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구서 불과 40분 거리인데…세집 중 한집이 비어있다

송민근 기자박동환 기자
입력 2021/09/26 18:27
수정 2021/09/27 16:23
경북 성주군 마을에 가보니

철거하는데도 돈 들다보니
마을 곳곳에 흉물로 방치
주민들 "오는 사람 없으니
사지도 팔리지도 않아요"
◆ 지자체 74곳 소멸 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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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 우려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경북 성주군 수륜면 계정2리에 위치한 빈집 [박동환 기자]

대구광역시 외곽에서 차로 불과 40분 떨어진 경상북도 성주군 수륜면. 수륜면 계정2리를 승용차로 잠시 돌아보자 언제 관리했는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풀이 무성히 자라 집과 수풀의 구분이 어려운 빈집이 이어졌다.

얼추 둘러봐도 70여 채 중 20채가량이 빈집이었다. 마을에서 73년을 살았다는 토박이 A씨는 "마을 어르신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그 자식들이 집주인이 됐다"며 "당장 봐도 빈집이 많이 있지만 이를 처분하려는 이들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은 지 반세기도 더 넘은 빈집이어서 비라도 많이 오면 무너질까 걱정스럽지만 누구도 손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A씨는 "빈집이라도 다 집주인이 있는 사유재산인데 누가 손댈 수 있겠냐"면서 "면사무소에서도 (빈집을) 조사하러 마을에 몇 번 들락거린 것을 본 기억이 있지만 얼마 안 가 잠잠해졌다"고 회상했다.

성주군은 행정안전부 의뢰로 국토연구원이 작성한 '지방소멸 대응 중간 보고서'에서 상주 영주 영덕 청도 청송 의성 등과 함께 인구소멸 우려지역으로 지목된 곳이다. 이외에 상주 영주 영덕 청도 청송 의성 6곳은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지정됐다. 인구소멸 현주소는 속속 늘어가는 빈집에서 드러난다.

지난해 12월 기준 경북 성주군 수륜면에는 주택 2097채가 있다. 매일경제가 한국전력의 전력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들 중 빈집으로 추정되는 가구는 693채(33%)에 달했다. 냉장고만 꽂아둬도 한 달간 전력 약 40kwh가 사용되는 만큼 한 달에 전력량이 10kwh도 되지 않은 가구를 빈집으로 추산했다.

성주군 수륜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근 경북 상주시 공성면 신곡리는 77가구만 남은 동네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력 데이터상 빈집은 32채에 달한다.


이 동네 맨 꼭대기 집에 사는 30대 김 모씨는 "우리 집 위쪽에 집이 한 채 있는데 오랫동안 빈집으로 방치됐다"며 "올 3월 그 집이 무너진 뒤 장마철에 우리 집을 덮칠까 조마조마했는데 마땅한 조치 방법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빈집이 늘어가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농촌지역의 인구소멸이다. 송미령 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구소멸로 인해 "2040년 전체 면의 37.7%에 해당하는 450개 면은 인구가 2000명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2015년 한 해 동안 아이가 10명 이하로 태어난 읍·면이 706곳으로 전체의 50%에 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방 농촌에서 새로 태어나는 아이가 사실상 '0명'인 만큼 지역소멸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인구 감소에 더해 높은 철거비용이나 잘못된 세금제도 등도 농촌지역 빈집이 방치되는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수륜면에서 만난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철거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어 빈집을 처분하지 않는 집주인이 많다"며 "특히 슬레이트 지붕을 올린 집은 석면 유출 위험이 있어 철거해서 팔아봐야 돈도 안 된다"고 말했다. 폐가를 처분할 때 폐가를 유지할 때보다 더 많은 세금을 물리는 현행 제도도 문제다. 폐가를 방치하면 해당 토지와 주택에 대해 매년 재산세 0.1%만 납부하면 되지만 폐가를 허물어 토지로 바꾸면 재산세율이 0.2%로 두 배 뛴다. 활용하지 않는 토지를 줄이기 위해 토지만 있을 때 세율을 높게 매긴 것이지만 폐가 철거에는 장애물로 작용하는 실정이다.

[서울 = 송민근 기자 / 성주 =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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