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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술혁신 뛰어난 한국, 탄소중립 경제에 성장 기회 있다"

신혜림 기자
입력 2021.02.23 17:40   수정 2021.02.23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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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 만난 사람]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 인터뷰

철강·화학 비중 높은 한국
정교한 탄소제로정책 필요

기후변화 대응이 경제회복 핵심
신산업 통해 고용창출 한몫

세제지원등 인센티브 확대
신재생에너지 시장 더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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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에서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위해 "정부가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2019년 9월 2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0회 세계지식포럼에서 강연하는 모습. [한주형 기자] "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선행되지 않으면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철강·화학 등 에너지 집약산업이 포진한 한국 산업계가 충격을 받을 것이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축된 경제 활력을 키우기 위해 친환경 청정에너지 확대를 앞세운 그린뉴딜 정책을 앞다퉈 추진하고 있다.

전통 화석에너지에서 청정에너지로 전환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면서 기존 석유·석탄에 기반을 둔 산업 생태계는 막대한 충격이 예상된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에서 에너지 전환 쇼크의 해결사로 "정부가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글로벌 기술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과연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기술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지에 대해 화두를 던지며 "한국이 경쟁적 우위를 얻으려면 정부가 총괄적인 국가 목표를 설정하고 시장을 미리 내다보며 인프라스트럭처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전기차 배터리, 수소연료 등에서 세계에서 손꼽히는 친환경에너지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상용화까지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비롤 사무총장은 2015년부터 IEA를 이끌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제기구인 IEA는 석유 파동 이후 공급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중심으로 1974년 설립됐다. 현재 한국을 포함한 30개국을 회원국으로 두고 있다.

다음은 비롤 사무총장과 일문일답.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탈탄소를 외치는 이유는.

▷기후변화를 다루는 것이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미 각국 정부는 팬데믹 전에 저탄소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기후변화 정책을 연기하는 것은 상황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들 뿐이고 향후 더 큰 비용이 들 것이다. 전염병으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충격에 대응하면서도 실행 가능한 계획을 위한 작업은 계속돼야 한다. 또한 기후변화 대응을 경제 회복의 핵심으로 삼는 것은 경제 성장 촉진, 신산업 육성, 수백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은 디지털화와 기술 혁신을 수용하는 강국이다. 에너지 전환이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경제 발전의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

―과거 경제 발전을 견인한 화석연료가 '사회의 적'이 됐다.

▷기후변화에 대항하는 주요 과제는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다. 에너지는 좋은 것이다. 나쁜 것은 방출이다. 방출을 줄이기 위해선 전기, 고효율 에너지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저탄소 수소, 바이오 연료·가스,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화석연료 시대는 저물고 있지만 이들이 차지하고 있는 경제적·인적 자원 비중은 여전히 높다.

▷저탄소 정책은 공정한 경제와 산업 전환을 목표로 하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에너지 전환은 기술적·경제적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측면도 명확하기 때문이다. 에너지는 경제의 핵심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오일 피크(Oil Peak, 석유 생산량·수요의 정점)는 이미 지났나.

▷정부가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면 석유 수요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로 2020년 석유 수요는 전년 대비 9% 감소했다. 석유 수요가 줄었지만, 이는 세계 경제활동의 감소와 봉쇄 때문이다. 석유를 대체하는 신기술 때문에 석유 수요가 준 게 아니다.

전기차 사용을 장려하는 인센티브 제도와 같은 필요한 에너지 정책이 시행되지 않는 한 세계 경제가 회복됨에 따라 석유 수요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다.


운송 연료 수요와 석유화학 제품을 소비하는 방식에 큰 변화가 없다면 석유 수요가 최고조에 달했다고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전기차는 언제 내연차 앞지를까.

▷자동차 시장의 정책 환경을 고려할 때 전기차 판매가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넘어설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속도는 각 나라 정책 환경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은 전기차 정책에 호의적이며 한국 구매자들은 다른 국가 자동차 시장보다 더 높은 전기차 초기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 다만 현재 세계적으로 많은 전기차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점점 더 강력한 정책이 전 세계에서 추진된다면 전기차는 더 빨리 내연차 판매량을 앞지를 수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시대 미국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전망은.

