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역차별에 외국인 부동산 휩쓸자…뒤늦게 자금 출처 나섰다

입력 2021/11/11 17:40
수정 2021/11/11 20:37
韓銀 신고자료 관세청에 넘겨
불법 외환거래 여부 조사

올해 1만6천건 최대거래…
'대출 역차별' 여론 반발 의식
◆ 외국인 韓부동산 습격 ◆



33세 중국인 A씨는 중국 현지 은행에서 89억원을 대출받아 지난 3월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펜트하우스(전용면적 407.96㎡)를 사들였다.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면 국내에서 적용 중인 각종 대출 규제를 피해갈 수 있기 때문에 고가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최근 중국인 등이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국내 부동산을 쓸어담으며 가격 왜곡 현상이 발생하자 정부가 외국인 부동산 자금 출처 조사에 고삐를 조이기로 했다. 관가에서는 현 정부 최대 약점인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민심 이반을 의식해 외국인을 겨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11일 기획재정부·한국은행·관세청에 따르면 한은과 관세청은 한은이 보유한 외국인(비거주자) 부동산 취득 신고 자료를 관세청에 넘겨주기 위한 시스템 구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재부는 한은이 신고 자료를 관세청에 넘겨 자금 출처를 검증할 수 있도록 최근 외국환거래 규정을 고쳐 시스템 구축 근거를 마련했다.

현행 외국환거래법상 외국인은 전세권, 저당권 등 부동산 관련 권리를 포함한 부동산 취득 내용을 한은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 이 자료가 불법외환거래(환치기) 조사·단속 기관인 관세청에 전달되는 것이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내년 초에는 한은과 관세청 간 부동산 자료 전달 시스템이 완성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매달 10일 한은 자료가 관세청으로 전달돼 불법 자금거래 조사에 활용된다"고 말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한은 자료를 확보하면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구입 자금 불법성 여부를 상시 점검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 국민이 각종 대출 규제를 받는 데 비해 외국인은 본국에서 자금을 조달·환전해 들어오면 별다른 규제 없이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내국인의 부동산 거래가 위축된 반면 외국인 거래는 급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9월 외국인의 국내 건축물 거래량은 1만6405건으로 2006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사상 최대치(매년 1~9월 기준)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투기성 자본이 국내 부동산으로 몰리면 시장이 교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홍콩이나 캐나다, 호주에서 중국인들이 주택을 마구 사들이며 집값이 폭등한 전례가 있다"면서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환 기자 /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서민들 내집마련 힘든데…외국인은 환치기로 '아파트 쇼핑'


해외서 대출 받아 추적 어렵고
가상화폐 동원 신종수법도 등장
다주택 세금 부과도 불가능
국적별로는 중국인·미국인 순
33%는 실거주용 아닌 투기성

부산서는 시세보다 10억 웃돈
해당지역 집값 폭등 부채질

외국인 주택보유 통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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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A씨는 올해 초 시가 11억원 상당의 서울 아파트를 샀다.


하지만 매매 자금이 불투명해 이를 의심한 국내 관세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A씨가 사용한 방법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활용한 '신종 환치기'였다. A씨가 중국 현지에서 환치기 조직이 지정한 계좌로 위안화를 입금하면 조직은 중국에서 이 자금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매수해 한국에 있는 조직원 전자지갑으로 송금했다. 한국에 있는 조직원은 송금받은 가상화폐를 다시 원화로 바꿔 A씨에게 계좌 또는 현금으로 지급했다. A씨는 이런 방식으로 한국에 4억5000만원을 들여왔다.

정부의 각종 규제로 우리나라 국민의 국내 부동산 거래가 위축된 사이 외국인 거래는 역대 최대 규모로 치솟고 있다.

역차별 논란도 거세지만 전문가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이들이 정부 관리·규제망에서 벗어나 있어 국내 부동산시장을 교란할 위험이 높다는 점이다. 정부가 외국인 부동산 취득 자금 흐름을 살펴보겠다고 나선 이유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외국인의 국내 건축물 거래량은 1만6405건으로 2006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1~9월 수치로는 역대 최대 기록이다.

15년 전인 2006년(3178건)과 비교하면 5배가 넘는다.


연간 기준으로 외국인 거래가 가장 많았던 때는 지난해(2만1048건)였는데 지금 추세가 이어지면 최다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외국인 거래는 상당 부분 투기 성향을 띠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0년 5월까지 외국인이 취득한 아파트 2만3167채 중 소유주가 한 번도 거주한 적 없는 곳이 7569채(32.7%)나 됐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외국인 부동산 거래는 실거주인지 투자 성격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사례가 많다"며 "정부 관리망을 통해 자금 흐름을 정확히 알기 어려운 부분이 작용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외국인 부동산 거래는 각종 정부 규제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예를 들어 외국에서 대출받아 구입 자금을 마련한다면 국내 금융 규제는 무용지물이다. 게다가 이들의 주택 구입 자금이 해외에서 들어오면 국내 관세당국 추적도 쉽지 않아 불법 통로가 활용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보유세·양도소득세 중과 등 각종 세금 규제도 외국인은 빠져나가기 쉽다. 외국인의 가족관계를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가족 구성원이 집을 한 채씩 사도 다주택자로 세금을 물릴 수 없기 때문이다.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외국인들이 이 같은 방법을 동원해 아파트를 사들이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투기성 자본이 국내 부동산으로 몰리면 시장을 교란해 집값 상승을 부채질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호주에서는 8개 주요 도시(시드니·캔버라 등) 주택가격이 2012~2017년 약 48.5% 상승했는데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가 원인으로 지적됐다. 2017년 중국인 투자자가 사들인 호주 부동산은 무려 150억호주달러(약 12조원)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초 중국인이 부산 B아파트 전용 84㎡를 3개월 전 거래 가격(7억5600만원)보다 9억5000만원이나 비싼 17억원에 사들이며 비슷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이미 제기됐다. 이후 이 아파트 해당 평형 시세는 일제히 18억원 이상으로 급등한 상황이다.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도 지난 5월 '국토정책 브리프'를 통해 "외국인 투자로 주택시장 변동성이 커진 국가들은 외국인의 기존 주택 구입을 제한하고 세금·금융 규제 강화 등 체계적인 관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외국인에 대한 촘촘한 정책 설계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보유 현황을 정확하게 수집·공개조차 못하고 있다.

현재 한국부동산원은 토지·건축물에 대해서만 외국인 거래 통계를 공개하는데, 매도·매수가 모두 포함된 수치다. 심지어 외국인 부동산 보유 현황은 정부의 공식 데이터도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국정감사 등에서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되자 지난달 말 뒤늦게 조달청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나라장터)에 '외국인 주택 보유 통계 작성 방안 마련 연구'라는 제목의 용역을 입찰 공고했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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