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제야 ‘반도체 위기’ 실감했나…文 "공급망 한국이 주도해야"

입력 2021/04/15 17:52
수정 2021/04/16 09:34
文대통령, 기업인들과 반도체 대책 회의

반도체 강국 지위 지키기위해
비메모리분야 집중 지원 약속

美보다 파격적인 稅혜택 추진
화평법도 예외적용 검토하기로
상반기중 종합 지원책 발표
◆ 위기의 K반도체 ④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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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 앞서 참석자들이 자료를 보며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주요 기업 CEO들도 초청해 반도체와 배터리, 미래차 등 전략사업 지원대책을 논의했다. [이충우 기자]

"반도체 산업은 우리 경제의 현재와 미래가 걸린 핵심 국가전략산업이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우리가 계속 주도해 나가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회복 중인 세계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등 주요 기업인들이 총출동했다. 문 대통령이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소집한 것은 2019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경제단체가 아닌 기업인들이 직접 참석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청와대는 긴급하게 회의를 소집한 배경으로 "반도체 등 주요 전략산업 현황을 점검하고 대응 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회의는 반도체에 초점이 맞춰졌다. 문 대통령은 "지금 세계가 맞이하고 있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을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아 종합 반도체 강국 도약을 강력히 지원하겠다"며 "세계 1위를 지키고 격차를 벌리기 위한 다각도의 지원 방안을 수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메모리 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유지하며 비(非)메모리 반도체 분야도 강화해야 하고, 미국과 중국의 기술 전쟁으로 인한 국제정치적 리스크까지 직면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날 회의가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패권 탈환을 선언한 것에 따른 대응 조치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한국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한 반도체 산업의 무게중심을 미국에 빼앗기지 않기 위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위기감의 발로라는 해석이다. 반도체 공급난 속에 자동차 등 후방산업 생산차질까지 발생하는 상황에서 세계적 반도체 산업 경쟁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절박함도 배경으로 거론된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참여한 '반도체 화상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이며 "내가 여기 가진 칩, 이 웨이퍼, 배터리, 광대역, 이 모든 것은 인프라"라고 규정하며 반도체 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현지에 170억달러(약 19조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증설을 검토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압박에 투자를 서둘러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기업 대표들에게 투자와 고용 확대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최대한 투자와 고용을 확대해주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한 뒤 "부처 장관들은 산업계 건의사항을 검토해 정책에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공영운 현대차 사장은 최근 차량용 반도체 품귀를 언급하며 "삼성전자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도 "국내 자동차와 반도체 업체가 얼라이언스를 체결해 국산화를 이뤄야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협력 관계를 위해서 정부도 지원하라"고 이호승 정책실장에게 지시했다.

이날 정부도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 검토 방침을 밝히며 '반도체 전쟁'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미국 수준 이상으로 세금을 깎아주는 파격 인센티브를 추진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40%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는데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가 경쟁하려면 그것 이상의 파격적인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규제 강화 일변도였던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도 반도체 등 핵심산업에선 예외 적용을 검토키로 했다. 각종 인허가 시간도 대폭 줄여준다는 방침이다. 지금은 시설기준 허가를 받는 데도 장애 영향 평가 등 75일 이상이 소요된다. 반도체 분야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해 검사 시간을 대폭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세제지원의 경우 기획재정부에서도 실무적으로 가능한 세액공제율 등에 대한 검토에 착수한 상황이다. 세액공제란 기업의 투자자금 관련 세금 중 일정 금액을 감해 주는 것을 말한다. 기업으로서는 세금으로 내야 할 자금을 그만큼 되돌려 받는 셈이므로 결과적으로 투자로 인한 수익률이 증가하고 시설투자에 대한 기업들의 의욕이 커지는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는 기술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이면서도 우리 경제에 미치는 비중이 높은 분야"라면서 "선제적인 대응을 통해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고민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관계부처 간 공감대가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확대할지는 이른 시간 안에 조율해 발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는 또한 밸류체인별로 집중할 수 있는 클러스터를 확대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반도체 전쟁'을 반도체 산업 재도약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종환 상명대 교수는 "미국, 유럽 등 주요국들이 이미 대대적으로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선 상황에서 우리 정부 대응은 한발 늦은 감이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지원책 실행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산업협회 전무는 "미국, 중국, 유럽 모두 반도체 내재화에 총력을 쏟는 이유를 직시해야 한다"면서 "시스템 반도체 등 취약 분야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반도체 이외에도 자동차, 조선, 해운 등 주요 국가 산업에 대한 육성 대책도 논의됐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부품업계의 지원을 위해 사업재편 지원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또 전기차 핵심인 배터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차세대 이차전지 개발 등 초격차 기술 확보를 지원하기로 했다.

[노현 기자 / 임성현 기자 /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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