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3천억 청년월세사업 밀어붙이더니…심사자료 없었다

입력 2021/10/24 17:52
수정 2021/10/25 07:26
국회예산정책처, 내년도 예산안 분석해보니

신사업 3배로 늘어 무려 12조
법적 근거·예산 검증 미흡
"예산 6조 전면 재검토 필요"

세금으로 갚는 적자성채무
2025년 953조원까지 늘어
금리인상땐 이자부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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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사업비가 3000억원에 이르는 청년 월세 한시 특별지원 사업은 무주택 청년에게 월 20만원씩 최대 1년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내년 예산안에 821억원이 반영됐다. 현행법상 총 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재정 지원 300억원 이상)인 사업의 예산을 편성하기 위해서는 예비타당성 조사가 선행돼야 하지만 청년 월세 지원 사업은 정부의 예타 면제 사업으로 선정됐고, 청년 대책의 일환으로 발표되자마자 일사천리로 내년 예산안에 반영됐다.

문제는 예타 면제 사업은 중장기 소요, 재원 조달 방안, 비용과 편익 등을 분석한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결과를 예산편성에 반영하도록 국가재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업은 검토 결과가 예산안 심사가 한참 지난 내년 6월에야 나온다는 점이다.


국가 재정이 3000억원이나 투입되는 사업이 객관적 검토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로 국회 심사를 받게 된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청년들 달래기용으로 급조해 쏟아낸 청년 대책을 내년 예산안에 반영하면서 나타난 부작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22년 예산안 심사가 본격화한 가운데 내년 새로운 사업으로 편성된 신규 예산 가운데 상당 부분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국회 분석이 나왔다. 국가 채무가 팽창함에 따라 효율적인 예산편성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오히려 정부가 예산 검증에 더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4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2년도 예산안 분석' 자료에 따르면 내년 신규 사업으로 반영된 예산은 총 12조9390억원으로 전년(4조1188억원) 대비 8조8202억원이나 증가했다. 예정처는 내년 신규 예산 가운데 45%인 5조8620억원 규모 예산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봤다.

내년 3조1530억원이 편성된 코로나19 예방접종 실시 사업도 면밀 검토 사업으로 분류됐다.


질병관리청이 1억9534만회분의 코로나19 백신 기계약분에 더해 총 9000만회분의 추가 계약을 계획하고 있는데, 현재 접종 제외자를 감안하면 사실상 1인당 6회씩 접종이 가능한 물량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예정처는 아직까지 3~4회에 이르는 부스터샷에 대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향후 접종 계획을 철저히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이번 정부의 최대 치적인 한국판 뉴딜에 포함된 대형 사업 중에서도 미비점이 발견돼 예산 심사 과정에서 잡음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사업의 객관적 검증 없이 반영된 예산은 바람직하지 않은 재정 집행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예산안 관리에 문제점이 드러난 상황에서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할 적자성 채무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적자성 채무는 2016년 359조9000억원에서 2025년 953조3000억원으로 9년 만에 2.5배 이상 불어날 전망이다. 적자성 채무는 채무 상환 시 세금 등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국민 부담과 직결된다.

송병철 예정처 예산분석실장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등은 향후 발행되는 국고채 조달금리를 상승시켜 이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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