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부동산] 37년 된 '포니2 픽업' 다시 뜨는 까닭

입력 2021/05/07 04:01
'올드카'에서 '클래식카'로
소비자에 반전 매력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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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중순 국내 한 자동차 업체가 첫 순수 전기차 모델 양산 일정 등을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이 업체에서 1984년도에 출시한 '포니2 픽업' 경매 차량이 서울 아파트를 제치고 같은 날 조회 수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부동산이 아닌 동산 경매 물건이 조회 수 톱10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접하기 매우 어려운 1984년식 포니2 픽업 차량의 이날 조회수는 평소의 4배 이상이었다.

# 전남 목포에 거주하는 한 포니 수집가는 포니만 10대를 사들인 뒤 이를 전시해놓은 레트로 거리를 조성했다. 이 거리에 가면 포니 10대로 만들어진 형형색색의 무지개를 볼 수 있다. 20년 전 우연히 지인을 통해 포니를 구입한 이 수집가는 전국적으로 유명인사가 됐다.


출시된 지 어언 40여 년을 바라보는, 시동이 걸릴지조차 궁금한 이 차량이 갑작스레 주목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2020년 8월 국내 첫 순수 전기차 출시 계획 발표 때 포니의 쿠페 모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콘셉트카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40여 년 전 탄생한 포니가 전기차로 탈바꿈했다는 소식에 조회수가 급증한 것이다.

온라인상에서 포니에 대한 관심이 폭발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 10월 한 인터넷 자동차 쇼핑몰에 매물로 올라온 1982년식 포니2 해치백 모델은 등록된 지 채 이틀도 안 된 시점에서 조회 수가 1만건에 육박했다. 당시 주행거리는 17만5300㎞로, 매물로 내놓은 사람은 여전히 직접 타고 다닌다고 했다. 그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이 차의 최소 매매 희망가는 2500만원이었다.

특히 이 차는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프리미엄이 붙어 시간이 지나면서 최초 등록 시점보다 판매가가 계속 올라갔다.

올드카가 아닌 '클래식카'라 해도 손색없을 정도다. 고물 중의 고물인 클래식카는 반전의 매력도 있다.


마니아들이 그토록 클래식카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가 구하기도 어려운 부품을 손수 사서 자신만의 차로 만들어가는 험난한 과정을 즐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사서 고생'이 클래식카의 반전 매력이다.

조회 수가 급증했던 경매 포니 차량은 지난해 10월부터 내리 3번이나 유찰됐으나 전기차 양산 일정 발표 직후 진행된 4번째 입찰에서는 감정가(700만원)의 절반인 346만원에 낙찰됐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이 차량은 경매 전까지 소유자가 총 8번 바뀌었다.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는 경매까지 경험했으니 더 이상 주인이 바뀌지는 않을 거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클래식으로 인정받고 있는 데다 10년 전 주행거리가 더 길었던 차량의 매수 희망가가 수천만 원을 호가했던 사실에 비춰 보면 소유자가 또 바뀔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프리미엄이 붙는 건 부동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땅의 가치 때문이다. 보통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건물가치는 소멸하고 땅의 가치만 남게 마련이다. 특히 '입지 좋은 구축'은 '사서 고생'할 만큼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최근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이 인근 신축 가격을 뛰어넘는 게 이를 잘 보여준다. 압구정이라는 최고 입지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빛나는 것이다. 신축 전성시대지만 입지 좋은 구축은 아직 많다. 경매 기회가 온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게 바로 이런 아파트들이다.

[장근석 지지옥션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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