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與 눈 가리고 아웅하는 '부동산 궤변' 언제까지 할 셈인가 [핫이슈]

입력 2021/11/27 08:46
수정 2021/11/27 09:26
부동산정책 실패에 대한 정권의 궤변과 억지가 도를 넘으면서 국민적 분노가 커지고 있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4일 KBS 라디오방송에서 '종합부동산 세금폭탄' 논란에 대해 "충분히 오래 전부터 예고했고 피하려면 얼마든지 피할 길이 있었다"며 "(세금) 폭탄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98%에 해당하는 대다수 국민에겐 종부세 고지서가 아예 배달되지 않는다"며 "시세 16억~20억원 1주택 보유자의 평균 종부세는 27만원, 25억~27억원 상당 아파트를 12년간 보유한 분은 종부세 72만원이 나왔다"고도 했다.


이 실장은 그러면서 "2500㏄급 그랜저 승용차 자동차세가 65만원"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25억원 아파트에 72만원 세금을 부과하는 게 폭탄이라고 하기는 어렵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100만명에 육박하는 국민에게 감당하지 못할 세금폭탄을 던져놓고 "왜 피하지 못했느냐"고 되레 국민을 질책한 것이다.

세금폭탄과 규제일변도의 정책을 밀어붙여 미친 집값을 만든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엉뚱하게 국민만 나무란 셈이다.

더구나 양도세 중과와 임대사업자등록 말소 등으로 집을 팔거나 처분하지도 못하게 퇴로를 막아놓고선 세금을 퍼붓는 게 정상적인 정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중산층 국민들이 체감하는 주택 관련 세금은 가렴주구 수준이다.

우선 20억짜리 집을 보유한 사람의 경우 처음 집을 살 때 7000만원 가량의 취등록세를 내야 한다.

거기에다 해마다 7월과 9월에 걸쳐 수백만원의 재산세도 납부한다

그리고 또다시 연말에는 종부세 고지서까지 날라와 세금을 내야 한다.

이중 과세이자, 차별적 과세이다.

이처럼 주택을 보유했다는 이유 만으로 최소 수천만원씩 세금을 내는데도, 정권은 종부세만 톡 꼬집어 "소나타 자동차세 정도"라며 현실을 호도하고 있다.

정권은 종부세 수십만원이 별로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할 지 모른다.

하지만 1주택자 국민에게는 그마저도 빠듯한 금액이다.


수십만원을 내려면 고된 노동을 통해 사업·가게 매출이 늘거나 월급이 오르든가 해야 한다.

아니면 연 8.5% 특판금융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숨이 넘어갈 정도로 금융기관 문턱을 넘나 들어야 한다.

다주택자의 경우 애꿎은 전·월세 세입자에게 세금 부담을 떠넘길 공산이 크다.

국민 세금으로 녹봉을 받는 정권의 공직자들이 이런 사정을 알 턱이 없다.

이러니 "어차피 정권 재창출에 도움이 안되는 사람들에게 약탈적 세금을 물려도 상관없다는 것"이라는 울분이 시중에서 쏟아질 만도 하다.

일각에선 "수십억 전세에 사는 사람이나, 주식 등으로 수십억원대 금융자산을 보유한 사람에게는 왜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지 않느냐"는 힐난도 나온다.

종부세 궤변처럼, 정권이 부동산정책 실패 때마다 온갖 억지를 늘어놓은 경우는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민의 공분을 부른 3기 신도시 부동산 투기 사태에 대해 "우리 정치가 오랫동안 해결 못한 문제"라면서 "(부동산 적폐청산은) 우리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정신을 구현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은 이 사안을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투기사태에 대한 사과와 반성보다, 과거 정권들이 부동산 투기를 제대로 잡지 못한 탓이라고 책임을 전가한 셈이다.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지난 9월 출간한 책에서 부동산가격 폭등에 대해 "부동산 거품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한국의) 집값 상승률이 전 세계 평균보다 단연 낮다"고 했다.

김 전 실장은 "여기에 아시아적 문화라고 하는 '부동산에 대한 집착'이 영향을 미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 들어 집값이 90% 넘게 올랐는데도 집값 상승률이 세계 평균보다 낮다는 황당한 주장을 펴면서 집값폭등의 원인을 우리 문화 탓으로 돌린 것이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지난해 라디오 방송에서 "정책의 실패라기보다는 오히려 시장의 실패 성격이 강하다"며 "시중에 흘러다니는 돈이 너무 많다. 정책 잘못이 아니라 시장상황이 그러해왔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하고 싶다"고 했다.

정책 잘못은 감추고, 유동성 과잉으로 부동산시장이 과열되면서 집값이 상승했다고 둘러댄 것이다.

국토연구원등 국책연구기관들마저 합동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총체적으로 실패했다"고 꼬집었는데도, 황당한 논리와 궤변으로 현실을 호도하는 행태가 놀라울 뿐이다.

지금처럼 유주택자 세금 때리기로 서민 표심을 얻으려는 것은 얄팍한 포퓰리즘이나 다름없다.

존 롤스는 '정의론'에서 "타인이 갖게 될 보다 더 큰 선을 위해 소수의 자유를 뺏어선 안된다"며 "다수가 누릴 큰 이득을 위해서 소수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고 했다.

게다가 종부세는 더 이상 '부유세'가 아니다.

종부세 고지서를 받은 국민이 100만명에 달하고, 대상자도 수도권보다 비서울에서 더 늘었다.

종부세 도입 당시만 해도 극소수 부유층이 타깃이었지만, 지금은 서울 공동주택 258만 가구 중 11%가 세금폭탄을 맞았을 정도다.

이제라도 잘못된 부동산 과세체계를 바로 잡아야 한다.

세계 경제학계 거두인 그레고리 맨큐 교수는 "사람들은 가난하면서 평등한 사회보다, 불평등하지만 부자가 될 기회가 있는 사회를 더 원한다"고 했다

맨큐 지적처럼 막대한 불로소득은 바로 잡아야 하지만, 유주택자를 마치 죄인처럼 취급하면서 부의 불평등 자체까지 문제삼아선 안될 일이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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