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환경부, SRF 장려하더니…주민 눈초리에 규제만 덕지덕지

입력 2021/10/13 17:49
수정 2021/10/13 17:50
폐기물 처리에 탄소중립까지
두토끼 잡을수 있는 SRF발전

유럽보다 7배 강한 기준적용
설비 늘려온 업계 '전전긍긍'
◆ 멈춰 선 SRF발전소 ◆

고형폐기물연료(SRF)를 활용한 열병합발전은 폐기물 처리와 탄소중립 두 가지 측면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 폐플라스틱이나 폐비닐을 활용해 SRF용 연료를 만들면 폐기물을 매립하거나 무의미하게 태우는 양을 줄일 수 있다. SRF 발전이 화력발전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어 석유나 천연가스(LNG) 수입을 줄이고 탄소배출을 덜 수 있다. 2017년 이후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허가한 SRF 소각시설은 60여 곳으로, 이곳에서 사용할 SRF는 폐기물 처리 업체가 소각에 적합한 플라스틱과 비닐을 선별해 생산한다.

현행법에서 SRF용 고형연료는 △발열량 △수은 함유량 △염소 함유량 △황분 함유량 등에 따라 점수를 매겨 이를 기준으로 연료 등급을 나눈다.


예를 들어 발열량이 6000㎉ 이상이면 3점, 5000㎉ 이상이면 2점, 3500㎉ 이상이면 1점을 주는 방식이다. 수은이나 염소 함유량도 비슷하게 점수를 매긴다. 이렇게 매긴 점수가 10점 이상이면 최우수, 8~9점이면 우수, 4~7점이면 양호 등급을 매겨 왔는데 이번 개정안은 4~7점에 해당하는 양호등급 연료의 사용을 막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4가지 기준 중 하나라도 1점을 받으면 연료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환경부는 법 개정 이유에 대해 "고형연료 사용에 따른 지역주민의 우려가 지속 발생하면서 환경성과 주민수용성을 제고하기 위해 고형연료 제품의 품질 등급 기준과 보관 기준을 강화해 고형연료 제품의 고품질화를 꾀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님비' 현상이 심하니 연료기준을 상향하겠다는 것이다.

폐기물 전문가인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사회연구소장은 "SRF용 연료는 육안으로 보면 일반 폐기물과 거의 차이가 없어 주민들이 반발하는 것"이라며 "연료 기준을 강화해봐야 주민들은 여전히 쓰레기를 태운다며 반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님비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이라지만 실익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주민수용성 제고 방안을 찾아야 하는 정부가 사업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상황"이라며 "환경 선진국보다 강한 규제를 이미 적용하고 있으면서 추가 상향하는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환경 선진국으로 꼽히는 EU는 폐기물의 에너지 회수를 장려하기 위해 연료의 ㎏당 발열량이 717㎉만 돼도 SRF 발전에 활용하고 있다. 환경부는 이미 ㎏당 3500㎉ 이상 발열량을 내야 한다고 규제해왔는데, 5000㎉ 이상으로 상향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같은 발전 방식에 EU보다 7배 강한 기준을 적용하는 셈이다. 발전업계와 SRF용 원료 생산업계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장근 한국고형연료제조협회장은 "정부가 폐기물 재활용을 위해 SRF 발전을 장려했기에 설비를 늘리고 재활용에 앞장서 왔는데 갑자기 연료 기준을 상향한다니 참담한 심정"이라며 "이대로 연료 규제를 상향하면 채산성이 떨어져 SRF 생산기업이 모두 도산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SRF 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SRF 발전업계와 연료 생산업계는 기존 규제에 맞춰 발전시설과 생산설비를 다 갖춰둔 상황"이라며 "환경 개선 효과도 없는 규제를 도입하면 지금까지 만들어온 SRF 발전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SRF 발전소 인근 거주민의 반발이 심하기에 연료 기준 상향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현재 생산되는 일부 SRF 중 낮은 등급 원료는 돈을 받고 팔지도 못하는 실정인 만큼 시장 정상화 목적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관해 유 교수는 "SRF 발전소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해 가동 정상화를 추진해야 하는데 엉뚱하게 연료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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