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통령까지 밀어붙인 가덕도는 가속도…제주2공항은 급제동

양연호 기자박동환 기자
입력 2021/07/20 17:46
수정 2021/07/20 22:49
환경부, 환경평가서 반려

'산양' 탓 설악산 케이블카
'도롱뇽' 천성산 터널이어
환경부·환경단체 또 제동

예산 5배 많고 환경이슈 있던
가덕도 신공항은 속전속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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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지난 6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재보완서)를 20일 반려함에 따라 지난 2년 동안 국토부가 보완해왔던 계획은 사실상 백지화됐다. 환경 훼손 우려에도 정치권이 밀어붙인 가덕도신공항 사업과 대비되는 결론이라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은 2025년까지 사업비 약 5조원을 들여 서귀포시 성산읍 약 540만㎡ 용지에 3200m 규모의 활주로를 갖추는 게 핵심이다. 국토부와 제주도는 1968년 지어진 현 제주공항의 시설만으로는 늘어나는 항공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제2공항 건설을 추진해왔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착륙 대부분을 단일 활주로에 의존하는 제주공항은 최대 슬롯이 현재 35회로 정상적인 상황에선 평균 102초마다 비행기가 뜨고 내린다"며 "하루 평균 500여 대가 드나드는 성수기와 피크 시간대엔 늘 포화상태에 17%라는 최악의 연착률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2019년 10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친 환경부의 보완 요청에 이어 결국 환경영향평가서가 반려되자 가덕도신공항과의 형평성 문제가 부상했다. 지난 2월 국회에서 특별법이 통과된 가덕도신공항은 국토부 추산 사업비만 최대 28조6000억원에 달해 제주 제2공항 사업 규모의 5배를 훌쩍 넘는데도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고 사전타당성조사도 대폭 간소화됐다. 가덕도신공항 역시 해양 매립으로 인한 해양생물 서식지 훼손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허 교수는 "가덕도신공항은 국토부가 꼭 필요하지 않다고 했는데도 정치권에서 밀어붙인 경우라면, 제주 제2공항은 국토부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해 짓겠다고 했다가 환경단체 반대에 좌초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면 대비되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환경부가 지나치게 환경단체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6일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등 공항 건설 반대를 주장하는 단체들이 성명을 통해 "환경부는 더 미루지 말고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즉각 부동의를 하라"고 촉구하는 등 압박에 나선 것이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정부가 환경단체 눈치를 보느라 주요 건설사업 등에서 차질을 빚은 사례는 또 있다. 지난 4월 환경부는 양양군에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 관련 환경영향평가 2차 보완을 요구했다. 당시 환경부는 '설악산에 구멍을 뚫는 시추 조사'와 '산양에 위치추적기 부착 조사' 등 사실상 이행 불가능한 작업을 요구했다. 앞서 2019년 환경부가 이 사업과 관련해 환경영향평가 '부동의'를 통보한 뒤 국민권익위원회가 '부동의' 통보 취소를 결정했음에도 케이블카 설치 반대 여론 등쌀에 환경부가 이를 다시 뒤집은 것이다.

2003년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공사 때에는 환경단체가 천성산에 서식하는 도롱뇽을 원고로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도롱뇽 소송'이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당시 환경단체의 반대로 반년 넘게 공사가 중단됐다.

국토부는 일단 환경부가 제시한 반려 사유부터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환경부로부터 구체적인 반려 사유를 통보받지 못했다"며 "환경부가 내용이 미흡하다고 지적한 부분에 대해 우선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허 교수는 "동물 서식지 등 환경부가 제시한 반려 사유를 뜯어보면 옹색한 수준인데도 국토부가 그동안 소극적으로 대응한 측면도 없지 않다"고 꼬집었다.

[양연호 기자 /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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