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우리 동네도 '쓰레기산' 생길라"…헛도는 소각장에 전국 몸살

입력 2021/10/13 17:49
수정 2021/10/14 10:10
SRF '주민반발·규제' 이중고

3천억원 쏟아부은 나주SRF
유해물질 배출 우려 제기에
3년 넘도록 가동조차 못해

내년 완공예정 영광발전소
주민 반대로 공사 중단돼

"매립지도 소각장도 싫다"
'님비'에 쓰레기 처리 난항
◆ 멈춰 선 SRF발전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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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광군 홍농읍의 SRF 열병합 발전소 공사 현장. 이곳은 내년 완공 예정이었지만 주민 반발에 공사가 중단됐다. [전범주 기자]

경북 김천시 신음동 고형폐기물연료(SRF) 소각장 용지는 김천시와 사업주의 치열한 법정 공방으로 여전히 나대지 상태다. 용지 조성을 마친 지 2년이 넘었지만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사업 용지에는 원래 고물상 등 폐기물 재생업체가 존재했고 주변엔 변전소와 화장장 같은 혐오시설이 있었음에도, 지역 사회 반발이 일자 김천시가 사업을 막는 조례를 제정해 소급적용했다는 게 사업주의 주장이다. 1심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였으나, 반대 주민들의 시위가 점점 거세지면서 2심은 김천시의 손을 들었다. 이 소각장에선 하루 360t의 고형폐기물을 태워 80t의 스팀을 김천산업단지에 공급할 계획이었지만 사실상 백지화됐다.


다음 정권의 절반이 지나가는 시점인 2026년 초, 수도권은 엄청난 혼란이 예정돼 있다. 매립지가 포화 상태에 다달은 인천시가 2026년부터 수도권에서 나온 쓰레기 매립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는 이상,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의 어마어마한 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쓰레기 대란이 불가피하다.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 곳곳이 쓰레기로 인해 이미 몸살을 겪고 있다.

쓰레기 대란을 미루게 할 방법은 두 가지다. 나오는 쓰레기의 양을 줄이는 것, 쓰레기 재활용으로 매립량을 줄이는 것. 성장하는 경제에서 쓰레기 총량을 줄이는 건 엄청난 인식 변화와 시간을 요하는 장기전이다. 결국 나온 쓰레기를 최대한 재활용하고, 친환경적으로 소각·분해해 매립량을 줄이는 게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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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인천 수도권매립지에 연간 반입되는 폐기물은 약 300만t으로 이 중 절반 이상이 휴지 등 가연성 폐기물로 소각이 가능하다. 하지만 가연성 폐기물을 분리해내기 어려워 일단 땅속에 매립한다. 실제 100t의 쓰레기를 태우면 그 양은 15t까지 줄어든다. 쓰레기를 매립하는 데 들어가는 땅을 7분의 1 수준까지 아낄 수 있다는 말이다. 태우면 재가 돼 부피와 무게가 감소한다는 건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다.


환경부가 "폐기물은 먼저 소각하고 남은 재만 매립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수도권은 2026년부터, 그 외 지역은 2030년부터 이를 시행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다.

특히 쓰레기 중 합성섬유나 종이, 목재 등의 가연성 물질을 선별해 파쇄·건조한 후 고형연료로 만들어낸 SRF는 폐기물을 에너지화해서 석탄 등 화력발전량을 줄일 수 있다는 면에서 더 획기적인 탄소중립 공법이다.

하지만 국내 SRF 발전소는 지역이기주의(NIMBY)라는 엄청난 난제에 부딪힌 상황이다. 환경부 폐자원에너지 종합정보관리시스템에 따르면 2017년 72곳이던 SRF 처리시설이 지난해 되레 67곳으로 줄었다. 2018년 이후에 추가로 사업을 신청한 곳은 한 곳도 없다. 여러 이유로 건설이나 운영을 중단한 SRF 발전소도 전국적으로 10곳이 넘는다. 국내 하루 평균 폐기물 발생량은 2014년 40만1658t에서 2019년 49만7238t으로 5년 동안 24% 증가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활용을 통한 소각시설이 되레 줄고 있는 현실은 쓰레기 매립장의 포화로 이어진다. 2019년 미국 CNN에 보도됐던 경북 의성 '쓰레기산'이 상징적인 사례다.

전남 나주 SRF발전소는 2017년 12월 준공했지만 3년 넘게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건설비만 2865억원이 투입됐지만, 나주혁신도시 주민들이 유해물질 배출 우려와 광주광역시 폐기물 반입금지 등을 이유로 가동을 반대하면서 발전소에는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올해 6월 발전소의 가동을 시도했지만, 최근 장성야적장에 보관 중인 연료가 품질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서 발전소 가동은 또 물 건너갔다. 하루 466t의 SRF 연료와 LNG를 함께 사용해 열과 전기를 얻는 이 첨단 시설은 현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천덕꾸러기가 됐다. 최근 환경부가 SRF의 품질을 세분화하는 결정을 내리는 데 나주 발전소가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전남 영광군 홍농읍에 위치한 영광SRF열병합발전소도 외벽만 서 있는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당초 공기가 30개월로, 2022년 8월 완공 예정이었지만 반대하는 주민이 내건 현수막만 나부낄 뿐 공사인력은 자취를 감췄다. 내년 완공은 이미 물 건너간 상태다. SRF 분쟁을 겪고 있는 영광군은 매립지 포화로 이미 재난 상황의 피해를 보는 곳이기도 하다. 영광군은 지난 7월 쓰레기매립지 인근 주민들이 환경관리센터 문고리를 걸어 잠그며 또다시 쓰레기 대란에 휩쓸렸다. 도심 곳곳에는 수거되지 못한 종량제 봉투가 나뒹굴고 있고, 뒤섞인 생활폐기물에서 악취가 풍긴다. 지난해 8월과 12월에 이어 세 번째 쓰레기 대란이다. 한쪽에서는 매립지를, 한쪽에서는 소각장을 반대하며 쓰레기는 갈 길을 잃었다.

소각에서 나온 재로 매립지를 만들어 폐기물을 처리하자는 아이디어도 외국에서는 이미 구현되고 있다. 일본이나 싱가포르는 소각재처럼 이미 안정화된 폐기물을 바다에 묻어 간척지를 만들고 이를 해면매립지로 운영하고 있다. 큰 규모의 매립지 용지를 확보함과 동시에 국토를 넓힌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오염물질이 바다로 유출될 우려가 있어 국내에서는 아직 활용하지 않고 있다.

■ <용어 설명>

▷ SRF(Solid Refuse Fuel, 고형폐기물연료) : 고체폐기물 중 발열량이 4000㎉/㎏ 이상인 폐합성수지, 폐지, 폐목재류 등 가연성 물질을 선별하여 파쇄, 건조 등의 처리 과정을 거쳐 연료화시킨 고체연료를 통칭.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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