▷IEA는 미국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야심 찬 포부를 환영한다. 미국을 포함하면 전 세계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60%를 차지하는 국가들이 탄소중립을 선포하게 된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은 환영할 만한 리더십을 보여주며 국제 기후 목표의 달성을 더욱 실현할 수 있게 한다.

수소기술이 에너지 핵심 축…정부 인프라투자 더 과감해야

앞으로 10년이 중대 기로
액화수소운반선 첫 개발 등
韓수소기술 글로벌 최고 수준
세제혜택·자금지원 늘려야

"현재 수소에너지는 10년 전 태양광·풍력 에너지의 모습이라고 보면 된다. 향후 10년이 수소경제의 전면적 채택을 결정하는 중대 시점이 될 것이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한국의 성공적인 수소에너지 전환 노력을 평가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수소경제의 성장을 위해선 단연 정부의 인프라스트럭처 구축 등 정책적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개발한 세계 최초 상업용 액화수소운반선을 성공 사례로 꼽으며 수소 전략에는 '친환경 운송(클린 모빌리티)'이 포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탄소중립(넷제로)이 수소경제 출현을 크게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수소는 청정에너지 전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잠재력이 있지만, 비용과 인프라 측면에서 여전히 장벽이 있다. 그러나 수소 기술 발전으로 비용이 낮아지고 있다. 최근 유럽과 칠레 호주 캐나다에서 수소 공급을 가속화하려는 정부 정책이 나왔고,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 다수가 수소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수소 기술과 스타트업에 대한 기록적인 투자가 나타났다.

향후 10년이 수소의 광범위한 채택에 매우 중요할 것이다. 수소는 현재 10년 전 태양광·풍력 에너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정부와 산업계 목표가 실현되고 정책적 노력이 더해진다면 수소는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한국이 앞으로 세계 수소에너지 시장에서 선두 주자가 될 수 있을까.

▷한국은 연구개발 역량과 혁신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정부는 나아갈 방향을 분명히 정했고 재정 지원도 해왔다.

이미 한국은 지난해 현대중공업그룹과 현대글로비스가 설계한 세계 최초 상업용 액화수소운반선과 같은 성공 사례가 있다. 수소 전략에는 에너지 운송 분야가 포함돼야 하며 한국은 친환경 운송을 위한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른 효율적인 인프라 구축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일 것이다.

―탄소중립을 신속히 달성하기 위해 한국은 어떤 노력을 경주해야 하나.

▷한국은 2015년 동북아시아 최초로 전국 단위의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해 이미 모범 사례 국가다. 다만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선 더 세밀한 조치가 필요하다.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지만 이미 가동 중인 발전소, 공장, 선박 등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을 줄여야 한다. 이와 관련해 IEA는 30년 이상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계획을 환영한다.

또한 재생에너지를 정책의 중심에 둬야 한다.


한국은 중공업이나 장거리 운송 등 탄소 배출을 줄이기 어려운 분야에서 어떻게 배출량을 줄일지 정책을 고안해야 한다.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에너지 비용 증가에 다른 기업의 수익 악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규제는 강화될 것이다.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지 않거나 미루는 것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이에 정부는 기술 혁신에 중점을 둬야 한다. 핵심 기술은 이미 알려졌지만 모든 기술이 상업적으로 준비된 것은 아니다. 정부가 단순 자금 지원을 넘어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는 전반적인 국가 목표와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시장을 내다보며 주요 인프라에 투자해야 한다.

우리는 미국 셰일혁명이 불러온 엄청난 영향을 목격했다. 셰일혁명의 토대는 1970년대 시작된 공적 자금 투입, 연구개발 지원 등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또한 당시 이뤄진 세금 공제, 시장 개혁, 민간 협력, 혁신 플랫폼 제공 등에 주목해야 한다.

▶▶He is…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IEA에서 20년 이상 근무했고 세계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2009년 포브스 선정)으로 꼽혔다. 세계경제포럼(WEF) 에너지자문위원회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IEA 이전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일했다. 터키 출신인 그는 이스탄불공과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오스트리아 빈공과대학에서 에너지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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