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정부 '가상화폐법' 준비…시세조작땐 부당이익 3~5배 벌금

윤원섭 기자, 최근도 기자
입력 2021/11/23 17:35
수정 2021/11/24 07:44
정부, 처음으로 가상화폐법 제정 착수
제도권 편입 속도

부당이익은 철저히 환수
민간협회에 자율규제 권한 부여
◆ 가상화폐 법제화 시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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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앞으로 시세조종이나 미공개정보 이용 등으로 가상화폐 거래에서 부당이득을 얻으면 최소 1년 이상 징역, 최소 3배 이상 벌금형을 받게 될 전망이다. 또 가상화폐 발행인은 이용자들에게 백서, 코인평가서, 업무보고서 등을 공개해야 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가상화폐 입법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독당국이 가상화폐 입법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가상화폐가 제도권에 공식 편입되고 자산으로서 권한과 책임이 한층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국회에 '가상화폐(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기본 방향 및 쟁점 보고서를 제출했다.


매일경제가 입수한 해당 보고서는 금융위가 지금까지 가상화폐와 관련해 발의된 10여 개 법안을 기반으로 만들어 국회 입법 논의 기본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와 정무위는 가상화폐 법령에 대해 기존 특정금융정보법을 개정하기보다는 자체 업권법을 제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금법의 경우 자금세탁 방지 목적으로만 가상화폐를 규율하기 때문에 허점이 많았다는 평가다.

또 협회를 통해 민간에 일정한 자율규제 권한을 부여하되 금융당국은 시정명령권 등 신속한 대응을 위한 필요 최소한 감독권을 보유하기로 했다. 다만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자율적 상시 감시 체계를 통해 대응하되 형사적 제재와 함께 불법 경제적 이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법 집행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제재는 자본시장법 수준을 부과하는 안이 제시됐다. 이에 따라 부당이익이 50억원 이상이면 5년 이상 징역,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 징역, 5억원 미만이면 1년 이상 징역에 처해진다. 벌금은 부당이익 규모와 관계없이 부당이익의 3~5배가 부과된다. 금융위는 이번 가상화폐법을 원칙 중심의 규제 체계로 마련하고 상세 내용은 하위 규정에 위임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용자 보호와 산업 진흥 간 균형점 모색을 위해 규제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추후 국제 기준에 대한 합의가 있거나 주요국의 입법 논의가 진행되는 등 여건 변화가 있으면 법령을 지속해서 보완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가상화폐업권법이 제정되면 가상화폐가 은행, 보험 등 다른 금융업처럼 제도권에 편입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윤원섭 기자]

투자자 보호하되 불법엔 철퇴…'가상화폐' 양지로 끌어낸다

금융위, 가상화폐법 기본방향
국회 정무위에 보고서 제출

부당이익 50억땐 징역5년이상
벌금은 150억~250억 부과
코인 외 NFT도 법적용 대상

민간협회가 공시시스템 운영
불공정행위 상시감시 권한도
사업자등록·인가는 추가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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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가상화폐업권법 제정을 위한 기본안을 마련한 배경에는 투자자 보호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시세조종 등 부당이득에 대해서는 기존 자본시장법에 준하는 강력한 제재를 부과키로 하는 이용자 보호 강화안을 마련했다. 또 가상화폐에 대한 정의부터 불공정행위 처벌까지 총망라한 업권법 제정을 통해 가상화폐 산업을 은행, 보험 등 다른 금융산업처럼 제도권으로 인정해 육성하겠다는 뜻도 포함됐다.

현재 가상화폐를 규율하는 유일한 법령인 특정금융정보법으로는 온전한 투자자 보호가 불가능했다는 금융권 안팎의 평가가 많았다. 특금법은 본래 자금세탁을 막기 위한 법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8년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조달의 위험성에 대한 대응 방향 권고안을 내놓자 이에 따라 자금세탁을 규제하기 위한 측면에서 특금법이 제정됐다. 특금법은 이를 위해 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자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대한 신고 의무, 기본적인 자금세탁방지 의무 등을 부과한다. 23일 금융위가 마련한 '가상화폐(자산) 이용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기본방향 및 쟁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는 가상화폐 정의를 다소 넓게 규정했다.


기존 특금법처럼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로 정의하되 선불충전금이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처럼 다른 법의 규제 대상이거나 규제 대상으로 삼기에 부적절한 대상은 배제키로 했다. 특히 증권형토큰(ST)과 스테이블코인은 원칙적으로 이번 가상화폐업권법의 대상으로 하고 탈중앙화금융(De·Fi)은 업을 영위하는 경우, 대체불가토큰(NFT)은 가상화폐 정의에 포섭되는 경우 각각 규제 대상으로 하기로 했다. 가능한 한 가상화폐 정의를 넓게 규정해서 규제의 허점을 메우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증권에 해당되는 증권형토큰의 경우 자본시장법 규제를 우선 적용하는 안이 제안됐다.

이번 보고서에서 방점을 찍은 것은 이용자 보호 부분이다. 사업자들의 의무사항과 제재기준을 명확히 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앞으로 가상화폐 발행인은 백서(사업계획서), 코인평가서, 법률의견서, 업무보고서 등을 법령 기준과 절차에 따라 공시해야 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그간 코인시장은 허술한 백서와 사업계획, 불투명한 공시로 온갖 구설에 휩싸여왔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투자자 보호를 외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한때 거래소 공시 등에 가격이 수십 배씩 널뛰기도 했다.

또 가상화폐 상장·유통업자에 대한 규제도 마련된다. 법령에서 상장과 유통 기준을 규정하면 가상화폐협회가 자율규제로 기준을 상세히 마련하는 안이 제시됐다. 협회가 공시시스템을 운영하고 가상화폐 발행인이 협회에 공시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만일 공시기준 중 가상화폐 사업자가 법령사항을 위반하면 협회가 해당 사업자를 형사고발하고 처벌을 받게 된다. 공시기준 중 자율규제사항 위반 시엔 협회가 위약금을 물게 된다.

특히 불공정거래에 대한 규정이 자본시장법 수준으로 마련됐다. 미공개중요정보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따른 부당이익이 50억원 이상이면 5년 이상 징역,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 징역, 5억원 미만이면 1년 이상 징역에 처해진다. 벌금은 부당이익 규모와 관계없이 부당이익의 3~5배가 부과된다.

금융위는 "불공정행위는 자율적 상시 감시체계를 통해 대응해 나가되 형사적 제재와 함께 불법적 경제적 이익을 실효성 있게 환수할 수 있는 법집행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민간 자율 규제의 중심축으로 법정협회를 제시했다. 협회가 자율규제와 분쟁조정 등의 기능을 가지며, 협회 주도로 피해자 배상을 위한 사업과 이용자 피해 소송 지원 등을 위한 기금 조성도 하게 된다. 이 협회는 금융위가 허가하고 필요시 허가를 취소할 수도 있다. 금융위는 가상화폐사업자를 등록제로 할지 인가제로 할지는 입법과정에서 논의할 사항으로 남겨뒀다. 등록제의 경우 이용자 보호를 위한 감독당국 조치에 제한이 있어 인가제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특정금융정보법상 코인거래소는 등록제로 운영 중이다.

[윤원섭 기자 /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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