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미국→중국 해운운임 공짜…컨테이너박스 싹쓸이 나선 중국

박동환 기자
입력 2021/10/13 17:48
수정 2021/10/14 06:36
미국 컨테이너겟돈發 기현상

中선사들 컨테이너 확보총력
"美서 中 오는 화물운임 할인"
사실상 제로운임 '가격파괴'

다국적 기업들 물류비 아끼려
韓보낼 화물도 일단 상하이行
상황지속땐 국내영향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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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컨테이너 확보 전쟁에 나선 가운데 초대형 운반선 정박이 가능한 산둥성 르자오항에 선적을 기다리는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AP = 연합뉴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물류 '병목 현상'이 심해지자 한국 시장에 제품을 파는 미국 기업(화주)들이 한국으로 화물을 발송하지 않고 중국 상하이로 보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충격 이후 올해 들어 세계 물동량이 급증했지만 짐을 싣고 내리는 항만 인력이 늘어나는 물동량을 따라가지 못하며 주요국 항만 인근에서 대기하는 선박들이 급증하고 있다. 컨테이너를 실은 선박들이 줄줄이 바다에서 대기하다 보니 육지에서는 컨테이너 박스를 확보하는 일에 비상이 걸렸다. 업계에서는 '컨테이너겟돈(컨테이너와 '대혼란'을 뜻하는 아마겟돈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13일 해운 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 박스 부족 사태가 불거지자 최근 주요 중국 선사들은 미국에서 중국으로 돌아오는 배에 물건을 실으면 운임을 '제로' 수준으로 파격적으로 깎아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노선을 오가는 중국 선사들은 주로 중국에서 물건을 싣고 미국으로 운송해 수익을 낸다. 미국에서 짐을 내리고 빨리 중국으로 되돌아와 다시 짐을 싣고 미국으로 가야 이익을 보는 구조다. 컨테이너 부족 사태가 두드러지자 중국 선사들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돌아오는 운임을 파격적으로 낮춰 남는 공간에 얼른 물건을 채워 중국으로 빨리 돌아오도록 유도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미국에서 한국으로 수출하는 일부 업체가 한국으로 가는 배에 짐을 싣지 않고 중국행 선박에 짐을 싣는 현상도 나타난다. 중국으로 보내는 운임이 파격적으로 낮아지자 일단 물건을 중국으로 보낸 뒤 중국에서 한국으로 재차 물건을 보내는 게 더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다국적 정밀기기 제조사인 미국 메틀러 토레도가 대표적이다. 메틀러 토레도 한국지사 관계자는 "일부 제품은 한국으로 물건을 발송하지 않고 일단 중국으로 보낸 후 환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해운 업계 관계자는 "올해 물류 대란을 전후해 상당수 다국적 기업이 상하이항에 물류센터를 세우고 일단 중국으로 물건을 보낸 뒤 한국 등 다른 지역에 근거리 배송에 나서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상하이국제항만그룹(SIPG)은 최근 상하이 양산항에 머스크, MSC, CMA CGM 등 대형 선사가 참가하는 '동북아시아 공컨테이너 수송 센터'를 설립해 컨테이너 수거뿐만 아니라 컨테이너 수리, 정비 등을 위한 업무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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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컨테이너 박스 '싹쓸이'에 나서며 한국 부산항이 타격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부산항을 오가는 외국 선박은 1~7월 1만8629척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5% 줄었다.

이에 대해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부산항도 빈 컨테이너를 많이 확보해나가고 있다"며 "운임만으로 기항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부산항과 상하이항의 운임 차이가 날 수는 있지만 그 차이는 매번 뒤바뀐다"며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 항만 적체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세계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주 4647.60을 기록해 2주 만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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