.1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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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 예결위 심사자료 전수조사

기재부 '혁신모험펀드'
결성후 1년6개월 지났지만
투자 집행률 20% 못미쳐

국토부 '글로벌PIS펀드'
민간자본 외면으로 차질

12개중 7개는 文정부 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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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가 한국판 뉴딜펀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주도로 운영 중인 이른바 '관제펀드' 실적이 대부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매일경제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 심사 자료를 전수조사한 결과, 관리 소홀을 이유로 시정 요구 대상에 오른 관제펀드는 총 12개에 달했다. 이 중 7개는 문재인정부가 야심 차게 띄운 펀드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예결위가 정부 주도로 운영 중인 관제펀드 운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기획재정부가 운영 중인 '혁신모험펀드', 국토교통부 '글로벌인프라벤처펀드' 등 12개 관제펀드가 개선 대상에 올랐다. 민간 자본에 외면받는 펀드, 어렵게 모은 자본을 제대로 투자하지 않고 쌓아둔 펀드, 투자금 회수율이 30%대로 실적이 무척 부진한 펀드 등 문제점이 상당했다고 밝혔다.

예결위는 먼저 정부가 발표한 관제펀드 중 민간 참여가 저조해 시작조차 하지 못한 사업이 수두룩하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4월 해외 플랜트·건설·스마트시티(PIS) 수출을 지원하는 3조원 규모 '글로벌PIS펀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국토부는 민간에서 9000억원을 모집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예결위가 분석한 결과 실제로 모집된 민간 자금 규모는 목표액 중 15% 수준인 1400억원에 불과했다. 민간 자본 참여가 불투명하다 보니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소벤처기업부 역시 중소·벤처기업을 돕는 중소기업 모태펀드를 두고 있다. 중기부는 해당 사업에 포함된 '스케일업펀드'를 빠르게 조성해야 한다며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으로 500억원을 확보했다. 하지만 해당 펀드는 지난해 민간 출자자를 모집하는 데 애먹어 올 4월에야 겨우 펀드를 결성할 수 있었다. 교육부 '대학창업펀드' 역시 민간 투자 비중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대학 내 창업기업을 위해 만들어진 해당 펀드의 정부 출자 비율은 2018년 58%에서 2019년 73%까지 치솟았다.

공기업이 참여하지 않아 펀드 약정 총액이 절반 가까이 축소된 펀드도 있었다.


국토부 글로벌인프라벤처펀드는 투자계획서가 변경되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 참여가 불발됐다. 예결위에 따르면 이로 인해 펀드 약정 총액은 850억원에서 425억원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예결위 소속인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에 "정부가 사업성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의욕만 앞서 관제펀드를 만들다 보니 시장이 따라오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결위에서는 어렵게 자금을 모아놓고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는 펀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기재부가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돕겠다며 2017년 11월에 내세운 혁신모험펀드가 대표적이다. 관련 펀드 2개가 2018년 결성됐지만 1년6개월이 지난 뒤에도 투자 집행률이 20%에 미치지 못했다. 작년에 추가 결성된 5개 펀드도 올 7월 기준으로 투자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환경부 '미래환경산업투자펀드' '미세먼지특화펀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4월 결성된 미래환경산업 2호 펀드는 약정 총액이 220억원이었지만 실제로 투자된 금액은 10억원에 불과해 투자 실적이 4.5%에 그쳤다.


해당 펀드를 통해선 기업 한 곳만이 투자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결성된 미세먼지 4호 펀드는 올 5월까지 투자 실적이 아예 없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진행하는 '디지털콘텐츠코리아펀드'는 출자됐지만 투자되지 않는 대기 자금만 12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스포츠산업펀드'는 자펀드 결성이 늦어지고 있어 스포츠산업에 대한 투자가 지체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펀드 투자액 대비 회수율이 낮은 펀드도 눈에 띄었다. 해양수산부가 운영 중인 '수산모태펀드' 산하 유니수산식품투자조합 1호 펀드는 투자액이 61억원이었지만 회수액은 18억4000만원으로 회수율이 30.1%에 그쳤다. 엘앤에스농수산식품투자조합 펀드 역시 투자액이 153억4000만원이었지만 91억8000만원만을 회수했다.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펀드는 중복 업체에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예결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존에 있는 관제펀드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면서 무슨 한국판 뉴딜펀드냐"고 비판했다. 조해진 의원은 "애초에 정부가 관제펀드를 많이 운영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사업 관리가 부실해 혈세가 제대로 쓰이지 않는 사례가 많다"고 꼬집었다. 또 그는 "그린뉴딜펀드도 관제펀드란 측면에서 그간의 펀드 문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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