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부 지분있는 기업, 해외 석탄발전 투자 금지…재계, 탈탄소 과속 우려

입력 2021/09/24 17:44
수정 2021/09/24 23:08
금융지원 중단 대상 확대로
산업·금융계 타격 불가피
"韓정부 국익 고려 안해" 지적
다음달 1일부터 정부와 전 공공기관의 신규 해외 석탄발전 공적 금융 지원이 원칙적으로 중단된다. 이미 승인된 사업은 상대국과의 관계, 사업 진행 상황 등을 고려해 필수적으로 이뤄지는 부수 거래만 허용된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공공기관의 신규 투자를 중단한 뒤 지분을 보유한 민간기업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등 범부처는 24일 신규 해외 석탄발전 공적 금융 지원 중단 선언의 취지를 구체화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합동 가이드라인(지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타국 사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 동향 등을 논의하는 관계부처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신규 해외 석탄발전 공적 금융 지원 가이드라인은 10월 1일부터 적용된다.


정부가 해외 석탄발전 투자를 공식적으로 금지하고, 제한을 민간 투자로까지 확대하기로 함에 따라 국내 산업계와 금융계 타격이 커지게 됐다. 기업과 금융권에서는 탈탄소 목표에는 동의하면서도 급격하게 석탄발전 산업을 친환경발전으로 전환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24일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정부의 신규 해외 석탄발전 지원 중단 대상은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와 모든 공공기관이다. 공공 부문이 선도적으로 정책적 신호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지분을 보유하고, 이사회 등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민간 기관에 대해서도 신규 해외 석탄발전에 금융 지원을 중단하는 방향으로 유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국민연금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이 대상이 된다.

정부는 공적 금융 지원에 대한 개념도 구체화했다. 가이드라인을 보면 공적 금융 지원은 정부·지자체 및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공적 개발 원조, 수출금융, 투자 등을 포괄한다. 사실상 모든 금융 지원을 금지하는 것으로 못 박았다.

해외 석탄발전 금융 지원이 중단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이 우려되는 기업은 두산중공업이다.


두산중공업은 해외 사업 연결 매출을 기준으로 했을 때 석탄화력 매출이 전체의 35~40% 수준에 달한다. 이미 탈원전 정책으로 흔들린 두산중공업에 추가적 부담 요인으로 다가올 수 있다.

대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유럽 일부 국가가 주도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석탄발전 금융 지원 중단에 대해 일본과 호주, 터키 등은 반대의 목소리를 분명히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석탄화력발전 비중이 한국만큼 높지 않은 국가들도 이처럼 할 말을 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가 국익에 대해 충분히 고려했는지 아직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석탄발전 해외 투자 중단에 나서게 된 것은, 대폭 상향시키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해외 탄소 발생 분량 감소가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정부가 금융 지원 중단을 공식화함에 따라 향후 석탄발전 해외 투자는 사실상 어려워지게 됐다. 현재 해외 프로젝트는 전체 금액의 92%가 공적 금융사를 통해 지원되고 있다. 지난달 IBK기업은행과 시중 4대 금융지주를 포함한 113개 금융사가 2050년 탄소중립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기후금융 지지 선언을 했지만 공적 금융사들이 이에 불참한 것 역시 이 같은 높은 해외 프로젝트 투자 비중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정부는 신규 해외 석탄발전 및 설비에 대한 금융 지원은 원칙적으로 중단하되 추가 사항에 대해서는 국제적 합의 내용을 적용하기로 했다.

[오찬종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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