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주52시간에 뿌리 뽑히는 뿌리기업…곳곳서 아우성

입력 2021/06/16 17:27
수정 2021/06/16 23:02
50인 미만 사업장도 시행 강행

"기업 90% 주52시간 가능"
정부 설문조사 결과 발표에
영세기업 "황당하다" 한숨

현장선 "일감 준탓 착시일뿐"
경기회복땐 경영악화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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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은 뿌리산업에는 오겠다는 지원자도 없고 외국인 인력도 끊겨 주 52시간 근무제를 지키며 근무를 하라는 건 무리입니다."

경기 안산시에서 금형 업체를 운영 중인 대표 A씨는 다음달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별도 계도기간 없이 주 52시간제를 시행한다는 정부 발표를 듣자마자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달부터 당장 작업 시간이 줄어들면 계약된 물량을 맞추기 어려워지고 납기를 지키는 것조차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도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고 싶지만 주 52시간제를 당장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16일 고용노동부는 "우리 사회의 오랜 장시간 근로 관행을 개선하고 일과 생활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2018년 3월 주 52시간제가 도입됐다"며 "기업 여력에 따른 준비기간을 부여하기 위해 3년에 걸쳐 규모별로 순차적으로 시행하는 한편, 현장의 의견을 들어 제도를 보완하고 기업을 지원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주 52시간제는 법이 시행된 이후 2018년 7월에 300인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부터 적용됐다. 이후 지난해 1월 50~299인 사업장에 적용됐고, 오는 7월부터는 5~49인 사업장에 적용된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 중소기업중앙회 등에서는 대기업에 9개월, 50인 이상 기업에 1년의 계도기간이 부여된 점을 고려해 50인 미만 기업에도 그 이상의 준비기간을 부여해 달라고 요청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5~49인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고용부 조사와 올해 4월 고용부·중소벤처기업부·중기중앙회가 공동으로 전문업체에 의뢰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두 조사에서 모두 80% 이상 기업이 현재 주 52시간제를 '준수 중'이라고 응답했고, 90% 이상이 7월부터는 '준수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반면 중기중앙회는 이번 조사가 업종에 상관없이 진행돼 아쉽다는 입장이다. 현재 주 52시간제 준비가 안 된 대표적 업종은 뿌리산업, 조선업, 건설업 등이지만 모든 업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해 이들의 입장이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일반 기업 중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일감이 떨어져 연장 근로를 아예 안 하는 곳도 많다"며 "이들 기업까지 포함해 설문조사를 하면 결과에 착시현상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기중앙회는 지난 14일 주 52시간제 도입이 어려운 뿌리산업과 조선업에 종사 중인 영세 중소기업 207개를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업체 44%가 아직 주 52시간제 준비를 끝내지 못했다고 응답해 이번 정부 조사와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조선업과 건설업 중소기업들은 야외 작업 비중이 높아 주 52시간제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상 악화 등으로 작업이 밀렸을 때 주 52시간제 아래에서는 유연한 대응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뿌리산업 중소기업들은 인력 부족으로 주 52시간제 도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사에 대해 영세 중소기업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플라스틱 제조업체 대표 B씨는 "우리 같은 영세 중소기업에 주 52시간제를 강제로 도입한다는 건 그냥 사업을 접으라는 뜻"이라며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과 기업마다 사정이 다르다는 점을 정부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희래 기자 / 이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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