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무주택자 대출 늘려준다더니…'소득 잣대'로 한도 줄였다

입력 2021/10/27 18:00
수정 2021/10/28 10:38
오락가락 정책에 실수요자 분통

연소득 4000만원 무주택자
시가 6억 아파트 구매할때
3억6000만원 대출 가능했지만
내년 1월 한도 7000만원 줄어

신용대출 4000만원 상환하면
주담대 1억8000만원 더 받아
일관성 없는 계산방식도 논란
◆ 대출규제 후폭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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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상담 창구가 고객이 없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6일 강화된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내놨다. 이번 대책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총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할 경우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의 규제가 적용된다. [한주형 기자]

정부가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내놓은 대출정책이 반년도 안 돼 뒤집히면서 임시방편에 급급한 정부 정책으로 실수요자들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는 염려가 제기된다. 은행 창구에는 정부 가계부채 대책으로 내년부터 대출 한도가 줄어들 것을 염려한 수요자들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27일 매일경제가 정부가 발표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확대 적용하는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에 따른 주택대출 가능 금액을 추산한 결과 무주택자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살 때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이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계산됐다.


연 소득이 4000만원인 무주택자 A씨가 투기지역에 위치한 시가 6억원짜리 아파트를 구매한다고 가정할 때 현재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인 40%에 우대 혜택 20%포인트가 적용돼 집값의 60%인 3억6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LTV 완화를 골자로 한 대책을 시행한 바 있다. 하지만 내년 1월 이후에는 LTV 완화 요건보다 DSR 규제가 우선 적용돼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든다. A씨가 DSR 40% 규제를 맞추기 위해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의 최대 한도는 2억9000만원이다. 이를 LTV로 환산하면 48.3% 수준이다. 정부가 무주택자를 위해 혜택을 높인 정책이 반년도 안 돼 무력화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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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은행 창구에는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과 관련해 내년에 대출을 받을 수 있을지 알아보는 문의가 잇따랐다. 수도권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을 방문한 B씨(41)는 "내년에 전세 기간이 만료돼 주택을 구매할 예정인데 대출 한도가 줄어들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간 불균형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출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번 대책의 핵심인 DSR 규제가 확대되면 신용대출은 상환하고 주택담보대출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연 소득이 4000만원인 직장인이 기존에 신용대출 4000만원을 보유한 상태에서 시가 6억원의 주택을 구매하면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는 1억1500만원이다. 하지만 신용대출이 없는 상태에서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는 2억9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신용대출 보유 여부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한도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는 대출 원리금을 계산하는 방식 때문이다.

신용대출은 내년 1월부터 산정 만기가 7년에서 5년으로 줄어들어 대출 원리금이 많이 잡히게 된다. DSR는 연간 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것이어서 대출의 만기가 줄어들수록 대출 한도가 감소한다. 신용대출이 DSR 산정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만큼 내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는 기존에 갖고 있는 신용대출을 상환하고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것이 대출 한도를 늘리는 방법이다.

정부가 내년 1월부터는 카드론도 DSR 산정에 포함하기로 하면서 카드론 이용자들이 만기를 3년으로 길게 약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카드론의 산정 만기를 '약정 만기'로 적용하기로 했는데 만기가 짧을수록 원리금 계산에 불리해진다. 카드론 만기는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2~3년으로 운영되는데, 1년 단위가 가장 많다. 약정 기간을 3년으로 길게 잡으면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만큼 중도상환 수수료가 없는 카드론의 이점을 이용해 대출을 다시 받는 수요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DSR 계산에서 현금서비스는 제외하기로 하면서 대출 절벽에 떠밀린 실수요자들이 여기에 몰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업계 영업도 현금서비스 중심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유신 기자 /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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