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국도 2033년에 화성 탐사선 보내자

이진우 기자, 이새봄 기자, 원호섭 기자, 안갑성 기자, 김희래 기자, 채종원 기자, 박대의 기자, 박윤균 기자
입력 2021/03/17 17:58
수정 2021/03/18 01:34
항공우주 강국을 위한 비상

12년후 지구에 화성 근접…뉴스페이스 시대 원년으로
소행성 아포피스 탐사…2028년에 큰기회 온다
◆ 창간 55주년 국민보고대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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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제30차 국민보고대회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국민보고대회에서는 매일경제 창간 55주년을 기념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공동으로 `비욘드 그래비티(Beyond Gravity), 항공우주 강국을 향한 비상(飛上)`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김형준 KAI 부사장이 발표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지난달 9일 아랍에미리트(UAE) 첫 화성 탐사선 '아말'이 화성 궤도에 올라섰다. 우주개발 후진국으로 여겼던 UAE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화성에 탐사선을 보낸 국가가 됐다. 아말이 화성 궤도에 다다르고 20시간 뒤, 중국 화성 탐사선 톈원 1호가 화성 궤도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일주일 뒤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퍼시비어런스'가 화성 표면에 착륙했다.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는 올해 초 인류의 릴레이 화성 탐사를 두고 '화성이 바빠지고 있다(Mars get busy)'고 표현했다.


매경미디어그룹은 1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창간 55주년 기념 제30차 국민보고대회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함께 작성한 '비욘드 그래비티, 항공우주 강국을 위한 비상' 보고서를 통해 한국도 발 빠르게 화성 탐사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화성이 지구와 거리가 가까워지는 2033년을 목표 시기로 제시했다.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우주개발 강국의 전유물로 여겼던 화성 탐사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로켓 기술은 빠르게 발전해 수 t에 달하는 물체를 우주공간에 띄우는 것이 가능해졌다. 민간기업까지 우주개발에 뛰어들면서 이전보다 기술개발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한국도 누리호 개발을 통해 수천 ㎏의 탑재체를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기술 확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미 한국천문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KARI 같은 정부출연연구소는 화성 로버를 비롯해 행성 탐사에 필요한 기반 연구도 진행한 바 있다. 로버트 주브린 마스소사이어티 대표는 "한국은 기술적인 우수성을 갖추고 있는 나라"라며 "한국 기업은 애플 스마트폰의 주요 경쟁자다. 미국은 스마트폰을 만들기 전부터 화성 로버를 만들었고, 한국은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기에 화성 로버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도 화성이나 소행성처럼 먼 우주를 탐사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 따르면 한국은 2030년 달 탐사, 2035년 소행성 탐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구체화된 계획이 없을 뿐만 아니라 소행성 탐사 시기 또한 상징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다양한 연구 주체가 참여해 도전적인 우주개발에 나서야 할 시기"라며 "이전처럼 10년마다 한 번씩 우주개발 과제를 진행해선 뉴 스페이스 시대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부족한 기술은 적극적인 국제협력을 통해 메울 수 있다. UAE의 화성탐사선 아말은 화성 상공을 도는 인공위성이다. UAE에 위성 기술력을 전수한 것은 한국의 위성 기업 쎄트렉아이였다.


옴란 샤라프 UAE 화성임무총괄은 "UAE의 화성 탐사 프로젝트는 2014년 시작했지만, 2006년부터 한국과 진행한 위성사업이 발판이 됐다"고 했다. UAE는 한국과 협력을 통해 단기간에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한국도 우주 개발 역사가 쌓이면서 미국을 비롯한 우주 개발 선진국과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은 갖춰져 있다"며 "꼭 우리가 모두 해결할 필요는 없다. 국제협력을 토대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간다면 우주 개발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2033년은 화성과 지구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시기다.

올해 미국, UAE, 중국이 화성에 탐사선을 보낸 것도 거리가 가까워진 해였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2033년 화성에 유인 탐사선을 보내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과학기술계에선 2033년 화성 탐사를 위한 마일스톤으로 2028년 소행성 '아포피스' 탐사에 나설 것을 주문한다. 2004년 발견한 아포피스는 지름 390m의 소행성인데, 2029년 4월 13일 지구 표면으로부터 3만1000㎞까지 접근한다. 이는 무궁화위성과 같은 정지궤도 위성이 떠 있는 고도(3만6000㎞)보다 가까운 거리다. 최 책임연구원은 "지구와 가까워지는 만큼 적은 연료로도 소행성에 탐사선을 보낼 수 있다"며 "아포피스와 같은 큰 천체가 지구를 근접해 지나가는 일이 매우 드문 만큼 소행성 탐사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포피스와 같은 행성이 지구를 스쳐 가는 일은 약 1000년에 한 번 발생한다.

