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재난지원금 중구난방…"1년새 188억 벌었는데 지원금 800만 받아"

입력 2021/10/20 14:06
수정 2021/10/2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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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추경호 의원실]

정부의 주먹구구식 재정집행으로 매출이 증가한 소상공인에게도 재난지원금이 지급되는 등 혈세가 엉뚱한 곳에 쓰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대비 2020년 매출증가액이 188억원에 달하는 사업주에게까지 800만원의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사업주는 인천에서 실내체육시설을 운영하다가 지난해 하반기에 부동산업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매출은 2019년 8억9179만원에서 2020년 197억3950만원으로 증가해 1년새 매출증가액만 188억4771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집합금지 업종인 실내체육시설업으로 버팀목자금 300만원, 버팀목 플러스 자금 500만원, 총 800만원의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을 받았다.

인천의 한 화장품 도매업자도 2019년 대비 지난해 매출액이 47억1900만원까지 늘었지만 재난지원금 300만원을 수령했다. 반면 서울의 한 여행업체는 2019년 대비 2020년 매출액이 346억3900만원이나 감소했지만 재난지원금으로 똑같은 300만원을 받았다.

문제가 된 업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영향을 덜 받는 업종으로 업종을 전환하거나 비대면 판매방식을 도입해 매출이 증가한 것이라고 추 의원은 분석했다.

이렇게 2차부터 4차까지(새희망, 버팀목, 버팀목플러스, 1차는 전국민재난지원금)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을 받은 전체 376만개 사업장 중 26.5%인 98만6567개 사업장이 2019년 대비 2020년 매출액이 증가했으며, 이들에게 지급된 재난지원금은 총 2조6000억원이다.


매출이 증가한 사업장 중 1억원 이상 증가한 사업장도 9만5606개에 달했고, 이들에게 지급된 재난지원금은 2511억원이다.

앞서 정부는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업종에서 매출증감 여부와 관계없이 재난지원금을 주기로 결정했다. 다만 매출액 규모를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에 다른 소기업 매출액 기준을 넘지 않도록 했는데 2019년 또는 2020년 중 한해만 소기업 매출기준을 만족하면 되기 때문에 2019년 대비 2020년 매출이 100억원 이상 증가해도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한 번이라도 수급대상의 매출액을 확인했다면 이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처 간 칸막이 때문에 중기부와 국세청 간의 자료공유가 원활하지 않아 중기부는 국세청으로부터 사업장별 '매출증가 여부'만 확인하고 매출액 자체는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것이다. 추 의원은 재정집행 관리책임이 있는 기획재정부도 수수방관하기는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반대로 억울하게 재난지원금을 못 받은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고 추 의원은 전했다.


정부가 버팀목 플러스 자금부터 연간매출이 20% 이상 감소한 '경영위기업종'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는데 한국표준산업 분류상 '떡 제조업' 업종에는 유명 떡볶이 프랜차이즈 업체, 떡 관련 밀키트 생산 대기업과 같이 코로나 특수를 누린 대기업들이 포함돼 있어 '떡 제조업' 업종은 경영위기 업종에서 제외됐다. 결국 돌잔치, 결혼식 등이 취소되면서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은 동네 떡집까지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코로나19 피해로 직원을 9명에서 5명으로 줄였지만 2차와 3차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직원이 5명 이상인 경우는 지원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인력만 감축하는 노력을 했는데 오히려 불이익을 받은 것이다.

추 의원은 "정부의 주먹구구식 행정과 안일한 재정집행관리 때문에 정말 힘든 소상공인에게 지급돼야 할 재난지원금이 엉뚱한 곳에 낭비됐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피해 지원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업종에 매출감소 여부와 관계없이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필요성도 있다"면서도 "한정된 재원의 효율적 집행을 위해서는 최소한 매출액 규모 등을 고려하여 소기업 매출액 규모를 넘는 곳은 제외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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