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노인 일자리 사업에 81억 줬더니…행정비용만 27억

입력 2021/09/12 16:57
수정 2021/09/13 07:49
줄줄새는 국고보조금 실태

퇴출대상 경유차에 1700억 지원
사립대 부담 강사임금도 보조
국고보조사업 85%가 낙제점

지원예산 매년늘어 올해 100조
부정수급 늘고 관리도 허술
"전수조사해 대대적 정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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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사업'은 노인 빈곤율이 높고 공적연금 체계가 취약한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됐다. 그래서 올해 보조금 예산으로 총 1조3150억원이 배정됐다. 그러나 보조금을 받는 기관들이 시스템에 나타난 부정 징후 사례를 점검하지 않거나 점검 결과를 시스템에 등록하지 않은 일이 다수 적발돼 보조금 관리에 구멍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고보조 100%로 혈세 80억7300만원이 투입된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 운영 사업'은 관리비용으로만 약 30%가 쓰여 수혜자 편익 대비 과다한 행정비용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매년 부실한 관리로 도마에 오르는 국고보조금이 여전히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고보조금은 이번 정부 들어 매년 규모가 급격하게 늘어 올해 국회 확정 예산 기준으로 100조원에 달하고, 국고보조사업 수만 5000개를 넘을 정도로 덩치가 커졌지만 사업 평가와 관리 수준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고보조사업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해 필요한 곳에 예산이 제대로 쓰이도록 하고 세금 낭비를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2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1년 국고보조사업 연장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평가 대상 사업 461개 중 '정상 추진' 평가를 받은 사업은 68개로 전체 중 14.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80개(39%) 사업은 보조금 규모를 감축하고, 194개(42.1%)는 사업 방식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체 사업 10개 중 8개는 운영이 부실하거나 보조금이 쓰이지 않는 구조조정 대상이라는 뜻이다. '즉시 폐지'나 '단계적 폐지'가 필요한 사업도 18개(3.9%)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원가 부풀리기로 보조금 수백억 원을 부정 수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노후 경유차 매연저감장치(DPF) 부착 보조금 사업'은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기를 개선하기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오염원인 경유차를 DPF 부착을 통해 폐차하지 않고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에 배치된다는 이유에서다. 평가단은 DPF 부착 사업의 국고보조율을 하향 조정하고 배출가스 관리 사업을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사업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올해 예산 1710억원이 배정된 DPF 부착 보조금 사업은 내년에도 예산 578억원이 책정됐다.

보조금 예산으로 7723억원이 배정된 도시재생사업은 국정과제로서 추진만 강조하다 보니 사업 효과에 대한 구체적 평가 없이 예산 투입만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가단은 올해 보조금 369억원이 배정된 '사립대학 강사 처우 개선 사업'도 높은 수준의 감축이 필요하다고 봤다. 정부 지원 비율이 70%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어 지원 규모를 상당 부분 감축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국고보조금 규모는 매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초기인 2018년 66조9000억원이었던 국고보조금은 올해 97조9000억원으로 치솟았다. 보조금 규모가 커지다 보니 그만큼 보조금을 부정수급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권익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공익신고 상담 5160건 가운데 보조금 부정수급과 관련한 신고는 20%에 달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모든 사업에 대해 원점 재검토를 실시해 불필요한 보조금을 대대적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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