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맛있는 돼지 이야기] 유럽·미국선 열광하며 즐기는데…돼지고기 살코기, 우린 왜 외면할까

입력 2021/11/18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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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소비자는 유독 돼지고기 살코기 부위를 좋아하지 않는다. 퍽퍽한 식감 때문인데, 한국인이 선호하는 돼지고기 부위 부동의 1위가 삼겹살인 것도 지방 함유량이 높아 씹을수록 고소하고 부드럽기 때문이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대표적인 비선호 부위로 알려진 뒷다리살 재고는 올해 8월 기준 9300여 t으로 국내산 돼지고기 전체 재고의 43%를 차지한다. 돼지고기 삼겹살이나 마블링이 가득한 소고기 등 육류 지방을 선호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과 미국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살코기의 영양학적 측면과 식감을 높이 평가해 고급 식재료로 여겨왔다. 특히 지방 함량이 낮은 돼지 안심, 등심, 뒷다리살 등 살코기 부위는 칼로리가 낮은 반면 단백질 함량이 높아 건강한 식단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돼지고기 안심 100g당 단백질 함유량은 32g으로 100g당 29.8g 수준인 닭가슴살과 비슷하고, 지방 함량은 돼지 등심과 안심이 전체에서 1~3%에 불과할 정도로 낮다.

이런 이유로 해외에서는 영양가 높은 살코기를 보다 맛있고 오래 먹기 위한 다양한 보관법을 고안해왔다.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유럽 일대에서 최고의 돼지고기 음식으로 불리는 하몽이 좋은 사례다. 스페인에 냉장시설이 없던 시절, 돼지 뒷다리살을 통째로 소금에 절여 먹는 하몽은 숙성 과정 중 고기 표면에 생성되는 막이 유해 박테리아로부터 내부를 보호하는 보호막으로 작용해 보존 기한이 늘어날수록 독특한 풍미가 더해진다. 고기 안 단백질이 부패하는 대신 아미노산으로 분해돼 감칠맛을 내는 글루탐산 농도가 많게는 20배까지 증가했기 때문인데, 그 결과 퍽퍽하지 않고 오히려 입안에서 살살 녹는 맛을 갖게 됐다.

미국에서는 바비큐 재료로 돼지고기 뒷다리살이 인기다. 미국식 바비큐는 불을 이용해 직접 굽는 대신 낮은 온도에서 오랜 시간 구워내기 때문에 기름기 많은 지방보다는 두툼한 살코기가 유리하다. 8시간에서 12시간 동안 은은한 숯불에 구워주면 겉면은 튀겨져 바삭해지고 안쪽은 부드럽게 익는다.


살코기 같지 않은 바삭한 식감이 감칠맛을 자아낸다.

살코기의 여러 장점에도 여전히 퍽퍽한 식감이 고민이라면 촉촉하게 먹을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바로 수비드 안심 스테이크다. 수비드 조리법은 밀봉된 봉지 속 음식물을 저온의 물로 장시간 익히는 방법으로, 영양소 파괴는 적으면서도 맛과 향, 식감을 모두 살릴 수 있다. 특히 빠져나가는 육즙이 거의 없어 촉촉하게 먹을 수 있는 게 장점인데, 수비드 머신 없이도 아이스박스나 냄비를 활용하면 가정에서도 충분히 활용이 가능하다. 돼지 안심을 스테이크 크기로 적당히 잘라 올리브오일, 소금, 후추, 허브 등으로 간을 한 후 지퍼백에 넣어 60도의 물이 담긴 냄비에 2시간 동안 넣는다. 한 가지 팁은 잠그지 않은 지퍼백을 물에 천천히 넣어서 수압으로 공기를 뺀 뒤 잠그는 것이다. 2시간 동안 균일한 수온을 유지해 서서히 조리한 뒤, 키친타월로 고기의 수분을 닦아준 후 프라이팬을 이용해 구우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돼지 안심 스테이크가 완성된다.

이제 곧 시작될 겨울 김장 시즌에는 갓 버무린 배추 속쌈에 곁들여 삼겹살이나 목살 대신 돼지 뒷다리살을 활용한 수육도 좋다. 우선 냄비에 뒷다리살과 된장, 양파, 대파, 마늘, 월계수잎 등 돼지고기 잡내를 잡아줄 양념을 넣고 고기가 잠길 정도로 넉넉하게 물을 넣어준다. 보통 삼겹살이나 목살은 1시간 정도 삶으면 되지만, 뒷다리살은 그보다 많은 2시간 정도 삶아줘야 부드럽게 익는다.

날씨가 쌀쌀해지는 11월부터는 체온 유지를 위해 에너지 필요량은 늘고 반대로 운동량은 줄어 건강한 체중 유지도 고민이 된다. 그럴 때도 돼지 살코기를 활용해보자. '다이어트=닭가슴살'이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돼지 살코기만의 색다른 식감과 풍부한 단백질, 가성비의 삼박자 매력에 올가을 빠져보면 어떨까.

[유보희 선진미트 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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