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도전과 응전의 경제학] 버넌 스미스, 새 제도 효과 검증하는 '실험경제학' 대부

임성택 기자
입력 2021/04/21 08:01
381824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불완전경쟁 연구로 저명한 에드워드 체임벌린은 수업시간에 완전경쟁시장이 발생하기 어려움을 보여주기 위해 학생들과 '실험'을 하곤 했다. 단 하나의 가상의 상품을 두고 판매자와 구매자로 역할을 나눈다. 구매자를 맡은 학생들에게는 '물건을 사기 위해 얼마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지불의사가격·willingness to pay)'를 나타내는 숫자를, 판매자를 맡은 학생들에게는 '물건을 팔 때 최소한 받고자 하는 금액'을 나타내는 숫자를 알려준다. 즉, 시장의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을 가상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체임벌린은 각각의 거래가격을 기록하고 실험 종료 후 발표했는데, 완전경쟁시장이었더라면 형성되었을 균형가격이 실험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거래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그는 이것이 시장에서 경쟁이 완전하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논문으로 발표했으나, 학계의 반향을 이끌지 못했고 잊혔다. 그의 학생 중 한 명인 버넌 스미스가 부활시키기 전까지는.

Q. 경제학에서는 왜 실험을 잘 사용하지 않았나요?

A. 폴 새뮤얼슨은 그의 저명한 경제학 교과서에 이렇게 적었다. "경제학은 사회현상을 관찰하는 학문이다"라고. 경제학은 태초에 사회와 시장을 관찰하며 그 원리를 추론하면서 시작된 학문이다 보니, 물리학이나 화학처럼 실험으로 연구할 엄두를 낼 수 없었다. 그 대신 '합리적인 개인이라면 자신에게 가장 이로운 선택을 할 것이다'는 가정을 토대로 수학을 활용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다. 수학이라는 탄탄한 기초 위에 올라서면서 '경제이론이 실제로도 그렇게 작용할까?'에 대한 물음은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된 것이다.

Q. 버넌 스미스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A. 스미스는 대공황 직전 미국 캔자스에서 태어났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생 때부터 갖은 일을 하던 그는 2차 세계대전 중 폭격기 제조 공장에서 일하며 공학적 사고방식을 키워나갔다. 캘리포니아공대에서 우연히 새뮤얼슨의 책을 읽은 뒤로 그는 경제학이 물리학과 유사함에 흥미를 느껴 진로를 변경하게 된다.


하버드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체임벌린의 수업에 참여했지만 당시에는 실험의 숨은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실험을 통해 수요-공급의 법칙과 실제 사람들의 행동 간의 관계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몇 년 뒤의 일이었다.

스미스는 체임벌린의 방법에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 실험 참가자가 가격을 제안할 때 참고할 만한 정보가 전혀 없었으며, 너무 낮거나 높은 가격으로 거래했음을 깨달았을 때 이를 반영할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는 실험방법을 경매 형식으로 개선하여 각각의 거래가 발생할 때 형성된 가격을 참여자가 모두 알 수 있도록 했으며, 실험을 1회에서 종료하지 않고 4회까지 연속해서 시행했다. 그러자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거래가격은 체임벌린의 실험 때보다 훨씬 완전경쟁시장의 균형 수준에 가깝게 나타났으며, 다음 회차로 넘어갈 때마다 이상적인 균형가격에 보다 근접했다. 다른 장치 없이 최근 거래가격에 대한 정보만으로도 시장이 효율적으로 기능함을 입증한 것이다. 이런 내용은 과거 하이에크가 주장했던 '가격의 정보전달기능'을 현실에서 입증한 것으로도 볼 수 있었다.

Q. 경제학에서 실험은 어떤 의미인가요?

A. 스미스는 경제학 실험에서 얻은 결론을 저널에 투고하였지만 심사자들의 반대로 난관을 겪었다. 기존의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연구방법과는 너무나 이질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연구를 꾸준히 계속해 나갔고 2002년 경제학에서의 실험 방법 개발을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경제학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수리적 이론에 의한 방법, 통계 및 계량기법을 통한 검증 외에 새로운 방법론이 추가된 것이다.

또한 스미스는 실험 방법을 통해 새로운 제도나 규칙을 도입할 때 효과를 검증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가령 방송이나 통신에 사용되는 주파수의 경우 전파 간섭 등 외부효과 때문에 정부에서 이용권을 사업자에게 할당해야 하는데, 당시에 방송업은 신규 산업이었고 어떤 방식으로 분배해야 할지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때 사업체 간의 담합을 예방하는 한편 그들의 지불의사가격에 가깝게 가격을 매길 수 있는지에 대해 실험경제학은 '조합경매'라는 해법을 제시해주었다. 또한 실험을 통해 아직 그 원리가 규명되지 않은 주제를 연구할 수도 있다. 금융시장의 버블에 대한 연구가 한 예이다. 금융시장은 정보가 공개되어 있고 수많은 참여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완전경쟁시장의 사례로 인용되곤 한다. 그러나 한번 금융자산의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하면 (본질적 가치와는 상관없이)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거래가격이 상승하는 모멘텀(운동량·momentum)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스미스는 실험방식의 변경으로 버블 현상을 재현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버블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기업 배당수익의 불확실성, 풍부한 유동성 등)을 찾아낼 수 있었다. 부동산과 주식, 가상화폐에서 버블이 우려되는 최근 경제 상황에서 진지하게 살펴봐야 할 연구가 아닐 수 없다.

381824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알쏭달쏭 OX 퀴즈

1. 버넌 스미스는 실험을 통해 완전경쟁시장이 불가능함을 입증했다. ()

2. 균형에 도달하기 전 거래가격에 대한 정보는 시장의 균형가격으로 수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

3. 자산의 버블은 거래 당사자들의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자기실현적(self-fulfilling)으로 발생할 수 있다. ()

▶ 정답 = 1. X 2. ○ 3. ○

381824 기사의 2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임성택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