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탈원전 탈석탄 외치더니…3년 뒤 LNG 900만t 부족할 판

입력 2021/07/12 17:50
수정 2021/07/12 21:46
2024년 900만t 공급 공백
추가계약 실패땐 비용 급증

탈원전·탈석탄에 수요 느는데
LNG 가격 올라 전기료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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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탈석탄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향후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 LNG 장기 계약 물량 중 절반이 3년 후 만기가 종료되는데, 신규 계약에 실패할 경우 천정부지로 솟은 LNG를 '시가'로 사 와야 해 전기료 인상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2024년에 우리나라 LNG 장기 수급계약 중 900만t 수준의 계약이 만료된다. 구체적으로 카타르와 거래한 물량 492만t, 오만과 거래한 406만t의 장기 계약이 만료된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 LNG 수요의 25% 안팎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서둘러 물량 확보에 나섰다.


한국가스공사는 12일 카타르 석유공사와 2025년부터 2044년까지 연 200만t LNG 공급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장기 도입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기존 공급량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 양이다. 유법민 산업통상자원부 자원산업정책관은 "이번 카타르와의 신규 장기 계약은 가격 경쟁력이 높은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지만 이번 계약에도 수요를 충분히 맞추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카타르와 성사된 신규 계약 물량을 감안하더라도 기존 카타르에서 공급받던 490만t 중 290만t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2019년 미국과 15년간 매년 158만t 수급계약을 체결했지만 아직도 600만t 이상 신규 물량을 확보해야만 현재 물량과 맞출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단순히 계약이 만료되는 물량만큼만 신규 LNG를 메우면 해결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LNG 사용량은 최근 들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산업부가 추산한 수급 계획에 따르면 LNG 수요는 올해 4169만t에서 2034년까지 4797만t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가 폭발한 가장 큰 이유는 LNG 발전량 증가 때문이다. 정부의 탈석탄·탈원전 정책으로 화력·원자력발전소가 줄면서 이를 대체하기 위해 유가 고공행진에도 LNG 사용 비중을 계속 높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LNG는 3년 전 3위 발전원이었다가 현재는 원자력과 화력을 모두 제치고 지난 4월 1위 발전원이 됐다.

LNG 장기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단기 스폿 거래로 LNG를 들여와야 한다. 문제는 LNG의 스폿 가격이 유가 상승을 맞으며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LNG는 지난달 한때 선물 가격이 100만BTU(열량 단위)당 3.215달러로 1년 전보다 96% 상승했다.

정부는 그동안 LNG 가격 상승에 따른 전기료 인상 우려가 나올 때마다 "대부분의 계약이 장기 계약이라 시세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고 방어해왔다. 그런데 향후 스폿 계약량이 늘어나면 연료비가 증가해 전기료 상승 우려가 커진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장기 도입계약을 위해 일주일간 카타르 등으로 직접 해외 출장길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최근 대부분의 국가가 장기 수급계약을 비대면 영상으로 진행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이례적 출장이라는 평가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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