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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단독] 러시아 헬기부품 '바가지'에…혈세 줄줄 샌다

문재용 기자
입력 2020.10.18 17:08   수정 2020.10.2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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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90년 韓서 빌린 15억弗
경제난에 헬기 등으로 갚았는데
정비 비용으로만 年100억 폭리

같은 기종 사용하는 민간업체들
제3국서 부품 구입해 가격 낮춰
정부, 조달제도에 묶여 '불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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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러시아에서 들여와 산림청 등지에서 사용하는 헬기 정비에 시가보다 두 배가량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세금 100억원가량이 러시아산 헬기 정비 등에 낭비되고 있는 셈이다. 러시아 정부가 과거 빌려간 돈을 한국 정부에 갚지 않고 자국 헬기 제공으로 대체했는데 그 후 되레 독점 구조를 악용해 터무니없이 높은 정비 비용을 챙겨간 탓이다.

똑같은 기종을 사용하는 민간업체는 러시아 정부가 유독 한국에서만 비싼 값을 부르는 것을 알아채고 오래전부터 제3국을 경유하거나 러시아 개별 부품업체를 직접 접촉하는 방식을 통해 비용을 절반으로 줄였다. 그러나 정부의 현행 조달사업 체계에서는 민간업체와 같은 방법을 사용할 수 없어 국민 혈세만 속수무책으로 낭비되고 있는 상황이다.


18일 매일경제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산림청은 최근 5년(2016~2020년)간 산불진화 헬기 40대에 대한 정비 예산으로 평균 276억5200만원을 편성했다. 이 중 러시아 헬기 제조업체인 카모프사에서 부품을 들여오고 정비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연간 170억~200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정부와 같은 기종의 헬기를 운용하는 민간업체들은 똑같은 부품을 절반 값에 들여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한 민간업체가 2019년 '헬기 메인 엔진 오버홀' 2개를 구매한 가격은 39만5000달러(약 4억5000만원)로 개당 19만7500달러에 그친 반면 같은 해 정부가 입찰공고를 내고 조달한 동일 부품 가격은 28만8000달러에 달했다. 구매 부품 수가 많아질수록 개당 가격이 낮아지는 것을 감안하면 민간업체에 비해 두 배 수준의 비용을 부담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림청과 같은 국가기관은 현행법상 공개조달입찰 방식으로만 부품 구매·정비 서비스가 가능하다"며 "이 때문에 러시아 측에서 한국 시장 독점 판권을 부여한 업체만 참여하고 있어 부품 조달 가격이 급등했다"고 전했다.

정부와 민간 간 부품 조달비용 차이가 현격하다는 것은 정부 측에서도 인지하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항공기 안정성을 위해 관련 제도가 엄격하게 운영될 필요는 있다. 그러나 민간에서는 똑같은 수준의 안정성을 확보하며 비용은 훨씬 적게 들이고 있다"면서 "정부라고 해서 굳이 비싼 비용을 부담하고 싶을 리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한국에서 빌려간 돈을 갚는 대신 헬기를 지급했던 것을 감안하면 러시아 측 횡포는 더욱 공분을 산다. 1990년 노태우정부 당시 소련과 수교하며 14억7000만달러를 빌려줬는데, 이를 상환할 의무를 승계한 러시아가 경제난을 이유로 돈 대신 원자재·방산물자 등 현물로 상환하게 됐다. 결국 러시아 여건에 맞춰 한국이 헬기를 도입해준 셈인데 이후 30년 가까이 과도한 부품 구매·정비 비용이 지출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누적된 정비 비용은 이미 헬기를 도입한 전체 비용의 1.5배를 넘어선 것으로 관련 업계에서는 추산한다.

김영진 의원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산불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산불헬기의 안정적인 운영이 반드시 이루어져야한다"며 "산림청이 산불헬기 운영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문제점을 잘 되짚어보고, 노후 헬기 교체 등에 많은 노력을 당부한다"고 전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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