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비사업 돋보기] 재개발은 감정평가 반복될수록 평가액 상승…전략적 활용 필요

입력 2021/07/16 04:01
재개발·재건축 조합 설립되면
사업 반대자들 토지나 건물
강제로 수용·매도청구 가능

재건축 매도청구권의 경우
1심 법원서 최종 보상금 결정
재개발은 총 4차례 감정평가
각 단계별 3~4% 평가액 올라

이전비·영업권에 대한 보상은
기계적으로 산정돼 다툼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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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봉구 창2동 준공업지역 일대 빌라촌 전경. [매경DB]

재개발과 재건축으로 표상되는 정비사업은 기존 주택지나 도심에서의 주요한 주택공급 수단이다. 대규모 택지개발이나 신도시 계획은 한 번의 사업으로 많은 수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존 도심과 상당한 거리에 있는 토지를 활용하는 개발이어서 정비사업을 온전히 대체하기 어렵다.

도심 주택공급 방법인 정비사업을 활성화해 공급을 늘릴 것이냐, 아니면 정비사업으로 공급되는 고가의 주택이 주택가격 급등을 유발하고 있으니 억제할 것이냐 하는 정책 방향의 결정은 경제와 정치 양면에 두루 연결되는 이슈이기에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정책 결정 차원이 아니라 정비사업에 관여하는 개개 소유자들 입장에서 사업 참여를 결정하는 동기는 단순하다.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정비사업으로부터 원하는 만큼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냐는 것이다. 이윤 동기에 의해 좌우되는 점에서 정비사업은 사익적 개발사업 성격이 짙다. 정비사업 활성화를 주장하는 쪽도, 강한 통제와 억제를 주장하는 쪽도 따지고 보면 정비사업의 사익적 성격에 대한 근본적 입장 차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정비사업의 공익적 성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정비사업은 단순히 조합원들의 재산 증식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로, 상하수도, 공원, 주차장 등 공공이 담당해야 할 기반 시설의 확충과 개선 역할도 함께 떠맡고 있기 때문이다. 도심에서 주거 환경의 개선과 도시 기능의 회복이라는 공적 기능을 수행하기에 정비사업 조합은 단순히 이익 추구를 위한 사적 단체가 아니라 행정 주체로서 '특수한 공법인'에 해당한다. 정비사업의 공익적 성격으로부터 다양한 공적 규제와 부담이 흘러나오게 된다. 일부 토지 소유자들 반대에도 조합 설립이 가능하며, 건축허가에 해당하는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나면 사업구역 내 반대자들의 토지를 수용할 권한이나 매도청구권을 획득하게 된다. 사업계획에 도로나 공원 등 공적 시설 설치와 기부채납 부담이 반영되기도 한다.


재건축은 기반 시설의 개선이라는 공적 기능이 재개발에 비해 작지만 그렇다고 공익적 성격이 완전히 무시되거나 사라지지는 않는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강제력을 동원해 개인의 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정비사업의 공익성에 근거를 둔다. 공익성에 근거한 재산권의 제한에는 반드시 정당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헌법 원리에 의해 정비사업에도 다양한 형태의 보상 이슈가 등장한다.

정비사업 조합의 강제력 행사에 따른 보상은 대부분 사업반대자나 중도이탈자에 집중된다. 사업반대자 혹은 중도이탈자의 경우 재건축 사업은 매도 청구, 재개발 사업은 수용이라는 강제적 수단이 활용된다. 재건축 조합의 매도 청구는 온건한 명칭과는 달리 강제적 소유권 취득 수단이라는 점에서 재개발 조합의 수용권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보상의 범위에 '개발 이익'이 포함된다는 점과 토지수용위원회 관여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법원의 소송 절차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재개발의 수용과 차이가 있는 정도다.

재개발에서의 사업반대자나 중도이탈자에 대한 권리 박탈 수단인 수용은 매도청구와 달리 보상의 범위에서 개발 이익이 배제된다. 협의, 지방토지수용위원회, 중앙토지수용위원회, 법원(보상금 증액 소송)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며 단계별로 감정평가가 수차례 행해진다는 점에서도 재건축의 매도청구와 구분된다. 재건축의 매도청구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1심 법원에서 사실상 한 번의 감정으로 보상금이 결정되기에 보상금을 높이기 위한 비결이라 할 만한 것이 별로 없다.


법원 감정에 앞서 사감정을 받아 법원 감정인이 참고할 수 있도록 제출하거나, 법원 감정인에 대한 특별한 사정 설명과 지속적 호소 등이 고작이다.

재개발은 조금 나은 편이다. 단계별 감정평가가 수차례 행해진다는 점을 충분히 활용할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협의 단계, 지방토지수용위원회 단계, 중앙토지수용위원회 단계, 법원 소송 단계 등 최소한 4회의 감정평가 기회를 얻게 되고 단계별로 조금씩(통상 3~5% 내외) 감정평가액이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재개발 구역 내 소유자로서는 협의를 통해 일찍 보상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이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수용 절차에 탑승하기보다 협의에 의해 보상금을 결정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예외적 사례가 하나 있다. 종교시설이다(요즘엔 사업구역 내 유치원도 같은 패턴을 따르는 추세다). 종교시설이 요구하는 보상의 내용은 정형적이다. 기존과 동일한 면적의 대지 제공(흔히 '대토'라 부른다), 기존 시설에 상응하는 종교시설 신축비 부담, 철거와 신축에 소요기간 동안 임시사용 시설 제공, 기존 시설 이전비 부담 등이다. 이러한 보상 관행은 심지어 서울시의 종교시설 보상 기준에 그대로 반영돼 장려되는 실정이다(서울시 기준에 법적 강제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종교시설의 보상이 협의가 아니라 법이 정한 수용 절차로 진행된다면 어떨까. 도시정비법령은 종교시설 소유자를 다른 소유자와 달리 취급하지 않는다. 종교시설 보상도 여타 사업 반대자들에 대한 보상과 똑같다. 수용 절차에 의하는 한 개발 이익이 배제돼 시가에 미치지 못하는 감정평가 금액으로 청산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종교시설은 조합과의 협의를 통해 대토와 종교시설 신축비, 임시시설, 이전비 등을 보상받는 쪽이 수용 절차를 활용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유리하다.

그 밖에 재개발의 경우 사업구역 내 거주자에 대한 주거이전비, 동산운반비, 이사비나 영업권자에 대한 영업보상 등이 거론되나 이들 기타 보상은 법령이 정한 기준에 따라 보상금액이 기계적으로 산정되는 측면이 강하므로 보상 대상자에 해당하는지가 문제 될 뿐 보상금의 많고 적음을 두고 다투는 경우는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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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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