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0분거리 배달료가 9000원…"치킨 피자 사먹기도 무섭네"

입력 2021/11/29 17:40
수정 2021/11/30 08:29
휘청이는 외식물가

배민·쿠팡이츠 공격영업에
중소 배달사도 기본료 올려
자영업자가 인상분 떠안아

제품값 상승 압박 더 커져
소비자 부담 증가 불보듯

국제 식량 가격 고공행진에
음식점들도 인상행렬 동참
◆ 생활물가 비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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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역삼역 인근에서 배달 기사가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배달 기사 부족 사태에 따른 배달 수수료 상승 연쇄 반응으로 외식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지난 21일 오후 6시 서울 강남구 대치역 인근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 삼성역 주변에서 주문한 치킨 한 마리에 대한 배달 수수료가 9200원이 나왔다. 10분가량 소요되는 2㎞ 거리인데 주문 가격의 절반에 달하는 수수료가 책정된 것이다. 최근 치킨·햄버거 등 외식물가가 줄줄이 오르는 주요 원인으로 배달료 인상이 지목받고 있다. 외식 최대 성수기인 12월을 앞두고 배달업계 1·2위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라이더(배달기사)에게 웃돈을 주며 출혈 경쟁을 펼치자 라이더를 뺏기지 않으려는 배달대행업체들이 수수료를 인상했기 때문이다. 배달료가 오르면 수익성이 그만큼 깎일 수밖에 없는 외식 매장은 제품 가격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지역 배달대행업체들은 이달 들어 전국 각지에서 배달 기본료를 인상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A배달대행업체는 이달 1일 3800원에서 4500원으로 기본료를 올리고 내년부터 5000원대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송파구 B배달대행업체는 3700원에서 4400원으로, 성동·광진구 C배달대행업체는 3300원에서 4000원으로 각각 올렸다. 경기도 양주의 D배달대행업체도 35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했다. 기본료는 배달 시작부터 부과되는 요금이고 이동 거리나 배달 수요와 라이더 공급, 날씨 등 변수에 따라 요금이 점점 올라간다.

배달 수수료 인상 부담은 자영업자가 떠안고 있다. 배달대행업체의 경우 소비자가 2000~3000원을 내고 나머지는 점주가 납부하는 식이 많다. 점주가 배달료를 소비자에게 어느 정도 전가할지 결정할 권한이 있지만 주문을 받기 위해서는 점주가 높아진 배달료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모든 가게가 경쟁적으로 배달 주문을 잡는데 비싸다고 혼자 안 할 수 없어서 가맹점주들이 배달시장에 끌려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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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흐름은 덩달아 생활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수익성 악화를 견디다 못한 외식 매장이 제품 가격을 올려 결국 소비자에게 배달료 부담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는 다음달부터 버거류 16종과 세트류 17종, 디저트류 8종, 드링크류 10종 등의 가격을 평균 200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피자와 치킨 가격도 올랐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1위 교촌치킨도 지난 22일부터 가격을 인상했다. 품목별로 500원에서 2000원 사이로 진행됐다. 인상률은 평균 8.1%다.

중저가 피자 브랜드인 피자스쿨은 원재료, 인건비, 임차료 등 물가 상승으로 인해 이달부터 피자 전 메뉴 가격을 1000원씩 인상했다.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는 22일부터 메뉴 가격을 평균 6.2% 올렸다. 교촌치킨과 롯데리아의 가격 인상 원인이 배달료를 포함한 인건비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앱 결제를 통해 배달료를 받고 나서 소비자에게 추가 배달료 1000원을 별도로 요청하는 사례도 속속 늘고 있다.

내년에 라이더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 외식업체 물가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내년 1월 1일부터 라이더도 고용보험 가입 대상으로 포함하는 개정 고용보험법이 시행되면서 라이더들이 대거 이탈할 조짐이 일고 있다.


고용보험료를 납부하면 소득이 공개되기 때문에 내년부터 라이더를 관두겠다고 밝히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배달대행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겸업이 금지된 직장인, 장학금을 받고 있는 대학생, 국가 지원금을 받고 있는 저소득자, 신용불량자 등 소득 공개를 꺼리는 라이더들이 대거 이탈할 예정"이라고 전망했다.

전체적인 외식물가에 대한 염려도 커진다. 여기에 대다수 음식점도 가격 인상에 동참하면서 외식물가가 날뛰고 있다. 국제 식량가격 상승 등 인상 악재가 쌓여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상승도 우려된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국밥집은 최근 수육국밥, 순두부국밥 등 주요 메뉴 가격을 8000원에서 8800원으로 이상했다. 가게 주인은 "가격에 민감한 1인 가구와 인근 시장 상인들이 주요 고객이라서 가격을 올리는 데 망설였지만 견딜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전망은 더욱 어둡다. 특히 통상 3~6개월간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반영되는 국제 곡물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국제 식량가격이 상승하면서 수입산 원재료 가격 인상에 취약한 우리나라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의 세계 식량 가격지수 추이에 따르면 주요 밀 수출국의 수확량이 감소하면서 곡물가격지수는 지난달보다 3.2% 상승한 137.1까지 올랐다. 수입 단가 역시 높아졌다. 지난달 밀(제분용) t당 수입 단가는 344달러로 1년 만에 19.9% 인상됐다. 곡물가격 상승은 내년에도 국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진영화 기자 /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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