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말랑말랑 경제학] 모두가 손해 안보는 '파레토 개선' 실현 가능할까?

입력 2021/04/0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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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2004년 우리나라가 최초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나라는 다름 아닌 칠레다. 칠레는 중국이나 미국처럼 시장이 큰 지역도 아니고, 지리적으로 우리나라와 상당히 멀리 떨어진 지역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는 왜 칠레와 처음으로 FTA를 체결했을까. 하나의 정책을 시행할 때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책 집행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경제학의 과제라 할 수 있다.

Q. 한국이 칠레와 처음으로 FTA 체결한 이유는.

A. FTA를 체결하는 데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지만 칠레와 처음으로 협정을 맺은 것은 지리상 요인도 작용했다. 칠레는 우리와 달리 남반구에 위치해 있고, 경도상으로도 정반대에 있다. 이 같은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한국과 칠레는 생산되는 농산물 종류와 생산 시기가 서로 겹치는 경우가 가장 적은 국가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가 대외 시장을 개방하면 경쟁 우위를 가지고 있는 전자, 철강, 자동차 산업 등에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반면 대외 경쟁력이 미약한 농업 부문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한국이 칠레를 첫 번째 FTA 대상국으로 선정한 요인 가운데 하나는 농업 부문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주요했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국가 경제 정책이 모든 국민에게 이득이 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제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사회후생을 증가시키는 파레토 개선'의 사례를 현실에서 찾기는 쉽지 않다.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한 '브렉시트'와 2017년 스페인에서 독립투표를 진행했던 '카탈루냐 분리 독립' 사례 역시 갈등의 한가운데에는 경제적 이해 충돌이 숨어 있다.

Q. 지난 미국 대선 결과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A.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많은 전문가는 근소한 차이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막상 개표해보니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주요 언론사와 전문가들의 예측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원인으로 '샤이(shy) 보수층'을 여론조사에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을 들었다.

그런데 4년이 지난 올해 미국 대선 결과를 살펴보면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것은 우연이나 정치적·문화적 결과물만은 아닌 것 같다. 올해 치러진 미국 대선 결과를 보면 2016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대호 주변의 러스트벨트를 제외하고는 2016년도와 투표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2020년 미국 대선이 끝나고 몇 주간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시위와 소송 등 진통이 있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선거 방식에 따라 당선자가 바뀔 수 있을 만큼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전역에서 고른 지지를 얻지 못했다. 선거 결과 미국 지휘부가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전체적인 투표 결과는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는 큰 변화를 낳았지만 지역별 선거 결과는 4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Q. 미국에서 지역에 따라 지지 정당 다른 이유는.

A. 2016년과 지난해 대선 결과를 지도에서 확인해보면 민주당을 지지했던 주는 대부분 민주당을 여전히 지지했고, 공화당이 우세했던 지역 역시 2016년과 같이 정치적 성향을 바꾸지 않았다. 2016년과 2020년 투표 결과 지지한 정당이 바뀐 지역은 애리조나주, 위스콘신주, 미시간주, 펜실베이니아주 정도다. 즉 미국 50개주 가운데 10%가량만 지지 정당을 이번 선거에서 변경한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2016년과 2020년 지속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지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18년 기준 미국의 1인당 평균 GDP인 6만2000달러보다 현저히 높은 7만~8만달러를 웃도는 지역이 대부분이다.

대표적 지역인 미국 동북부의 뉴욕주, 매사추세츠주와 서부의 캘리포니아주, 워싱턴주 등이다. 반면 전통적으로 공화당을 지지하는 지역은 1인당 GDP가 5만달러 미만인 뉴멕시코주, 켄터키주, 미시시피주 등이다. 정치적으로 특정 정당을 선호하는 것은 해당 지역의 사회적·문화적인 특성과 함께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발현한 결과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공화당 지지 지역과 민주당 지지 주 간 확연한 소득 격차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지역은 이른바 빅테크, 영화, 금융 등 최첨단 산업의 클러스터가 밀집돼 있다. 금융, 정보기술(IT), 항공 산업과 같이 부가가치가 높고 미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한 동부와 서부 해안 지역은 대체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것이다.


반면 농업과 내수 중심의 단순 제조업이 주력인 내륙 지역은 공화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대외 개방 정책을 지향하는 민주당은 국제 경쟁력을 갖춘 해안 지역에서 표를 얻었고, 수출은 적게 하더라도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것을 바라는 지지층을 거느린 공화당은 농업과 단순 제조업이 주류를 이루는 내륙 지역에서 지지를 얻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과 같이 광대한 지역을 대상으로 일관된 통화 정책과 경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지역에 따라 직면한 물가, 고용 여건, 생산 활동이 달라 각 지역에 적합한 경기 안정화 정책과 통화 정책도 다를 수 있다. 한 가지 통일된 정책으로 모든 지역을 만족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과업이다. 이제 미국과 같은 거대 경제권역이 중앙정부 차원의 일관된 경제 정책을 시행했을 때와 각 지방에 맞는 독립된 경제 정책을 시행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각각의 장단점을 연구해야 할 과제가 경제학자들에게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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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OX퀴즈

1. 우리나라는 농업 부문의 비교우위가 높다. ( )

2.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러스트벨트 지역은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를 지지했다. ( )

3. 일반적으로 미국의 지역별 소득 수준은 내륙 지역보다 해안 지역이 더 높다. ( )

▶정답 1. X, 2. X, 3.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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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일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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