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차 가지고 나가기 겁나네"…서울 휘발유 가격 ℓ당 1800원 돌파

입력 2021/10/18 15:34
수정 2021/10/1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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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가 고공행진 중인 가운데 14일 여의도의 한 주유소에 유가가격이 안내돼 있다. [매경 DB]

국내 유가 최고가 지역인 서울의 휘발유 가격이 18일 ℓ당 1800원을 넘어섰다. 최근 국제유가가 7년 만에 최고치로 급등한 여파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ℓ당 2000원 돌파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국내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723원으로 지난달 말일(1646원)에 비해 77원 올랐다. 올해 들어서도 소폭 오름세를 보이거나 보합세를 유지하는 수준이었는데 이달 들어 상승폭이 가팔라졌다.

서울의 평균 휘발유 값은 어제 1796.6원에서 오늘 1801.0원으로 하루 사이 4.4원 뛰었다.


서울 중구나 종로구, 강남구 도심권에선 대부분이 2000원을 훌쩍 넘긴 상태이며, ℓ당 2500원을 넘는 주유소들도 나오는 모습이다.

평균 휘발유 값이 1700원을 넘어선 건 2014년 12월 초순이 가장 최근으로 7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앞서 2018년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국내 가격도 상승했는데 당시에도 1700원은 넘지 않았다. 정부는 국내 유가 안정을 위해 2018년 11월부터 6개월 동안 한시적 유류세 인하를 단행하기도 했다.

휘발유 값이 오른 건 국제유가가 상승에 따른 것이다. 환율 상승도 영향을 줬다.

지난달 초 배럴당 70달러 안팎이었던 유가는 지난 15일 기준 84.9달러(브렌트유 기준)로 올랐다. 국제유가는 통상 2주에서 한달가량 시차를 두고 국내 판매가격에 영향을 끼친다. 코로나19로 수요가 줄었는데 선진국에 이어 세계적으로 백신접종률이 확대되며 산업 전반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

반면, 공급은 수요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 등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석유 메이저에서는 최근 수년째 신규 투자에 소극적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에선 이렇다 할 증산 움직임이 없다.

문제는 유가 상승이 이제 시작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시장에선 유가가 앞으로 꾸준히 올라 연말이면 배럴당 100달러, 내년에는 200달러로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WSJ)이 퀼크스트라이크의 자료를 인용해 17일(현지시간) 원유 선물옵션시장에서 트레이더들이 브렌트유가 내년 말까지 배럴당 200달러에 거래될 수 있다고 여기고 매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말까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값이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을 예상한 매매도 확산하고 있다. CME그룹 자료에 따르면 현재 원유 선물 옵션시장에서 가장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 종목이 행사가 100달러인 콜옵션이다. 행사가격이 100달러인 콜옵션 거래량도 지난 15일 14만1500건에 달했다. 이는 약 1억4100만배럴에 해당한다. 이는 세계 경제의 하루 생산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코로나19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한 유류세 인하 요구도 점차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가가 유류세 인하를 단행했던 2018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며 "국제유가 오름세와 고환율이 지속되고 있어 국내 유가 안정을 위해서는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유업계는 유류세 인하·인상이 시차를 두고 효과를 냈던 전례에 비춰 적극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국제유가가 100달러 선을 돌파하거나 국내 휘발유 가격이 2000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은 과도한 우려라고 말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 등 주요 에너지기관의 최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시장의 수급 여건이 계속 여유없이 지속되겠으나, 4분기 중 원유 공급이 늘어남에 따라 유가의 추가 상승은 다소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이유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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