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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작은 학교가 아름답다'…시골 학교의 기적

정혁훈 기자
입력 2020.10.30 06:01   수정 2020.10.3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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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 '폐교위기' 경남 함양 서하초
농촌유토피아硏·관공서·학부모 등과 협력
재학생 10명에서 27명으로 대폭 증가
어제 거창·무주·남원에서 온 4개 학교가
'폐교위기 학교살리기' 합동기자회견 개최
지난달 말 찾아간 경남 거창군 가북면 가북초등학교. 거창읍에서도 한참 떨어진 곳에 있는 전형적인 시골 학교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이 마치 스위스 어느 마을에 온 것처럼 경관이 수려하다.

이 곳에서 만난 장재영 가북초 교장선생님 표정이 무척 밝았다. 그는 "어제부터 기분이 좋은 이유가 있다"고 말을 꺼냈다. 장 교장은 "어제 2명이 새로 전학 온 덕분에 전교생 숫자가 24명에서 26명으로 2명이나 한꺼번에 늘었다"며 "도서관에서 전교생이 참여하는 행사를 하는데 꽉 차는 느낌이 드는 게 너무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시골학교가 학생 수 부족으로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정말 축하드린다"고 맞장구를 쳤지만 가슴 한 켠이 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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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창군 가북면에 있는 가북초등학교 모습. [정혁훈 기자] 가북초등학교에선 이날 중요한 행사가 열렸다. '가북초 폐교 위기 탈출을 위한 협치위원회 1차 회의'다.

통상적으로 학생이 단 1명만 있어도 폐교를 시키지 않는 게 교육부 원칙이다.


그러나 전교생 숫자가 10명 내외로 줄어들면 분교로 전환시킨다고 한다. 문제는 분교가 되면 학부모들이 교육에 대한 염려로 자녀들을 본교로 전학시킨다는 점이다. 자연스레 폐교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이날 협치위원회는 가북초 학생 수가 더 줄어들면 폐교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절박감 속에 열렸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학교 관계자를 비롯해 지역주민, 관공서, 학부모 등 각계 대표들 표정엔 비장함이 묻어났다.

회의에 참석한 임양희 거창군청 인구교육과 계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농촌 인구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육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며 "이번 기회에 가북초등학교 학생 수가 서하초등학교처럼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북초 관계자들의 벤치마킹 모델은 바로 서하초등학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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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창군 가북면 가북초등학교에서 장원 농촌유토피아연구소 대표(가운데) 주재로 폐교 위기 탈출을 위한 협치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정혁훈 기자] 함양군에 있는 서하초등학교는 지난해 학생 수가 14명까지 줄어들어 폐교 위기에 빠졌다. 6학년 학생 4명이 졸업하면 올해는 10명으로 줄어들 처지였다. 그런데 지금 서하초 학생 수는 27명으로 늘었다.


순식간에 학생 수가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현지에서는 이를 '서하초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서하초에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작년 11월 말에 서하초에서 개최된 '작은 학교 살리기 1차 협의회'가 기적의 시작이었다. 장원 농촌유토피아연구소 대표의 아이디어로 군청과 교육청 등 관공서, 학부모 등이 모여 폐교 위기에서 벗어날 방안을 짜내기 시작했다. 경남 진주에 있는 농촌경제연구원과 지역균형발전본부를 새로 만든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도 힘을 보탰다. 그렇게 구성된 '학생모심' 위원회는 작년 12월 도시민들을 대상으로 '아이토피아' 학교교육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는 대성공이었다. 전국 곳곳에서 200여명이 참석했다. 최종적으로 75가구가 전입 신청을 했다. 서하초는 엄정한 심사를 거쳐 10가구를 선정했다. 그에 따라 17명의 학생이 새로 전학을 왔다.


경남에서는 물론 서울과 충남, 강원 등에서도 서하초를 입학하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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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작은 학교가 아름답다` 영호남 4개 폐교위기 학교 살리기 기자회견에서 신귀자 서하초 교장이 성공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정혁훈 기자] 도시민들의 전입을 이끌어낸 원동력은 기본적으로 서하초가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교육의 질이 높기 때문이다. 다양한 방과후 교육과 전교생 해외연수, 장학금 지급 등 도시학교에서는 제공하기 어려운 혜택이 있다. 게다가 인근 기업에서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LH에서는 임대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신귀자 서하초 교장은 "코로나19 사태로 도시에서는 정상적인 교육이 어려웠지만 이 곳에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등교수업이 이뤄졌다"며 "아이들이 꿈과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시골학교에서 더 잘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하초의 기적을 이제는 가북초가 이어받으려고 하고 있다. 그 첫 모임이 이미 가동을 시작한 것이다. 동시에 전북 무주군 부당초등학교와 남원시 사매초등학교, 경남 거창군 신원초등학교도 함께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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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영호남 4개 폐교위기 학교살리기` 합동기자회견에서 가북초등학교 학생들이 자신들의 학교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정혁훈 기자] 이들 5개 학교는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영호남 4개 폐교 위기 학교살리기 합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작은 학교가 아름답다'는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서하초는 학생모심 성공 사례를 발표했고, 4개 학교는 학생과 학무모 유치활동을 벌였다.

4개 학교 중 가북초는 3명의 학생들이 프리젠테이션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학생들은 최적의 자연환경 속에서 다양한 체험활동을 제공하는 학교의 장점을 어른 못지 않게 조리있게 설명했다. 특히 가북초는 농공단지와 공공부문을 활용해 구직자 기호에 맞는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가북초 학생수 늘리기를 담당하는 가북플러스위원회의 손재호 회장은 "어른들은 따뜻한 삶을 영위하고, 어린이들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무주군 부남면 부당초등학교에서는 골프와 피아노, 미술 등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장점을 설명했다. 학교 측은 "일대일 맞춤형 체험지도를 비롯해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개별 수업지도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거창군 신원초등학교는 교육도시 거창의 장점을 소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제인식 신원초 교장은 "귀촌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덜 수 있도록 농지와 빈집,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알선하겠다"고 강조했다. 남원시 사매초는 현재 중학교를 다니는 졸업생이 나와서 다양한 방과후 체험활동에 대해 소개해 설득력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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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영호남 4개 폐교위기 학교살리기 합동기자회견`을 마치고 각 초등학교를 대표하는 교사와 학생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혁훈 기자]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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