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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의사는 年1%에 4억 대출…서민은 2천만원도 "NO"

문일호 , 김유신 기자
입력 2020.11.22 17:38   수정 2020.11.2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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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대출 급증했지만
고신용자에 편중 '금융 양극화'
◆ 금융도 양극화 ◆

정형외과 전문의 김 모씨(52)는 지난달 시중은행에서 금리 1% 중반대에 4억원의 대출을 받아 병원을 차렸다. 김씨가 시중은행 신용대출 최대 한도인 2억~3억원보다 2배나 많이, 그리고 평균 금리 3%대보다 훨씬 낮은 금리에 돈을 빌릴 수 있었던 것은 기술신용평가(TCB) 대출 제도 덕분이다.

TCB는 기술력은 있는데 담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인데, 의사·약사 등도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2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문직 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TCB 대출 잔액은 251조8000억원에 달한다. 작년 말(205조5000억원)보다 22.5% 급증했다.


자영업자 이 모씨(47)는 최근 2000만원을 대출받기 위해 한 기업의 미소금융재단을 두드렸지만 거절당했다. 햇살론, 새희망홀씨와 함께 3대 서민금융 상품으로 꼽히는 미소금융은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려운 신용 6등급 이하 사람에게 담보나 보증 없이 연 4% 금리로 2000만원에서 최대 6000만원까지 빌려준다. 이씨는 "미소금융 탈락 이유가 연소득 대비 원리금이 높다는 것인데 서민금융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금융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신용등급 1등급인 고신용자 대출 비중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대표적인 서민금융인 미소금융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천문학적인 돈이 풀렸지만 이는 특정 계층·직업·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서민의 정부'를 표방한 현 정부 철학과는 정반대로 서민이 금융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소득자가 대출을 손쉽게 받아 부동산을 사고, 최근 이 자산이 오르면서 부의 편중 현상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며 "서민금융에 대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서민금융 위축 현상으로 미소금융의 부진이 꼽힌다. 이 금융은 삼성·LG·현대차·SK·포스코·롯데 등 대기업과 국민·신한·하나·우리·기업은행이 출자(기부)나 휴면예금 등을 기반으로 서민들에게 대출해주는 구조다. 2009년 출범 당시 1490억원에 달하던 참여사 출자액이 올해는 15억원으로 100분의 1로 줄어들었다. 참여사 11곳의 대출 실적도 2017년 2740억원에서 올해(9월 말 현재) 1613억원으로 41.1% 줄었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올해 들어 가계대출 옥죄기에 나섰으나 되레 특정 계층에 대출이 몰리는 부작용은 심해지고 있다.

[문일호 기자 /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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