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교육청, 남아도는 돈 주체못해…없는 사업도 만들어 돈 뿌렸다

입력 2021/11/28 18:00
수정 2021/11/28 21:15
교육재정 실질수요 첫 측정

나라는 빚 1000조 등골 휘는데
내국세 20.79% 무조건 꽂아줘
지방 교육청은 해마다 돈잔치
쌈짓돈 쓰듯 선심성 예산 편성
"교육감 선거용 포퓰리즘" 비판

교육부 "학교경비 단가 현실화
예산 30% 늘릴수 밖에 없었다"
◆ 방만한 교육교부금 ◆

1101210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경기도 군포시의 A중학교는 지난달 교육부가 하달한 교내 멘토링 사업에 술렁였다. 해당 사업은 학생에게 메신저로 인사만 보내도 멘토링 횟수로 인정됐다. 일정 횟수를 채우면 20만원을 멘토링비로 지급했다. A중학교의 한 교사는 "가뜩이나 비대면 수업으로 예산 쓸 데가 없는데 부실한 사업이 계속 내려온다"며 "최근에도 시 교육지원청에서 예산 소진을 독촉하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A중학교처럼 전국의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들은 넘치는 예산을 쓰느라 허덕이는 풍경을 매년 반복하고 있다.

내년 국가채무는 1000조원 돌파가 확실시되지만 지방교육재정은 연평균 6조원씩 이월·불용액이 발생해 2015~2019년 5년간 31조원에 달했다.


학생·학급 수가 줄어들더라도 내국세의 20.79% 지급을 못 박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제도 때문이다.

올해 교육부 전체 지출 예산 약 77조6000억원 중 교육교부금은 59조6000억원으로 77%를 차지한다. 조세 수입이 늘면서 교육교부금도 날로 증가해 내년엔 64조30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 재정 자문단 격인 국가재정운용계획지원단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내국세 장기 전망을 토대로 계산한 결과 현 제도가 유지되면 교육교부금은 2030년 80조원, 2040년 106조2000억원, 2060년 164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지원단은 학급당 학생 수와 교원당 학생 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유지하는 시나리오1과 주요 20개국(G20) 중 상위 수준으로 유지하는 시나리오2를 상정했다.


이 결과 실질 수요에 맞춘 교육교부금 최소 규모는 시나리오2 기준 올해 54조3298억원, 2040년 65조8055억원, 2060년 88조3452억원으로 집계됐다. 결과적으로 현 교부금 제도가 유지된다면 과다 지급되는 교부금은 올해 약 5조3000억원, 2030년에 26조8155억원, 2060년에는 76조1000억원이나 될 것으로 파악된다. 작년 1000만원이었던 학령인구(6~17세) 1인당 교부금은 2060년 5440만원으로 5.4배로 뛴다. 반면 국회예산정책처 추산에 따른 국가채무는 내년 1000조원을 넘어서 2030년 1820조원, 2040년 2906조원, 2060년 5415조원에 달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일종의 단위비용(단가) 체계인 기준재정수요액 측정 기준을 마련해두고, 교육지방자치단체별로 총기준재정수요액에서 재정수입액을 뺀 부족분을 교육교부금에서 지급한다. 구균철 경기대 교수는 "교육교부금이 실제 수요에 비해 과다하다는 비판이 일 때마다 교육당국은 기준재정수요를 임의 조정해 대응할 유인이 있다"며 "실제로 2018년에도 재정수요 단위비용을 임의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정당국과 전문가들은 학생 수 감소를 반영해 교육교부금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교육부는 무상교육 확대, 과밀 학급 해소, 유아교육 재정단가 인상, 교원 인건비·학교 운영비의 지속 증가라는 논리를 앞세워 지방교육재정 증액을 주장해왔다. 교육 예산이 넘쳐나기 때문에 각급 학교와 교육청은 예산을 어떻게든 소진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교육부는 코로나19교육회복지원사업비 명목으로 올해 2525억원을 편성했다. 이 예산이 현장에 내려오면서 인천·경북 교육지자체는 학부모들에게 현금을 각각 10만원, 30만원씩 뿌렸다. 지난 25일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열린 지방교육재정 토론회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교육감들의 현금 살포는 교육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3일 시내 239개 혁신학교 교장들에게 공문도 아닌 이메일로 "추가 예산 5000만원을 줄 테니 1시간 내 신청하라"고 요청했다가 신청이 폭주하자 취소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은 교부율을 더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내년 지방소비세율 인상으로 예상되는 교육교부금 감소액을 보전해주자며 교육교부금 비율을 현행보다 0.15%포인트 인상해 20.94%로 올리자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재정당국의 저지로 보류된 상태다.

[이종혁 기자 / 김제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