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산업계 이어 한수원까지…"원전 추가로 건설해야" 강조

오찬종 기자박동환 기자
입력 2021/09/14 17:48
수정 2021/09/16 08:54
탄소중립위원회에 '2050 시나리오' 수정 요청

신재생 편중된 정책으로는
여름·겨울 전력감당 못해
원전 9기+α로 확대해야

발전업계 민간 기업들도
"우리나라 환경으론 불가"

학계·산업계 반대의견에도
정부 "최대한 강하게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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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이 탄소중립위원회가 제시한 탈원전 시나리오 수정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정부가 기존에 강조해온 원전 잔존 9기 유지 '틀'을 바꿔 추가적으로 원전을 건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적극 동참했던 한수원이 '원전 절대불가론'이라는 금기를 깨고 원전 확대로 공식 의견을 제시한 것은 처음이다.

14일 탄중위와 전력 업계에 따르면 위원회는 지난달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한 업계와 공공기관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가졌다. 앞서 탄중위는 2050년까지 차례로 원전을 폐쇄해 현재 25% 수준인 원자력 발전 비율을 6~7%로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탄중위의 의견 수렴 회의록에 따르면 한수원은 이 자리에서 "기존 초안인 원전 9기를 9기+α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신재생 일변도의 에너지 믹스에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한수원 측은 "활용 가능 잠재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비중 목표 달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면서 "재생에너지 이용률 및 이용시간 한계 등을 보완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탄중위는 지난달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 3가지를 공개했다. 시나리오별로 원전 비중을 23.4% 수준에서 최저 6.1%까지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탄중위는 한수원과 국내 기업 등 각계 이해관계자와 일반 국민 의견 수렴 결과를 반영해 최종안을 다음달 발표한다.

한수원 측은 탄중위에 해외 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들면서 원전이 탄소중립에 필수적인 수단임을 강조했다. 최대 전력 시장인 미국 사례를 들면서 "조 바이든 정부가 기존 원전과 소형원전(SMR) 등 차세대 원전을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대안으로 설정했다"며 "미국 에너지부는 이미 올해 초 미국의 원자력 리더십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전을 발표했다"고 강조했다.


또 한수원은 "일본은 지난 7월 에너지기본계획 초안에 후쿠시마 사고 이후 낮아진 원전 발전량 비중을 26%에서 2030년까지 최대 22%로 확대하는 방침을 수록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기업들 역시 한수원 의견에 공감하며 우려를 밝혔다. A기업은 "정부안대로라면 여름과 겨울 피크 부하 관리가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A기업은 "재생에너지는 피크 기여도가 낮은데 재생에너지 비율을 목표치까지 증가시켰을 때 대책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B기업은 "신재생에너지원의 변동성 및 불확실성과 재래식 발전소의 단기적인 폐쇄 결정은 국가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마저 이 같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선회를 요구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3일 중소기업중앙회 '2021 백두포럼'에서 "탄중위가 제시한 3안의 재생에너지 비중도 우리나라 지형적 조건과 기후 환경을 감안할 때 그 가능성에 대해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며 "현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탈원전 정책)을 역전환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전문가인 학계 교수진들도 우려를 밝혔다. 정용훈 KAIST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외부 의존 없는 조건에서 무탄소 전력을 구현하고 있는 나라는 노르웨이, 덴마크, 프랑스 등에 불과하다"면서 "이들 국가의 특성은 전력원이 수력과 원자력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각계각층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최대한 강하게 에너지 전환을 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14일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담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공포안이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됐다.

[오찬종 기자 /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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