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르쉐 벤츠 '쿵'…"자비로 2억 내라는데 어쩌죠?"

입력 2021/08/01 09:08
수정 2021/08/01 15:36
대차료 관련 법령이나 대법원 판례없어 논란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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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대 직장인 A씨는 야간근무를 하고 밤 늦게 본인 승용차로 퇴근하던 중 깜빡 졸다가 3중의 연쇄추돌 사고를 내고 말았다. 하필이면 앞의 차량 2대는 고가의 수입차 포르쉐·벤츠(포·벤)였다. 차사고 후 전전긍긍하며 밤 잠을 설치던 A씨는 어느날 B손해보험사로부터 비보(悲報)를 전해 들었다. B손보사측은 "'포·벤' 두 차량의 수리비용과 대차료 등을 합해 3억원에 육박하는 보험금이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씨가 현재 가입한 자동차보험 대물배상 한도는 1억원에 불과했다. 손보사 설명대로라면 향후 자동차 보험료 할증 외에도 수리비와 대차료 등 자비로 2억원을 마련해야 하는 '청천벽력(靑天霹靂)' 의 상황에 몰린 셈이다.

최근 외제차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정비 수가와 부품 비용 역시 오르고 있다.


특히, 논란이 되는 부분이 대차료다. 만약 사고난 외제차의 부품이 국내에 없으면, 외국에서 가져와야 하는데 그 기간이 한 달 이상 걸리는 경우도 종종있다. 피해 차량 운전자가 이 기간 동종의 외제차로 렌트를 하길 원다면 대차료는 수 천만원에 이른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외제차 사고로 인한 손해액(대차료 포함)은 2018년 1조7016억원, 2019년 1조8615억원, 2020년 2조23억원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고가의 외제차 사고로 인한 '대차료(렌트비) 폭탄'도 이 같은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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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문제는 대차료 지급에 관한 구체적인 법령이나 대법원 판례가 없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 현재 보험사에서는 대개 같은 배기량의 국산차(동급)를 기준으로 대차료를 지급하고 있지만, 법원 소송에선 단순 참고 자료로만 사용될 뿐이다. 피해 차량 운전자가 동종의 외제차를 렌트하기를 고집하면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는 셈이다.

경미한 자동차사고 수리비, 잣대없이 '들쭉날쭉' 고무줄 지급 논란


# A씨는 시내에서 교통체증으로 가다서다를 반복하다 앞차를 '살짝 쿵' 부딪혔다. 충격은 거의 주지 않았으나 과실비율 100% 추돌사고였다.


앞차 운전자는 목덜미를 움켜잡고 내렸고 바로 보험처리로 합의, 보험사에 대물·대인을 모두 접수했다. 범퍼 수리비용으로 45만원 나온 경미한 사고였지만 대인 보험금(상해 14급)으로 425만원을 부담해야만 했다.

A씨는 자신의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과다 지급했다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위 사례처럼 경미한 차사고 수리비가 구체적인 잣대없이 '고무줄'처럼 지급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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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미한 자동차 사고는 대물사고를 기준으로 적용한다. A씨처럼 긁히고, 조금 찌그러진 정도의 경미한 사고는 부품교체 대신 복원수리비만 준다. 또 상해등급이 가장 낮은 14등급이 나오거나 아예 병원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같은 경미사고에 상해등급 14등급인 일부 사고는 대인배상 보험금이 300만원을 훌쩍 넘는 경우도 발생한다.

업계 관계자는 "유사한 충격을 유발한 사고에서도 인적·물적 배상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은 사고의 개별적 특성 때문일 수도 있지만 과도한 보상심리가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미사고를 일으키는 시속 3∼7㎞로 충돌 시 초등학생용 놀이기구를 타다 발생하는 정도의 충격을 받는데, 이 같은 사고로 운전자가 다칠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게 국내외 연구결과"라고 설명했다.


차보험 대물 배상한도 3040세대 5억원 이상 설정 많아

삼성화재 다이렉트가 지난해 자사 자동차보험 계약을 분석한 결과, 대물배상 한도를 5억원 이상 가입한 고객이 전체의 6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 차량 중 차량가액 5000만원 이상 1억원 이하의 고가 차량이 2017년 대비 2020년 5만3000여 대에서 8만8000여 대로 66.5% 증가했고 1억원이상 초고가 차량도 같은 기간 5000여 대에서 1만 여대 가까이 86.3% 급증했다.

삼성화재 다이렉트 관계자는 "지난해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차량 중 외제차는 60여 만대로 3년 전에 비해 70% 이상 크게 늘었다"며 "이는 전체 가입 차량의 17.2%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연령대별로는 30~40대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대물배상 한도를 10억원으로 가입한 경우가 많았다. 30대는 절반 이상이, 40대도 40% 이상이 대물배상 한도를 10억원으로 가입했다.

특히, 30대의 경우 10명 중 6명정도가 '자동차 상해 특약' 가입을 선택했다. 앞선 두 담보의 가입현황을 살펴봤을 때 30~40대 고객들이 자동차보험 가입 시 사고에 대한 대비를 상대적으로 철저히 하고 있는 셈이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상해를 가입하고 대물배상액 한도를 늘린다고 해도 보험료 차이는 크지 않다"면서 "꼭 필요한 순간 혹시모를 경제적 부담이 발생치 않도록 보상한도를 여유있게 가입해 두는 게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부터는 운전자가 자신의 자동차보험료 할인할증 상세내역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쉽게 조회, 상당한 액수의 보험료를 아낄 수 있다. 이 시스템은 금융감독원이나 보험개발원 홈페이지를 거치거나, 직접 인터넷 주소를 입력해 접속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2300만명 이상 가입한 의무보험이고 2020년 기준 1대당 연평균 보험료가 74만원일 정도로 국민적인 관심이 높다"며 "보험금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최근 3년간 3건 이상의 사고가 발생하면 보험료가 50% 이상 급등할 수 있다. 보험처리 이후라도 소액 보험금을 자비로 내면, 보험료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이 조회시스템이 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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