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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신용대출 과열아닌데…'영끌'에 놀라 섣불리 조였다

이승훈 기자
입력 2020.10.16 17:15   수정 2020.10.17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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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대출규제 도마에

통화량대비 신용대출 비중
2018년말과 비슷한 수준
기업대출과도 큰 차이 안나

한도 큰폭 줄고 금리 올라가고
돈줄마른 서민·소상공인 골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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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용대출 급증세에 경고를 보내며 대출 옥죄기에 나섰던 금융감독당국과 은행들이 시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성급한 정책을 폈다는 지적이 금융 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됐다. 신용대출은 총량 문제가 아닌 일부에 치우친 점이 문제였는데 대출 총량을 규제하면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계와 소상공인 부담을 키웠다는 평가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감독당국이 잇따라 내놓은 신용대출 과열 자제 메시지와 정책 등으로 인해 은행 신용대출 한도는 줄어들고 금리는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마다 이벤트성 우대금리를 없애고 실제로 금리도 높이면서 금리 부담이 기존보다 0.5%포인트까지 늘어난 곳도 나왔다. 여기에 대출 한도도 대폭 축소했다. 고소득 전문직 대출은 절반, 일반 신용대출도 3분의 1가량 한도를 줄인 곳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매일경제가 금융 전문가들에게 문의한 결과 최근 자금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을 때 신용대출 증가세를 꼭 과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용대출 과열 여부와 관련된 대표적 지표인 광의통화(M2) 대비 신용대출 비율은 2018년 말 7.1%, 지난해 말 7.2%, 올해 7월 7.3%를 유지하며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넓은 의미의 통화량 지표인 M2에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이상 M1) 외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등 단기 금융상품이 포함된다. M2 대비 신용대출 비율에 변화가 없다는 것은 시중에 공급된 유동성만큼 신용대출이 증가했다는 얘기다. 즉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기 때문에 이에 따른 대출 증가를 과열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다른 대출지표와 비교분석했을 때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신용대출뿐만 아니라 기업대출 또한 비슷한 비율로 증가했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대비 올해 8월 은행 기업대출 증가율은 10.6%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금융감독원의 금융권 가계신용대출 증가율도 10.6%로 동일했다.


신용대출만 유독 늘었다면 문제로 볼 수 있지만 기업대출 또한 증가한 것은 신용대출 증가세가 과도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의미다.

이런 상황인데도 금융감독당국은 지난달 수차례 메시지와 창구 지도 등을 통해 신용대출을 틀어막았다. 금융위원회는 부위원장이 주재하는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를 통해 여러 차례 과열 자제를 당부했고, 금감원은 은행 담당 부행장보가 시중은행 임원을 호출해 신용대출을 줄이는 방안을 제출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업계가 금융위·금감원이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흐르는 것을 너무 의식해 신용대출 조이기를 성급하게 실행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올해 은행권에서 신용대출 신청 시 대출용도로 '생계자금'을 적은 비중이 50%에 달한다. 반면 부동산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5%에 불과하다. 결국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가계와 소상공인 상당수가 생활비 용도로 신용대출을 이용했는데, 한도를 줄이고 금리를 높임으로써 이들 부담만 늘어나게 됐다는 얘기다.


은행 신용대출이 어렵게 되면 소상공인 등은 카드사나 캐피털,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을 이용해야 한다. 은행 신용대출 금리가 연 2~3% 수준인 반면 제2금융권 금리는 연평균 14%대 이상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 카드사 7곳의 8월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이용액은 3조9066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11.7% 증가했다. 생활자금 용도로 주로 사용되는 카드론은 경기 불황 요인에다 은행 신용대출 문턱이 높아진 요인도 있어 지난달 더 늘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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