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기고] 와인 잉태하는 테루아르…수도사 고행에 응답했네

입력 2021/04/29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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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토회 문장

와인이 대중화되면서 와인 문화를 알고 마시면 와인을 마시는 데 도움이 된다. 와인은 예수의 음료이고 와인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수도원의 와인 양조이다. 중세시대 시들어가는 와인산업을 유지하고 발전시킨 수도원은 와인뿐만 아니라 과학과 신학, 농업까지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수도승들은 풍부한 노동력과 안정된 조직력을 바탕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성찬용 와인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자급자족을 했다.

영화 '시네마천국'에 출연하고 '위대한 비행'을 감독한 프랑스의 자크 페랭은 "보르도 와인은 인간이 만든 창조물이지만 부르고뉴 와인은 하느님의 은총이 깃든 와인"이라고 말했다.


품질 좋은 와인은 토양에 적합한 포도 품종을 선택하고, 포도나무가 척박한 토양에서 고난을 극복할 수 있는 강인한 열정, 강렬한 햇빛의 태양을 수용하면서 열매를 맺은 모성애, 농부의 순수한 마음 등을 담은 테루아르(terroir), 그리고 하느님의 은총으로 탄생한다.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피노 누아(Pinot Noir) 포도 품종으로 양조한 와인이 세계인들의 입맛을 확 잡게 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하느님의 영혼을 갈구하는 수도사들의 공로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유럽에서 꽃을 피운 와인 문화 중에서 단일 포도 품종으로 와인을 양조하는 전통은 수도원의 수도사들이 영성의 고갈을 체험하며 괴로워하다가 큰 깨달음을 얻고 와인 양조를 시작하면서였다. 수도사들은 잃어버린 영성의 회복을 위해 고달픈 수행을 하는 것이 땅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땅을 부지런히 갈고 가꾸면서 땅의 목소리를 통해 하늘의 부분을 얻고자 했다. 예수님의 피를 상징하는 와인은 수도사들이 가장 애지중지하면서 만드는 고행이며, 예수께 바치는 가장 고귀한 제물로서 영성 훈련을 할 수 있었다. 오직 포도만으로 탄생시키는 와인은 순수하게 그 땅속 깊숙한 기운을 길어 올린다고 믿고 있었다.


그 기운 속에서 그들의 땅의 목소리를 들었고 이를 통해 하늘의 뜻을 받아들이곤 했다. 수도사들이 땅의 소리를 듣다 보면 땅마다 민감한 차이를 느끼게 되고 땅의 차이를 살피면서 땅의 목소리를 듣게 된 것이 테루아르의 시초이다. 시토회 수도사들이 부르고뉴 지방 포도밭의 개성을 파악하기 위해 수십 년 동안 흙을 입으로 직접 맛보고 다니면서 그 차이를 구별한 크뤼(cru) 개념을 탄생시켰다. 특히 관광객이 순례자로 착각할 정도로 십자가 푯말이 있는 축구장 크기의 로마네 콩티(Romanee Conti) 포도밭은 세계 최고의 와인을 탄생시켰다.

테루아르는 원래 토양의 개념이지만 최근에는 포도밭의 특징을 결정짓는 자연적 요소의 전반적인 자연 환경, 토질 구조, 방향, 위치, 강수량, 일조량, 바람 등으로 포도밭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자연 조건을 말한다.

최근에는 테루아르에 인간의 열정과 혼이 함께할 때 와인이 완벽한 모습으로 태어난다. 즉 테루아르는 하늘(天), 땅(地), 사람(人)의 삼위일체를 말한다. 역설적으로 가톨릭 수도사들이 고행을 수행하면서 찾아낸 테루아르는 포도처럼 자신의 삶과 비슷한 수도사들의 공동체 생활 속에 3대 허원(청빈, 정결, 순명)을 지켜가면서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기도를 하고, 자신이 정성껏 양조한 와인이 하느님의 영전에 갈수 있기를 염원하는 구도자의 마음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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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윤 경희대 고황명예교수·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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