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소득 7천 신혼부부 영끌해도 2억 더 필요"…아득한 3기 신도시 청약

입력 2021/05/05 18:11
수정 2021/05/06 02:47
가구소득 7천만원 신혼부부
6억5천만원 주택 구매할 때
주담대·신용대출 끌어와도
2억2천만원 더 있어야 잔금

분양권 소유자도 입주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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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앞으로 현금 부자만 청약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 아닌가요?"

올해 초 결혼식을 올린 김수진 씨(가명·31) 부부는 정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가계부채 대책에 걱정이 앞서고 있다. 부부 합산 소득이 약 7000만원인 김씨 부부는 신혼집을 마련하기 위해 수도권 주택 매입을 고민했지만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올라 집 사는 것을 포기했다. 정부가 3기 신도시 주택 물량을 신혼부부에게 대거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주택 매입을 미룬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청약에 당첨돼도 잔금을 납부하기 위한 자금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들었다.


정부가 소득에 비례해 대출 한도를 결정하는 대출자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확대 적용하기로 하자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신혼부부가 청약시장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공공분양주택은 소득이 적은 사람들을 위한 우선 분양 물량이 상당수 배정돼 있지만 대출 규제로 인해 잔금 납부가 어려운 사람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5월 중 무주택자 등을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완화할 예정이지만 DSR 규제가 겹쳐지며 효과는 반감될 것으로 보인다.

5일 매일경제가 앞선 김씨 부부 사례를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내년 7월 이후 청약에 당첨되고 잔금까지 모두 치르기 위해 이들이 필요로 하는 자금은 2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3기 신도시 지역별 분양가에 따라 필요 자금은 달라질 수 있지만, 인기 지역 중 한 곳인 하남 교산의 전용면적 59㎡ 분양가는 6억~7억원 선이 유력하다. 국토교통부가 3기 신도시 분양가가 시세의 70~80% 수준으로 책정될 전망이라고 밝힌 가운데 인근 지역 시세가 9억원 선에 형성됐기 때문이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하남 교산 지역에서 김씨 부부가 LTV 완화를 적용받아 주택을 담보로 최대 60%까지 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신용대출은 약 35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신용대출을 더 많이 받으면 DSR 40%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만약 DSR 규제가 없었다면 김씨 부부는 주담대 외에 신용대출도 1억원가량 받을 수 있어 '영끌 매수'가 가능했다. 하지만 젊은이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넓혀주겠다는 정부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를 줄이겠다는 금융정책이 발표되면서 김씨 같은 신혼부부가 집을 사기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부가 소득이 낮은 가구가 청약에 더 많이 당첨될 수 있도록 물량을 배정한 가운데 소득을 기준으로 한 대출 규제 강화안이 나왔다는 점도 모순적이다. 공공분양주택의 약 30%는 혼인기간이 7년 이내인 신혼부부나 예비 신혼부부에게 공급되는데 이 중에서도 70%는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100% 이하인 사람에게 돌아가게 된다. 공공분양주택 물량의 약 25%에 대해서는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만 청약을 지원할 수 있는데 이 중 70%가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100% 이하인 사람에게만 배정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보유 자금이 적은 가구는 청약시장에서 소외될 수 있다"며 "정부 정책으로 청년층의 내 집 마련 꿈이 좌절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앞으로 청약시장에 뛰어들 신혼부부뿐만 아니라 분양권을 가진 주택 소유자들도 이번 가계부채 대책으로 불만이 커지고 있다.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한도가 축소돼 입주 계획에 차질을 빚는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분양권은 계약금만 지급한 뒤 입주 시에 잔금 대출 금액을 활용해 자금을 충당한다. 2018년 청약에 당첨돼 올해 11월 잔금 납부를 앞두고 있는 A씨는 "입주 시 분양가의 60%를 대출받아 잔금을 마련하고 현재 살고 있는 집 전세금과 마이너스통장을 사용해 이사에 필요한 부대자금을 준비하려고 계획했다"며 "마이너스 대출액이 커도 주담대가 60%까지는 당연히 나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차주별 DSR 40%가 적용되면 답이 안 나오는 '멘붕' 상황이 된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과 정부의 모호한 정책은 주택 수요자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대출 규제 때마다 경과규정을 둬 왔지만 이번에는 이런 내용이 빠져 있다. 잔금일이 7월 이후인 분양권 소유자들은 본인들이 맺은 분양 계약에도 경과규정이 적용될 수 있을지 관심이 크다.

[유준호 기자 /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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