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美실리콘밸리처럼…'해고 비용' 낮춰야 혁신기업 나온다"

박용범 기자, 이윤재 기자, 신혜림 기자
입력 2021/08/03 17:44
수정 2021/08/03 22:19
'매경·AKMS 젊은 경영학자상' 수상…금동일 컬럼비아대 교수

70년대에 법까지 바꿔가면서
해고 비용 확 높였던 미국
구조조정 필요한 기업 직격탄
러스트벨트 제조업 몰락 초래

기업들, 실패한 사업 접고
재빨리 새 먹거리 찾으려면
탄력적인 인력 운용이 필수
◆ 2021 전미경영학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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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한국경영학자협회 젊은 경영학자상` 수상자로 선정된 금동일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상패를 들고 있다.

"미국이 1970~1980년대 법 개정으로 해고 비용이 상승하자 구조조정이 필요했던 '추종 기업'들은 비용 부담이 늘면서 '선도 기업'을 따라잡는 데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이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피해를 주었고, 결국 미국 러스트벨트의 제조업 몰락을 초래했습니다."

제4회 '매경·한국경영학자협회(AKMS) 젊은 경영학자상' 영예의 수상자로 선정된 금동일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매일경제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금 교수는 '해고 비용이 기업 혁신 및 고용에 미치는 영향' '기술혁신과 정책의 역할' 등 연구로 최우수 박사 논문상을 비롯해 수많은 상을 거머쥔 미국 경영학계의 떠오르는 신진 학자다.


금 교수는 해고 비용이 국가, 기업, 개인 등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해왔다. 특히 국가 차원의 결정들이 산업 방향성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금 교수는 "미국은 1970~1980년대 법 개정으로 묵시적 계약(implied contract) 등 해고자유원칙(employment-at-will)에 대한 중요한 예외들이 인정되면서, 이는 당시 많은 부당해고 소송으로 이어졌다"며 "기업들은 소송을 피하기 위해 구조조정에 있어 보다 보수적이 됐고, 인사과의 확대 및 행정 비용의 지출이 발생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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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교수는 "노조 가입률과 해고 비용이 높은 프랑스의 경우 타이어 등 변화가 크지 않은 산업에 집중한다"며 "가장 유연한 노동시장을 가진 미국(특히 캘리포니아)의 경우 소프트웨어처럼 변화가 빠르고 인력 조정과 신규 인력 채용이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산업이 발전한다. 기업 차원에서는 기존 사업이 실패해도 신사업 추진을 가능하게 만드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금 교수는 "과거 미국의 해고 비용 상승은 미국 기업들이 다른 나라로 옮겨가는 요인이 됐다.


이는 합작사 및 계약 생산 등의 형태로 진행되면서 '혁신의 결과물'이라는 과실을 누리지 못한 채 기존 제조업이 빠르게 붕괴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이 현재 삼성전자, 애플 등에서 '현재진행형'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금 교수는 "삼성 제품의 'Manufactured in Vietnam(베트남에서 제조)', 애플 아이폰의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Assembled in China(캘리포니아에 있는 애플이 디자인하고 중국에서 조립)' 문구는 소비자들에게 너무나 익숙하지만 이 속에는 노동시장의 유연화, 산업공동화 현상, 사회적 비용 지불 등 다양한 문제가 얽혀 있다"고 말했다. 금 교수는 경영학의 역할과 관련해 기업·국가 정책 효과에 대한 객관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금 교수는 최근 최저임금, 고용보험, 상속세, 육아휴직 등 다양한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단순히 '절대악·절대선'의 구도로 대립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금 교수는 "이 같은 정책들은 긍정·부정적인 효과들이 공존하는 전략적 결정으로 평가받고 전달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본인의 연구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이들로 '한국 외환위기 당시에 본 수많은 해고자들'을 꼽았다.

금 교수는 "1997년 당시 중학생이었는데, 어린 시절 등하굣길에 공원을 지나면서 본 많은 해고자들이 훗날 연구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며 "첫 직장을 잡은 후에 그들이 왜 그리고 어떤 심정으로 거기에 있었을지 조금이나마 이해를 하게 됐고, 그것이 바로 해고 비용에 대한 연구를 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매경-AKMS 젊은 경영학자상' 심사는 장세진 KAIST 교수, 송재용 서울대 교수, 정동일 연세대 교수 등 AKMS 전임 회장 10명이 맡았다. 이번 심사에서 심사위원 대부분은 금 교수를 수상자로 선정하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장세진 교수는 "금동일 교수는 2017년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 톱 저널에 여섯 편의 논문을 출간했고, 그중 두 편은 단독 저자로 매우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올해 AKMS 연례총회에서는 삼성경제연구소(SERI), 아모레퍼시픽 장학상 수상자에 대한 시상식도 열렸다. SERI 장학금은 이상훈(UIUC), 정혜숙(코넬대), 권정현(텍사스대 댈러스캠퍼스), 김상윤(위스콘신메디슨대) 씨가, 아모레퍼시픽 장학금은 홍성현(한양대), 김대현(KAIST) 씨가 받았다.

▶▶금 교수는…

△1984년 출생 △2008년 다트머스대학(경제·수학 학사) △2017년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석·박사 △2017년~현재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조교수

[특별취재팀 :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서울 = 이윤재 기자 /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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