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부동산 정책 이젠 '민주당의 시간'…종부세·양도세 바뀔까

입력 2021/05/08 05:30
수정 2021/05/0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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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부동산 규제완화 논의 본격화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

부동산 규제 완화에 전향적인 인사들이 여당 지도부에 포진하면서 세제와 대출 규제 등에 적잖은 변화가 예고된다.

여권은 4·7 재보궐선거에서 성난 부동산 민심을 뼈저리게 확인했다. '민심'의 실체를 놓고 논란이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기존 정책의 재검토는 불가피해졌다.

대통령선거가 10개월 앞으로 닥친 지금 민생과 관련된 주요 정책은 당이 주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경제정책 가운데 국민이 가장 관심을 두는 분야는 부동산이다.

하지만 부동산은 마물(魔物)이다. 잘못 건드릴 경우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당내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부동산특위 위원장 교체에 이어 다음주 위원 보강과 전문가 위촉 등을 마무리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갈 방침이다.


◇ 민주당 지도부, 부동산 규제 완화 논의 시동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7일 정책위원회 의장에 박완주 의원을 임명했다. 또 부동산정책특위 위원장에는 5선의 김진표 의원을 내정했다. 김 의원은 과거 재정경제부 세제실장과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정책통이다.

송 대표와 박 의원, 김 의원은 모두 부동산 규제의 일부 완화에 전향적이다. 이에 따라 주택 공시가 현실화 속도 조절, 1주택자 재산세·종부세 부담 완화, 다주택자의 양도세 완화 등이 본격적으로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는 무주택자와 청년을 위한 대출 규제 완화에 적극적이다. 그는 지난 4일 정부 관계부처와 부동산 정책 간담회를 마친 뒤 페이스북에 "그동안 무주택, 실수요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완화하자고 제안했다. 청년들이 현금이 없으니 정부가 아무리 많은 주택을 공급해도 살 재간이 없다"며 "관계부처와 충분히 협의해 시장 안정과 내 집 마련을 위한 최선의 방향을 찾겠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종부세 부과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엔 동의하지 않지만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공제 한도는 늘려주자는 입장이다.

박완주 의원은 "부동산 문제에 대해 민심을 경청하겠다.


부동산 특위 활동을 기반으로 국민들이 동의하는 합리적인 방향으로 부동산 정책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했다.

박 의원은 지난달 원내대표 경선 당시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공시가격 현실화와 현재 9억원인 종부세 기준을 재검토할 필요성을 언급했고, 생애 첫 주택 마련 등에 대해서는 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의 핀셋 완화를 주장하기도 했다.

김진표 의원은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에 전향적으로 보인다. 그는 작년 9월 의원총회에서 "다주택자들이 정부 정책에 따라 집을 팔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살펴보고, 유예할 수 있는 것들은 유예해줘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려면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풀어놔야 하는데 양도세가 과중하다며 집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윤호중 원내 대표는 신중한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16일 원내대표로 선출된 직후 "부동산 정책은 현장 점검이 우선이다. 어떤 효과를 내고 부작용이 있는지부터 점검하겠다"면서 "현재 진행되는 것은 그대로 진행하고, 제도를 미세조정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 정책 기조는 유지…세제·대출 규제 변화 예상

이를 종합하면 여당 지도부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는 유지하되 급격한 공시가 현실화로 부담이 커진 1주택자 재산세와 종부세 완화, 무주택자와 청년층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 등을 우선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정책 변화가 있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당내 반발 기류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세제나 대출 규제 완화는 자칫 시장에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려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집값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렸다. 한쪽에서는 민주당이 부동산 민심에 쫓기고 있는 만큼 주택 공급 방식이나 세제와 대출 규제에 변화를 예상했고, 다른 쪽에서는 당의 정체성이나 지지층을 건드릴 수 있기 때문에 규제 완화가 어려울 것으로 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존 정책의 기조는 바뀌지 않겠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어 재산세와 종부세 등 세제와 일부 대출 규제는 손을 볼 것으로 본다"고 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고가 1주택자나 소득이 없는 은퇴자, 다주택자의 세 부담이 너무 무거운 만큼 이 부분에서 변화가 예상된다"면서 "집값이 많이 오른 상태에서 공시가 현실화를 급하게 추진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정부는 도심에서 공공 재개발·재건축을 고집하고 있지만 이래서는 수요자들이 원하는 주택 공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여당과 정부, 오세훈 서울시장이 머리를 맞대고 공공과 민간이 조화를 이룬 주택 공급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에도 선거 때만 되면 부동산 규제 완화 얘기를 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됐다"면서 "합리적인 정책 판단보다는 지지도 추이를 보면서 규제 완화가 표면화할 여지는 있으나 내부 갈등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도 "부동산 규제는 당의 정체성이나 선명성, 지지층과 맞닿아 있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면서 "종부세나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등이 당내에서 공론화할 경우 내부 갈등이 표면화하고 지지층의 이반도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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