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교육현장 이야기] 학생이 만드는 '학생 생활규정'…민주시민교육의 완성

입력 2021/05/20 04:01
포상·징계·지도법·복장 등
학교에서 지켜야할 규칙

학생부터 학부모·교사까지
구성원들의 의견수렴 필요

자율적 참여로 만들어지면
지키고자하는 동기 강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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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머리(포니테일)는 목선이 드러나 야해서 안 된다." "치마가 조금이라도 짧아 보이면 계단 위쪽으로 올려 보내 무릎 밑인지 확인해야 한다." "자연곱슬·자연갈색인 경우엔 생활지도부에서 자연갈색·자연곱슬 증명서를 발급받아 들고 다녀야 한다."

지난 3월 매일경제에 실린 기사의 일부분이다. 청소년 인권 증진을 위한 단체에서 학생들에게 제보받은 사례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학생들이 학교 생활을 하는 데 가장 민감하고 밀접한 부분인 '학생 생활규정'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졌다. 서울시의회는 올해 3월 학생들의 두발과 복장을 규제하는 학칙을 삭제하도록 하는 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어느 사회 조직이든 그 구성원들이 지켜야 할 법이 있다. 학교에도 학생들이 지켜야 할 학교 규칙들이 있다.


학교 규칙 중 학생 포상, 징계, 교육 목적상 필요한 지도 방법 등 학생 생활과 관련된 부분을 '학생 생활규정'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학생 생활규정을 바꿀 때 교육청의 인가를 받아야만 했다. 2012년부터 인가 절차가 사라짐에 따라 학교의 자율성이 높아졌다. 현재 학생 생활규정은 '미리 학생, 학부모, 교원의 의견을 듣고 그 의견을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학생 생활규정에 대한 학교의 자율성이 높아지고 학교 구성원의 참여와 의견 수렴이 의무화된 것이다.

학생 생활규정의 제·개정은 다음의 절차를 따를 수 있다. 먼저 학생, 학부모, 교원으로 구성된 제·개정위원회를 구성하여 새로운 규칙을 제안한다. 학생들은 학급 회의와 학생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학부모는 온라인 설문조사 등을 활용할 수 있다. 교원들은 정기적인 교직원회의에서 안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 필요하면 교사, 학생, 학부모가 함께하는 대토론회를 개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학생의 참여로 만들어진 학생 생활규정은 학생 스스로 지키고자 하는 동기를 줄 수 있다. 공동체의 집단지성을 통해 자율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체험의 기회를 주는 교육적 효과도 있다. 선생님들은 학생 생활규정으로 학생들을 통제하고 규제하는 틀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자율적인 참여와 활동을 도와주는 교육적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학부모에게 학생 생활규정은 자녀의 학교 생활에 대한 기본적인 안내서가 되고 학부모의 참여와 의견을 반영하기 때문에 학교 교육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학생 생활규정은 학교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함께 만들고 공유할 때 그 의미를 더할 수 있다. 일방적으로 만들고 지키기만을 강요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 설령 그 규칙을 형식적으로는 따르더라도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으며, 규칙의 테두리를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일탈의 기회를 찾기 마련이다.

학생들이 학생 생활규정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고, 스스로 만든 규칙을 실천하고 준수하도록 하는 것은 학교 교육에서 중요하다. 이는 곧 교복 입은 시민을 길러내는 민주시민교육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성백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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