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우리집 아래 GTX 지나가는데…보상금 고작 4만6000원

입력 2021/04/18 16:53
수정 2021/04/18 20:20
GTX A노선 관통 구간인
고양 화정동 아파트 일대

토지 보상금액 '헐값' 논란
주민 "진동·소음피해 더 커"

국토부 "지하 40m이상 개발
해외에서도 보상하지 않아"

다른지역도 잡음 이어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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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을 지하에 건설하면서 지상에 있는 아파트 주인에게 보상비로 가구당 4만6000원가량을 지급하겠다고 밝혀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지하 40m 이상(대심도) 개발에 대해서는 앞으로 정부가 토지 소유자에게 보상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법안도 국회에서 논의 중이라 향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18일 국토교통부와 고양시 등에 따르면 고양시는 최근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일대 아파트 단지 주민 2400여 명에게 GTX A가 지나가는 해당 땅 지하를 사용하겠다는 '구분지상권'에 대한 토지보상 계획을 통보했다. 구분지상권이란 토지의 지상·지하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고양시가 보상금으로 제시한 금액은 가구당 4만6505원이다.


이는 2018년 말 착공에 들어간 GTX A가 해당 아파트 일대를 통과하는 데 따른 조치다. 2023년 완공 목표인 GTX A는 경기 서북부와 서울 도심, 경기 동남부를 가로지르며 표정속도(정차 시간을 감안한 평균 속도) 시속 100㎞, 최고 시속 200㎞로 지하 40m 이상 터널을 달리게 된다.

아파트 소유주들은 공사 중에 발생하는 진동과 소음, 분진 등 피해와 반영구적으로 쓰일 철도 노선 건축에 따른 구분지상권 보상액으로는 금액이 턱없이 적다는 입장이다.

고양시 화정동 한 아파트 주민은 "얼마 되지도 않는 보상금을 받기 위해 구비해야 할 서류는 산더미"라며 "이 많은 서류를 챙겨서 떼고 인감도장도 현장에서 날인해야 하는데 보상액보다 교통비 등 경비가 더 많이 깨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노선이 확정된 GTX A의 경우 현재까지 경기 고양시 덕양구 단독주택 소유자에게는 1인당 약 150만원이 보상액으로 지급됐다.


또 서울 용산구에서는 단독주택 소유자에게 1인당 280만여 원, 다세대주택 소유자 6명에게 230만여 원씩 지급이 결정됐고, 성동구 공동주택 소유자 744명에게는 4만5000원씩 보상이 확정됐다.

국토부는 GTX가 지하 52m 깊이로 통과하기 때문에 주택 등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지하로 깊게 들어갈수록 암반이 단단하기 때문에 시공 중 안전성은 더 뛰어나고 지진에 대한 저항력도 충분해 보상액이 주민들 기대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외 보상 사례를 살펴보면 영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는 일정 깊이 이상에 대해 보상 없이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앞으로 GTX의 B·C·D 노선이 연달아 확정되고 착공될 예정이어서 이 같은 보상을 둘러싼 갈등이 더욱 첨예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GTX A만 해도 처음으로 진행되는 대심도 공사인 만큼 공사 지역 주민들의 쏟아지는 민원 처리에 공사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작년 상반기에 GTX A가 지나가는 서울 청담동 지역 주민들은 "공사를 할 때도 문제지만 시속 180㎞로 매일 150차례 이상 운행하다 보면 지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서울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하기도 했다.

정부와 국회는 국민 편익이 높은 도로와 철도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교통시설의 대심도 지하 건설·관리에 관한 특별 법안'을 지난해 11월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한 상황이다.

교통시설을 짓는 대심도 지하에서는 구분지상권을 설정하지 않고 '별도 보상 없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게 특징이다. 정부는 작년 12월 초 공청회를 거쳐 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었지만 찬반 논란이 거세지면서 당초 예정됐던 공청회는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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