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은행이자 겨우 15%?"…'응팔' 택이 아빠 분노에 20대 좌절했다

입력 2021/07/25 09:19
수정 2021/07/25 11:13
응팔 속 연 15% 통장…보통 은행 예금금리
1965~1971년 예금 금리 연 20% 웃돌기도
"저축하면 잘 살아"→"빚투로 자산축적"
"생돈 5000만원을 뭐 한다고 은행에 처박아 놓습니까. 은행 이자가 15%밖에 안되는데 택이 아빠~ 아파트 하나 사이소~"

그때 그시절 향수를 불러 일으켜 인기를 누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응팔)에서 극중 덕선의 아버지 역을 맡은 한일은행(현 우리은행) 직원인 성동일이 택(박보검 역)의 우승 상금 5000만원을 어디에 투자할 것인지 두고 고민하는 아버지 최무성에게 한 대사다.

성동일은 우승 상금 5000만원으로 은마아파트를 사라고 조언한다. 요즘 은마아파트(101㎡ 기준) 한 채 값은 20억원이 넘는다.


"연 15%밖에 안돼" vs 현재 예금금리 1%대 수두룩


은행 직원인 성동일은 드라마 속에서 정기예금 금리가 연 15%밖에 안된다고 한탄한다.


1980년대에는 보통 은행 예금금리가 연 20%에 육박했기 때문에 15%면 저금리인 셈이다.

15% 금리는 저금리라는 드라마 속 대사를 들으면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 출생자) 입장에서는 "정말 저랬나"라는 생각이 들법할 정도로 괴리감이 크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연 0.50%로 제로금리 시대가 열렸고,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1%대가 수두룩한 짜디 짠 저금리 시대다.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특판 정기예금 상품도 연 2%가 넘지 않는다.


1965~67년 보통 은행 예금금리 연 26%…"저축해 내집 사"


한은과 한국증권거래소에 따르면 1965~67년 은행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26.4%다. 이 당시 1년 이상만 은행에 돈을 맡기면 흔히 받을 수 있는 보통 은행 예금금리란 얘기다. 20% 이상 금리는 1971년(20.4%)까지 이어졌다.

재산 가치를 통장이 몇개인지로 평가받고 적금을 많이 하면 '저축왕'으로 칭송까지 받던 시기다.


이후 오일쇼크 등을 거치면서 금리가 10%대로 떨어졌고 외환위기 이전까지 10~18% 수준을 보였다.

이 당시 베이비붐(1955~1963년에 출생) 세대들의 몇몇 얘기를 들어보면 "아버지들이 월급만 꼬박 모아도 집 사고 땅 사던 시기"라며 자산 불리기가 지금처럼 어렵지는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권 출신 한 인사는 "월급만 모아 지역 유지가 된 사례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신입직원 재테크 교과서는 월급 타서 적금 들어 목돈 만들고 이를 예금으로 굴리는 것이라고도 했다. 현재 대부업체 대출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 예금금리 20%가 얼마나 높은 수준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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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연합뉴스]


요즘 세대 저축보다 '빚투'…가상화폐·주식 열풍


요즘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와 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 영혼까지 끌어 모으는 '영끌' 세태의 배경에는 이런 금리 격차가 자리 잡고 있다.


저금리 장기화로 예금이나 적금으로 자산을 축적해서는 평생 내집 마련은 까마득하고 결혼자금 마련도 요원하다. 대신 저금리로 빚에 대한 부담이 적어진 만큼 이를 지렛대 삼아 비트코인 등과 같은 가상화폐나 주식 투자에 나서는 게 요즘 세대다.

대졸 신입사원 평균 초봉이 3000만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30년 동안 월급을 아껴 저축한다 해도 서울에 아파트 한 채 마련을 장담할 수 없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한 월간KB 주택시장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중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억1262만원으로, 처음 10억원을 넘겼다. 2년 전과 비교하면 3억1611만원 올랐다. 상승률로 보면 45.4%나 급등했다. 직장인 평균 연봉 상승률이 한 자릿수인 점을 감안하면 평생 일해도 서울에 내 집 하나가 요원한 세상이다.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저금리와 저성장 국면에 직면해 자산축적 기회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저성장 기조로 취업이 늦어지고 이에 따른 자산형성 시기도 늦춰지고 있으며, 고용 안정성도 낮아지고 있다. 또, 연 1%대 정기예금 금리는 빚투 열풍에 2030 MZ세대를 몰아넣고 있다. 부모세대보다 자산형성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셈이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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