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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년 수익률 163%"…한국 왜 '돈나무 언니' 같은 ETF 없나

고득관 기자
입력 2021.02.23 22:01   수정 2021.02.23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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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투자자들로부터 '돈 나무'라는 별명을 부여받은 캐시 우드(Cathie Wood)는 2020년 미국 ETF 산업에 확실한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캐시 우드와 아크인베스트먼트가 유럽 투자자들에게 자신들의 ETF를 판매하는 것은 시간 문제처럼 보인다."

최근 해외 ETF 전문매체 'ETF 스트림(ETF Stream)'에 실린 '런던은 ARK ETF를 원한다'라는 제목의 기사 내용 중 일부다.

테슬라와 같은 파괴적 혁신기업에 투자해 연평균 22.2%의 수익률을 거둔 'ARKK ETF’가 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ARKK ETF는 아크인베스트가 내놓은 ETF 상품의 한 종류다. ARKK처럼 특정한 지수를 추종하지 않고, 시장 대비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 ETF가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9월 액티브 ETF가 도입됐지만 여러 제도적 제한 때문에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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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테슬라 찾는다" 아크인베스트먼트, ETF의 주류로 부상


올해 들어 'ARK Innovation ETF(ARKK)’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모든 ETF 가운데 2번째로 많은 자금을 끌어모았다. 올해 1월 1일부터 2월 18일까지 ARKK ETF의 자금 순유입액은 57억7800만달러(한화 약 6조4170억원)에 달했다. 'ARK Genomic Revolution ETF(ARKG)’도 36억7900만달러(4조860억원)를 끌어모아 9위에 올랐다.

순유입액 기준 10위권 내에 대부분의 ETF들이은 S&P 500 등의 지수를 추종하는 'VOO’, 'IVV’ 등 전통적 대형 ETF다. 2014년에 설립돼 업력이 불과 7년인 아크인베스트가 뱅가드, 블랙록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ETF 시장의 주류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는 의미다. ARK펀드를 운용하는 캐시우드 대표도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함께 미국 증시에서 가장 핫한 인물로 떠올랐다.

아크인베스트먼트는 7종의 ETF를 상장시켰는데 이들의 현재 순자산총액(AUM)은 607억달러(67조 4010억원)에 이르고 있다.


불과 1년전 40억달러에서 1400%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ETF를 포함한 미국 전체 주식형 펀드 내 아크인베스트먼트 ETF의 비중도 지난해 2월 말 0.06%에서 현재 0.76%까지 증가했다.

ARKK가 ETF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높은 수익률 덕분이다. ARKK의 수익률은 최근 1년간 163.5%이고 3개월 기준 52.79%다.

ARKK가 편입한 주식은 테슬라(편입비중 8.97%), 로쿠(6.84%), 스퀘어(5.24%), 텔라닥 헬스(5.17%), 질로우(3.45%) 등이다.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ETF지만 애플, 아마존과 같은 종목들은 편입하지 않는다. 파괴적 혁신기업 중에서도 엄청난 성장세를 시현할 수 있는 초기단계의 기업에 주로 투자한다.

서학개미들도 6억 4853만달러(7200억원)의 ARKK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해외 주식 가운데 9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올해 들어서만 2억 8682만달러(3180억원)어치를 더 샀다.


서학개미들의 ARKK 순매수 규모는 테슬라, 애플, TSMC에 이어 4위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JP모건·모건스탠리 등 투자은행들이 아크 ETF와 관련한 ELN 형태의 파생상품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통상 구조화 상품을 만들 때 기초자산으로 사용하는 금융상품이 국채, 주식 인덱스 등의 신뢰도 높은 자산인 점을 감안하면 캐시우드의 아크 ETF에 대한 금융업계의 신뢰를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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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대표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걸음마 뗀 한국형 ARK, 달리기는 언제쯤


우리나라에서 ARKK 같은 주식형 액티브 ETF는 역사가 반년도 채 되지 않는다. 지난해 9월에야 국내 주식형 액티브 ETF 출시가 허용됐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ETF는 코스피나 코스닥 같은 지수를 추종한다. 지수에 들어있는 종목을 지수의 편입 비중대로 담아서 지수의 변동과 ETF의 가격이 일치하게끔 한다. 액티브 ETF는 이와 달리 주가가 오를 것 같은 종목을 선별해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한다는 게 차이점이다.


기존에는 채권형 액티브 ETF만 허용됐지만 지난해 9월부터는 주식형도 출시가 가능해진 것이다.

현재 증시에 상장된 국내 주식형 액티브 ETF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AI코리아그로스액티브', 삼성자산운용의 'KODEX 혁신기술테마액티브'와 'KODEX K-이노베이션액티브' 3종 뿐이다. TIGER AI코리아그로스액티브와 KODEX 혁신기술테마액티브는 지난해 9월, KODEX K-이노베이션액티브는 지난해 12월 상장했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은 TIGER AI코리아그로스액티브는 24.66%, KODEX 혁신기술테마액티브는 24.22%다. 이 기간 코스피가 2550선에서 3000선까지 20.8% 오른 것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수준이다.

투자자들의 관심도 크지 않다. 이달 들어 TIGER AI코리아그로스액티브의 2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3억6900만원, KODEX 혁신기술테마액티브는 2억700만원에 그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투자 전략이 그대로 노출된다는 것이다. 현재 TIGER AI코리아그로스액티브는 삼성전자(편입비중 24.8%), SK하이닉스(4.17%), NAVER(3.54%), LG화학(3.45%), 현대차(3.07%) 등을 담고 있다.


이렇게 ETF는 편입 자산을 매일 공개한다. 액티브 ETF에서는 투자 전략이 공개되는 것은 큰 문제다. 어떤 종목의 비중을 늘리거나 줄이는 과정에서 이를 파악한 다른 투자자들의 선취매, 선도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액티브 ETF라고 하더라도 기초지수를 어느 정도 따라가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TIGER AI코리아그로스액티브, KODEX 혁신기술테마액티브는 기초지수가 코스피다. 액티브 ETF라도 기초 지수와 상관관계를 0.7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즉 ETF 자산의 70%는 코스피 구성종목과 편입비중대로 담고, 나머지 30%만 펀드매니저가 선별해서 운용하라는 취지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ARKK와 같은 ETF를 기대한 투자자가 현재 상장된 국내 주식형 액티브 ETF의 구성 종목을 보면 코스피 인덱스 ETF와 너무 흡사해 실망할 수 밖에 없다"라며 "코스피를 70% 담았으니 액티브 펀드라도 해도 수익률이 코스피를 따라갈 수 밖에 없어 차별화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kd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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