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시인의 노래를 찾아서] "모든 일이 이루어질 거야" 희망을 선물한 시인

입력 2021/05/20 04:01
수정 2021/05/20 07:38
파블로 네루다(1904~1973)

칠레 출신 노벨상 수상 시인
외교관·정치인으로도 활동
정권 눈 밖에 나 망명 생활

고단하고 불안한 삶 속에서도
희망으로 가득한 시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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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시골 우체부의 우정을 다룬 영화 `일 포스티노`의 한 장면. [사진 제공 = 다음영화]

아버지의 눈을 피해 네프탈리 레예스 바수알토라는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필명으로 시를 쓰고 발표하는 한 칠레 소년이 있다. 프랑스어 교사가 되려는 꿈을 품고 대학에 진학하지만 그의 삶은 시인으로, 외교관으로, 정치인으로, 망명자로 이어지며 격동의 20세기를 오롯이 겪는다. 그리고 아버지 몰래 시를 쓰던 열여섯 살 소년은 훗날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 그는 바로 칠레가 사랑하고 자랑하는 칠레의 시인, 동시에 '모두'의 시인인 파블로 네루다(1904~1973)다.


약 2500편에 이르는 그의 작품은 시집 '황혼일기'(1923)를 시작으로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하나의 절망의 노래'(1924), '지상의 거처'(1933), '모두의 노래'(1950), '기본적인 송가'(1956) 등 평생에 걸쳐 꾸준히 여러 시집을 통해 발표된다. 그 작품들은 그의 생애 여러 사건과 스페인 내전과 같은 현대사의 굴곡을 거치며 변모되는 네루다의 시적 행보를 보여준다.

우리는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소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일 포스티노'에서 이탈리아의 어느 작은 섬에 사는 우편배달부 마리오가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고, 종국에 그것을 스스로 말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역할로 등장하는 망명 시인 네루다를 만날 수 있다. 네루다는 말한다. "우리 시인은 낯선 사람과 섞여 살아야 한다. 그리하여 낯선 사람이 길거리에서, 해변에서, 낙엽 속에서 문득 시를 읊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만 우리는 진정한 시인이며 시는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서일까. 20세기 사람들의 가슴에 감동을 남긴 네루다의 시는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의 마음 역시도 여전히 움직이며 아름다운 노래로 불린다. 특별히 1954년 출간된 '기본적인 송가' 중 일종의 서문 역할을 하는 첫 시에서 그는 이렇게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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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한 살의 시인은 사람들의 삶과 투쟁, 세상의 모든 고통과 기쁨을 끌어안고 자신이 그것들을 이야기하고, 노래하며, 그들과 동행하겠다고 천명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모든 송가는 알파벳순으로 주변의 모든 것을 그 대상으로 삼는다. 제목을 몇 가지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공기를 기리는 노래' '엉겅퀴를 기리는 노래' '붕장어 수프를 기리는 노래' '질투를 기리는 노래' '책을 기리는 노래' '빵을 기리는 노래' '게으름을 기리는 노래' '시를 기리는 노래'. 50대에 들어선 시인에게는 여전히 주변의 사소한 모든 것이,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이 감탄과 찬탄과 결심과 노래의 대상이었다.

시인을 보며,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오늘 하루, 당신은 몇 번 감탄했나요? 그리고 그 감탄의 대상은 무엇이었나요?" 이 질문을 마음에 담고, 시인의 '희망'에 보내는 노래를 함께 감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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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머니를 잃었고, 아버지와 사랑으로 길러주신 양어머니의 죽음을 겪고, 어린 딸을 잃었고, 정치적 혼란 속에 도피 생활을 하며 의원직을 박탈 당하고 체포령이 내려지는 갖가지 상황을 모두 겪어낸 시인은 '희망'에 대해 노래하며, 자신의 삶을 포함해 모든 이의 삶에 속삭이는 파도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모든 일이 이루어질 거야."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는 분명 단단한 해안과 같이 갖가지 어려움을 견뎌낸 모든 사람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감탄하고, 저마다의 삶을 견뎌낸 모든 이에게 네루다는 "모든 일이 이루어질 거야"라고 속삭인다. 네루다는 없지만, 그의 속삭임은 여전히 하루를 잘 견뎌낸 우리에게 유효하다. "모든 일이 이루어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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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정 대일외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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