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선진국 원전 힘싣는데…韓은 핵심인력 홀대

입력 2021/11/19 04:01
수정 2021/11/19 10:59
한전기술, 원자로 설계부서 해체 추진 논란

한국형 원전 개발한 주역들
해체땐 기술력 약화 불가피

각국 탄소중립 목표 위해
잇따라 원자력발전 확대
한국은 원천기술 조직 쪼개
"수출 경쟁력마저 잃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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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세계 주요국들이 '원자력 발전'에 주목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여전히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등 전력 공기업조차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 믹스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전력기술이 원자로설계개발단 전문인력들의 분산 재배치를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원자력 학계와 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세계는 원전을 다시 주목하고 있는데 정작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한 한국은 자국의 핵심 경쟁력을 스스로 떨어뜨리려 한다는 지적이다. 18일 한국전력기술이 분산 재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된 원자로설계개발단은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려놓은 주역으로 꼽힌다.


범정부 차원에서 원자력 기술 자립 정책을 추진한 1985년 이후 36년 동안 '원전의 심장'인 원자로 설계 부문에서 방대한 기술과 정보를 축적해왔다. 국내 원전 관련 회사들과 함께 한국표준형 원전인 OPR-1000, APR-1400을 개발하는 등 혁혁한 성과도 냈다. 이 중 OPR-1000 원전은 국내에 12기가 건설됐고, APR-1400 원전은 국내 4기 건설에 더해 아랍에미리트(UAE)에 4기를 수출하기까지 했다.

업계에선 원자로설계개발단의 현재 운영 상황을 감안할 때 사업별 분산 배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애초에 맡은 업무에 비해 개발단 인력 자체가 넉넉하지 않은 데다 기술 개발과 사업 설계 업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연계 구조라서 다른 사업처에 물리적으로 떨어뜨려 놓으면 원활한 업무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게 이유다. 특히 전문인력들이 일반 부서로 흩어지면서 기술 노하우 전수와 숙련 인력 확보가 어려워지고 기술 유출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는 평가다.

한전기술이 조직개편을 추진하는 명목은 '경영 효율화'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당장 신규 원전 설계 업무가 없다는 점을 이유로 핵심 기술을 보유한 원자로설계개발단을 분리해 다른 조직에 배치하겠다는 건데 굉장히 근시안적인 단견"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장 신한울 3·4호기도 건설이 완전히 중단된 것이 아니라 보류된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 재개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국내에 원전은 짓지 않더라도 수출은 하겠다고 지속적으로 얘기해왔는데 조직을 쪼갤 경우 엄청난 비효율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사람이 흩어지면 기술도 흩어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과거 정부는 원전 건설 공백기였던 1970년대엔 OPR-1000, 1990년대엔 APR-1400 등 미래 먹거리에 해당하는 일감을 주면서 국가 기술을 관리했다"며 "APR-1400 이후 신규 노형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최소한 정부가 강조한 원전 수출을 위한 노형을 개발하도록 하면서 조직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작 세계 각국은 원전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탄소배출을 감축하기 위해선 원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중국은 2035년까지 최소 150기의 원전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프랑스는 2050년까지 신규 원자로 건설을 재개하기로 하고, 약 1조4000억원을 투입해 소형모듈형원자로(SMR)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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