'한국형 NASA'부터 만들고…美 달탐사 플랜에 동참하라

부처산하 벗어나 '우주청' 독립
대통령 주도로 우주정책 세워야

日·英 참여한 아르테미스 플랜
韓도 함께 달탐사 기회 잡아야
항공우주산업 선진국으로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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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셈부르크, 호주, 그리스,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아랍에미리트, 케냐, 필리핀.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지난 5년간 우주를 전담하는 새로운 정부 조직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들 국가 외에도 최근 5년 동안 총 16개 국가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 같은 우주 전담 조직을 창설했다.

'선진국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온 항공우주 산업은 조 단위의 천문학적 투자가 뒷받침돼야 가능하지만, 성공 가능성은 낮은 고위험 산업으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완성된 제품을 내놓는다면 상황은 반전된다.


특히 스페이스X가 재활용 발사체 발사에 성공하고 우주관광으로 우주가 '돈'이 되는 시대가 오면서 우주 후발국까지 앞다퉈 우주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반면 한국의 항공우주 정책은 오히려 글로벌 트렌드를 역행 중이다. 한국에서 우주 정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이다. 이 안에서도 거대공공연구정책국이라는 작은 조직이 모든 정책을 총괄한다. 10년 이상 장기적 시각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하며 우주 분야를 책임져야 하는 거대공공연구정책관(국장급)은 2017년 이후 5년 동안 3번이나 교체됐다. 이 때문에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한국에도 우주청 같은 항공우주 전반을 총괄하는 전문 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뉴스페이스 시대의 기본적인 전제는 '돈'이지만 과기정통부가 모든 것을 잡고 있어 다음 단계로 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탁민제 KAIST 명예교수는 "한국에는 우주 거버넌스가 없다"며 "순환 보직인 공무원들은 임기가 짧다 보니 전문성이 없고 정책의 일관성도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러한 상태로는 우주 분야 협력을 이뤄내기 위해 외국과 협상하는 능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대표성도 떨어진다"며 "독립된 기관, 즉 우주청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 수장은 항공우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은 형국이다. 국민보고대회 팀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올해 초까지 연설문과 수석·보좌관 회의 871건을 전수 조사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의 재임 기간 연설·인터뷰·토론 같은 스크립트 확보가 가능한 문건 413개를 전수 조사·비교·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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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부사장이 17일 서울시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국민보고대회에서 `비욘드 그래비티, 항공우주 강국을 향한 비상`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한국 대통령이 총 871건의 집계 자료 중 항공·우주와 관련한 키워드를 언급한 연설·회의는 총 94건으로 전체 연설의 약 10.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 대통령이 재임 기간 항공·우주 관련 키워드를 언급한 연설·인터뷰·토론은 총 223건으로 전체 연설의 54%에 달했다.

한국 대통령이 4년간 직접적으로 '우주'라는 단어를 언급한 횟수는 15회에 불과했다. 미국 대통령이 재임 기간 우주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횟수가 282회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한 과학계 인사는 한국이 항공우주 분야에서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 못하는 이유는 '의지와 관심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민보고대회 팀은 보고서를 통해 선제적으로 국가우주위원회 수장을 현재 과기정통부 장관에서 대통령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후 명칭을 '항공·우주위원회'로 바꾸고 대통령이 나서서 모든 부처를 아우르고 통솔하며 장기적이고 일관된 항공우주 정책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

한국이 국제 사회에 우주에 대한 관심을 표명할 수 있는 '빠른 길'은 인류를 다시 한 번 달에 보내는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플랜에 참여하는 것이다. 아르테미스 플랜은 NASA가 주도해 2024년까지 달에 남녀 우주비행사를 보내고, 달에 기지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호주·캐나다·일본·영국·이탈리아·룩셈부르크·아랍에미리트(UAE)까지 7개국이 이미 조약을 체결했으며, 더 많은 국가가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탁 교수는 "2000년대 초반 국제 우주정거장(ISS) 건설 때도 한국은 결국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참여하지 못했다"며 "당시 국가 수장들이 나서 공격적으로 예산을 확보해 ISS 건설에 참여했던 국가들은 20여 년이 지난 현재 아르테미스 플랜에 다시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이 아르테미스 플랜에 참여하는 기회마저 놓친다면 우주 개발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학계와 산업계에서 NASA에 먼저 공격적으로 투자를 제안하는 등 이번 프로젝트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다행히도 아직 한국의 참여 기회는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NASA에서 아르테미스 플랜을 주도하고 있는 짐 로이터 우주기술미션 부문장은 국민보고대회 팀과의 인터뷰에서 "아르테미스 플랜에 한국도 참여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별취재팀 = 이진우 부국장 / 이새봄 팀장 / 원호섭 기자 / 안갑성 기자 / 김희래 기자 / 이상은 MBN 기자 / 채종원 기자 / 박대의 기자 / 박윤균 기자]

유튜브에서 '세계지식포럼'을 검색하면 매경 국민보고대회 영상을 생생하게 다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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