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층은 받고 10층은 못받는 국민지원금…왜 매번 15억 기준인가" 부글부글 강남

입력 2021/07/28 14:15
수정 2021/07/2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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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공에서 바라 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기사와 본 사진은 무관함. [사진 = 매경 DB]

"강남이라 집값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20년동안 한 아파트에 살고 있고 소득도 없다. 공시가격은 정부가 올려놓고 세금도 더 걷어가는데 국민지원금을 줄 땐 쏙 빼는 게 말이 되나?"

은마아파트 주민 A씨(74)는 이번 코로나 5차 국민지원금을 받지 못게 됐다. 별다른 소득이 없지만 자신이 실거주하고 있는 주택이 공시가격 15억원이 넘는다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탈락했다.

최근 몇년새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정부가 공시가격을 더욱 가파르게 끌어올리면서 재산 기준에 걸려 국민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된 사람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소득 기준으로는 명백히 하위 88%에 들어가는 상황이지만 실거주하고 있는 주택이 고가라는 이유로 지원에서 배제된 사람들이다.

특히 이번 5차 국민지원금의 기준이 된 공시가격 15억원 이상의 주택 소유자들은 이미 각종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터라 "왜 우리한테만 이러냐"는 반발이 커지고 있다.

■ "혜택도 안 줄거면 걷지도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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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6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중기부 4년 성과 및 21년 2차 추가경정예산 집행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은 본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국민 1인당 25만원을 지급하는 5차 국민지원금은 소득 하위 80%에게 지급된다.


여기에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는 특례를 줘 대상 범위가 88%로 커진다.

다만 여기에 해당하더라도 재산세 과세표준액 합계액이 9억원을 초과하면 국민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재산세 과세표준액 합계액 9억원은 공시지가 15억원, 시세로는 20억~22억원에 해당한다.

여기서 공시가격은 지난해 기준이다. 올해 연초에 확정된 공시가격이 15억원을 넘었더라도 지난해 15억원을 밑돌았다면 국민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아파트 단지는 층과 향에 따라 일부 차이가 있기는 하나 대체로 비슷한 가격의 공시가격이 책정된다. 강남 아파트 단지 하나가 통째로 국민지원금에서 배제되는 셈이다.

15억원 안팎에서 공시가격이 책정됐다면 1층은 국민지원금을 받는데 10층은 못 받는, 어색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반포 자이에 거주중인 주민 A씨는 "집값이 아무리 올랐어도 팔아야 내 돈이 되는 건데, 실거주 목적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무슨 죄냐"고 말했다.

반포 자이(전용면적 84.99㎡)의 공시지가는 지난해 기준으로 중층이 18억900만원이다. 2019년 기준 공시지가가 13억4400만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일년 만에 4억6500만원이 올라 15억원이 훌쩍 넘었다. 이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 중 세입자는 국민지원금을 받고, 자가 거주자는 못 받는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민 B씨(69) 역시 "은마 아파트에서 15년을 살았는데 지금은 은퇴해서 고정적인 수입도 없는 상황"이라며 "급등한 공시가격 때문에 세금도 늘었는데 우리는 지원금을 못 받는 게 억울하다"라고 말했다.

올해 은마 아파트 35평형대(전용면적 84.43㎡·7층) 공시지가는 지난해 15억4500만원에서 17억1600만원으로 약 13% 상승했다.

■ 규제마다 15억이 기준…"대체 왜 15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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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함.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정부는 최근 몇년 동안 공시가격을 꾸준히 인상시켰다. 전국 평균으로 볼 때 2017년 4.94%, 2018년 6.02%, 2019년 9.42%, 그리고 국민지원금 기준이 되는 2020년에는 6.33% 올랐다.


불과 4년 동안 누적으로 29.4%나 상승했다.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매매한 사람이 아니라 같은 집에서 계속해서 실거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공시가격 상승이 반갑지가 않다.

특히 공시가격 15억원의 고가 주택 거주자들은 이번 국민지원금 배제 뿐만 아니라 기초연금 배제, 건강보험료 피부양자 자격 박탈,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 등도 대상이 된다.

건보료의 경우 소유한 주택의 공시가격이 15억원을 넘어가면 소득 유무, 자동차 보유 유무 등을 떠나 무조건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당한다.자녀 건강보험에 이름 올렸던 은퇴자·고령층들은 자신의 이름으로 건보료를 납입해야 한다. 15억원의 주택이 한 채 있으면 매월 29만4900원의 건보료가 부과된다.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은퇴하신 부모님이 몇 십년동안 실거주한 아파트 공시가가 오르면서 피부양자 자격도 박탈됐다"며 "70세 이상 어르신들은 연고 없는 다른 동네로 이사가시면 적응도 잘 못하시는데 자식들도 심란하다"고 적었다.

매년 나가는 세금도 부담이다. 올해 6월부터 종부세율이 올라갔다.

1주택을 기준으로 단독명의라면 공시가격 9억원, 공동명의면 12억원이 과세 기준이다. 공시가격 12억원까지는 세율이 0.1%포인트 오른 반면 12억원 이상은 0.2~0.3%포인트 올랐다. 마포구의 한 주민은 "세금은 점점 오르고 허리가 휘게 세금 내고 있는데 국민지원금은 못받는다"며 "갑자기 부유층 대접을 받으니 황당하다"고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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