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인광풍' 더 못봐…정부, 대규모 자금 인출 추적한다

이지용 기자, 김유신 기자
입력 2021/04/19 17:54
수정 2021/04/19 23:15
자금세탁·작전세력 조사

"투자아닌 투기성 거래" 경고
내년부터 가상화폐에 과세

올해 거래금액 작년전체 4배
◆ 투기로 전락한 가상화폐 ◆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이용한 유사수신, 사기, 자금세탁 등 불법행위 가능성이 커지자 정부는 이달부터 6월까지 범정부 차원의 특별단속을 벌이기로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이용해 허위 정보를 퍼트려 투자자를 모집하거나 특정 코인에 대한 거짓 정보를 흘려 가격을 띄우는 등 소위 '작전 행위'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기로 했다.

19일 국무조정실 등에 따르면 정부는 가상자산의 거래가 급증하고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지난 16일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가상자산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위원회에서 받은 올해 1~3월 4대 가상화폐 거래소(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거래금액은 1486조2770억원이다.


지난해 연간 전체 거래액인 357조3449억원의 4.16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처럼 투자금액이 급증하자 정부는 피해 발생을 우려해 '칼'을 빼들었다.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 출금 때 금융회사가 1차 모니터링을 강화하도록 하고, 금융정보분석원(FIU)의 불법 의심거래 분석 결과가 수사기관, 세무당국에 신속히 통보되도록 단속·수사 공조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경찰은 가상자산 불법행위 유형별로 전담부서를 세분화하고, 가상자산 추적 프로그램 보급을 늘리는 등 전문성 강화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특히 경찰은 단체 카톡방 등 SNS에서 특정 코인에 대한 허위 정보를 퍼트리거나 사기 의도로 단체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행위 등을 집중 추적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상자산 사업자의 이용약관을 직권조사해 불공정 약관을 찾아 시정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도 외국환거래법 등 관계 법령 위반 여부에 대한 점검을 강화한다. 구윤철 실장은 "가상자산의 가치는 누구도 담보할 수 없고, 가상자산 거래는 투자라기보다는 투기성이 매우 높은 거래이므로 자기 책임하에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재부는 내년부터 가상화폐 거래 차익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20%의 세율로 분리 과세할 방침이다. 가상화폐 투자로 연간 250만원이 넘는 돈을 벌었다면 초과분의 20%는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이지용 기자]

"10분 만에 1000만원 날려"…코인판, 도박판이 따로없네


가상화폐 파생거래 주의보

"AI가 자동으로 매매 해줍니다"
메신저 앱으로 투자자들 유인
허술한 법망에 먹튀 처벌못해
투자자 보호장치도 없어 위험

"비트코인이 기존 화폐 위협땐
각국 규제로 가격상승 힘들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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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사각지대에서 가상화폐 거래소가 난립하고 `묻지 마 매수` 열풍까지 불면서 국내 가상화폐 시장이 투기판으로 변질되고 있다. 19일 가상화폐 거래소 직원이 강남에 위치한 거래소 시세판을 지나고 있다. 2021.4.19. [이충우 기자]

"저 같은 피해자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매매 기록을 공유합니다.


단 10분 만에 1000만원을 잃었습니다." 인공지능(AI) 매매 기법을 활용해 비트코인에 투자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투자를 권유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한 투자자가 올린 글이다. 채팅방 관리자는 해당 글이 올라온 지 5분도 되지 않아 글을 삭제했다. 곧이어 프로그램을 통해 짧은 시간에 큰돈을 벌었다는 '수익 인증' 글이 다시 채팅방을 도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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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법의 경계선을 오가는 각종 파생거래 행위가 급증하면서 피해를 본 투자자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가상자산이 제도권 내 금융상품으로 취급되지 않아 투자자 보호가 되지 않는 만큼 큰 손해를 볼 수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투자자 김 모씨는 프로그램 매매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지난 9일 2000만원을 한 거래소 프로그램에 입금했지만 1000만원 이상 손실을 봤다. 기자가 카카오톡을 통해 투자 상담을 진행하자 이 거래소 관계자는 "AI를 기반으로 제작된 자동매매 프로그램으로 수익을 창출한다"고 투자 기법을 소개했다. 자신들의 AI 프로그램이 차트를 분석해 자동으로 매수와 매도 계약을 체결해준다는 것이다. 투자자는 입금액과 목표 수익, 투자 기간 등을 설정하면 자동으로 프로그램이 매매를 결정한다.


이 관계자는 "안정성이 높고 손실 확률이 낮아 고객들이 손실 복구용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매매 기법은 증권사가 주식시장에서 주식 매매를 위해서도 활용하는 방식이다. 주식을 대량으로 거래하는 기관투자가가 주로 이용하는 기법이다. 전문 투자자가 주식 대량 거래를 위해 사용하는 매매 기법이 일반 비트코인 투자자에게 '안정적 수단'으로 소개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가상자산이 현재는 금융상품으로 취급되지 않아 프로그램과 관련한 검증이나 투자자 보호가 이뤄지기 어렵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가상자산은 가격 변동이 크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여러 매매 기법이 파생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사기 등 범죄 행위가 동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과 관련한 또 다른 파생거래로 '마진거래'가 있다. 마진거래는 투자자가 거래소에 증거금을 예치하고 비트코인 가격의 시세를 예측해 돈을 거는 투자 방식을 의미한다. 투자자는 가상자산에 공매수(가격이 오른다는 예측)나 공매도(가격이 내려간다는 예측)를 할 수 있는데, 예측이 맞는다면 큰돈을 벌 수 있지만 예상이 빗나가면 거액의 돈을 잃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트코인 마진거래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해외 마진거래 사이트 등을 통해 거래가 가능하다.

특정 종목(가상자산)을 '리딩'(종목을 추천하고 특정 가격대에 매수·매도를 유도하는 행위)하거나 '시세 조종'하는 행위도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처벌하기 어렵다. 가상자산이 제도권에 편입되지 않아 이를 처벌할 법 조항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리딩방에 참여해 1000만원을 투자했다가 200만원의 손실을 본 손 모씨(31)는 "'세력'은 미리 특정 코인을 저가에 매입하고 투자자를 모아 가격을 급등시킨 뒤 시세차익을 보고 빠진다"며 "세력들에게 얼마나 근접해 있느냐가 돈을 벌 수 있는지 가늠자"라고 말했다.

한편 규제가 허술한 틈을 타 가격 급상승을 노리는 투자자와 각종 검은돈이 최근 가상자산 시장으로 몰리며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급상승하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을 제외한 코인들을 일컫는 '알트코인' 시총은 올 들어 5배 가까이 급증했다.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이 낮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투자자들이 알트코인으로 몰려든 결과다. 비트코인이 지난해 금의 대체재로 시장에서 각광받으며 가격이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언제든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해 기존 화폐를 위협하면 각국 정부가 규제를 꺼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격이 계속 상승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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