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출 억제로 어려운 서민, 그들에 돈 빌려줄 정부출자은행 필요"

노영우 기자, 문일호 기자
입력 2021/10/19 17:20
수정 2021/10/19 21:44
[매경이 만난 사람] 정부-금융권 중재자로 나선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대출 안돼 고객들 힘들지만
부채 위험 지켜볼 상황 아니다
금융권의 자기 절제도 필요해

은행 증권사 빅테크 업무별로
당국 편의상 나눠서 규제받아
계열사간에도 정보공유 못해
이제 소비자 관점에서 봐야
대담 = 노영우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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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은행연합회 집무실에서 김광수 회장을 만났다. 매일경제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그는 "대립보다는 소통을 통해 양극단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면 금융소비자들을 위한 규제나 정책이 자연스럽게 도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주형 기자]

'K자형' 양극화 시대에는 치우치지 않는 인물이 필요하다. 좌와 우, 빅테크와 기존 금융사, 정부와 업계 등으로 갈라져 서로 간의 소통을 거부하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양극단에 말을 전해줄 '메신저'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작년 12월에 취임한 김광수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은 최근 금융당국과 금융지주, 카카오 등 빅테크와 레거시(전통 은행)의 대립과 긴장을 완화하는 데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그는 노무현정부 시절엔 청와대 비서실에 근무한 적이 있고, 이명박정부 땐 한나라당 수석위원으로 일하는 등 보수·진보 정권 모두에서 요직을 경험했다.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서 금융회사 경력도 쌓았다. 항상 책을 끼고 사는 습관 때문에 어떤 질문에도 발언하는 데 막힘이 없다는 평판도 얻었다.


은행연합회 집무실에서 김 회장을 만나 각종 금융 현안과 협회장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부의 획일적 규제로 은행 대출이 중단됐다. 대출 규제가 너무 투박한 것 아닌가.

▷부채도 늘고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기준금리를 올리고, 대출을 조이는 것은 정부의 큰 역할 중 하나다. 신용대출이 급증하면 은행들의 영업수익이 높아지지만 은행의 건전성 문제가 불거지기 때문에 이를 억제해야 한다. 과거 금융당국은 구두로 은행 정책에 개입했지만 이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같은 명확한 기준을 갖고 판단한다. 막상 대출받는 사람 입장에선 왜 대출이 안 나오고, 금리가 높아져 이자를 많이 내야 하는 상황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래도 당국자들은 세계 10대 경제 대국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개인과 은행들이 필요에 따라 무한정 대출을 늘리는 모습을 마냥 지켜볼 수 없다. 금융권 모두가 자기 절제가 필요하다.

―본원 통화는 매월 10%씩 늘고 있다. 한쪽에선 유동성 공급, 다른 한쪽에선 대출 규제는 모순 아닌가.

▷코로나19 사태가 2년째 지속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동안 양적 완화로 막대한 돈이 풀리면서 부채 증가와 버블 압박을 받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양극화다. 고신용자가 더 많은 대출을 싸게 빌리는 것이 금융 상식에는 맞지만 팬데믹 이후에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계속 부유한 사람에게 돈이 쏠린다면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다.

―정부의 추가 대책이 필요한가.

▷서민금융 지원을 전담하는 별도 은행이 필요하다. 지금도 국책은행이 있지만 서민에게 더 많은 돈을 빌려줄 수 있는 '정부의 은행' 설립도 검토해봐야 한다. 정부가 재정을 통해 기초 자본을 공급하면 이를 레버리지로 서민들에게 많은 자금을 공급할 수 있다. 민간 은행들은 시장의 원리에 따라 영업의 자율권을 보장하고 정책적 목적은 별도로 수행할 수 있는 은행을 새로 만들 필요가 있다.

―미래 금융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

▷디지털 전환 시대에 걸맞지 않은 규정이 바로 '전업주의'다. 사람들은 은행이나 빅테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에게 맞는 금융 서비스를 원한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국내에서 은행업, 증권업, 카드업 등으로 구분 지어 규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전업주의 때문에 금융지주 내 같은 계열사끼리 고객의 정보를 공유하는 게 안 되고 있다. 고객 동의가 없는 한 은행들은 지분을 100% 갖고 있어도 카드사들의 고객 정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당국이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에서 빅테크 손을 들어줄 것이냐, 은행 손을 들어줄 것이냐로 생각하지 말고 고객 입장에서 고민해봐야 한다. 이런 의견들을 은행연합회장으로서 꾸준히 당국에 전달하고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와 금융권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라임 등 사모펀드 징계 등으로 대립하고 있다.

▷당국이 내부 통제 근거로 금융지주를 징계하고 있는데, 내부 통제는 말 그대로 '스스로 잘 알아서 하라'는 뜻이다.


스스로 잘하지 못하면 스스로 처벌해야 하고, 그 스스로가 이사회가 돼야 한다. 펀드 상품 선정부터 책임자 징계까지 '스스로' 잘 안되다 보니 당국이 개입하는 상황까지 나왔다. 그래서 최대한 양측 입장에서 법적 공방을 통해 법률적 데이터를 쌓고 향후에는 이런 고객 원금 손실 사태가 나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현재 논의하고 있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보면 '실효성' '충실한'과 같은 주관적 표현이 너무 많다. 또 징계 이유로는 '다수의 피해' '시장 질서 저해'와 같이 당국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많다.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이런 문구를 삭제하고 구체적으로 바꿔야 금융사들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계속 건의하고 있다. 고객 보호 차원에서 고강도 징계를 내리는 의도는 이해되지만 너무 징계 위주인 것도 문제다. 은행이 상품 선정이나 고객 보호에 최선을 다했다면 당국 차원에서 여러 정책 인센티브(혜택이나 예외 적용)를 주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팬데믹 사태가 금융계 판도를 바꿔 놓고 있는데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은행 점포가 몇 개 있고, 직원이 친절한지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이제 은행 업무는 24시간 365일이 기본이고, 인공지능(AI)이 업무를 대신하는 시대다. 이에 따라 은행 등 금융사 직원의 근무 시간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 남는 시간을 고객에게 집중하다 보면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신한은행은 무인점포를 확대하고 있다. 이제 줄 서서 은행 업무를 보는 시대는 지났다. 과거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2년 동안 한 일도 바로 이런 디지털 전환이다. 농협은행은 국내 금융사 중 오픈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의 선두 주자다. 용어 자체는 어렵지만 쉽게 말하면 핀테크 등 다른 금융사와 자유로운 협업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레거시도 핀테크를 경쟁자가 아닌 협력자로 봐야 하고, 때론 고객들을 위해 고개를 숙이고 악수를 청해야 한다.

▶▶김 회장은…

△1957년 전남 보성 출생 △1981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90년 프랑스 파리정치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1991년 프랑스 국립행정대학원 졸업 △1994년 재정경제원 금융정책과 △1998~2001년 금융감독위 법규과장, 은행팀장, 은행감독과장 △2004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 △2005년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수석실 경제정책선임행정관 △2011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2014년 법무법인 율촌 고문 △2018~2020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2020년 12월~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정리 =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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