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부 주도 금리상한형 주담대…고작 57건 집행 그쳐

입력 2021/12/06 17:31
수정 2021/12/07 05:58
7월 출시 이후 5대 시중은행
누적 가입액 100억도 못 채워
아직까지 가입실적 없는 곳도

기존상품 대비 대출금리 높아
수요자 입장선 매력 못 느껴
상품 확대 기조에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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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상승기에 주택담보대출자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정부 주도로 출시된 '금리상한형 주담대' 상품이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담을 줄여준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이 상품의 실질 이자 부담이 일반 금융권 주담대 상품보다 높아 금융 소비자들이 가입할 이유가 없어서다.

6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금리상한형 주담대가 출시된 지난 7월 15일부터 11월 30일까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이 상품에 가입한 실적은 57건(89억2900만원)으로 집계됐다. 4개월 반 만에 거둔 실적으로는 실망스럽다는 평가다. 특히 5개 은행 중 한 은행에서는 가입 실적이 단 한 건도 없었다.


금리상한형 주담대는 금리 상승 폭을 일정 한도로 제한하는 상품으로, 지난 7월 금융당국 주도 아래 15개 은행에서 일제히 출시됐다. 변동금리 주담대를 이용하는 대출자가 특약 형식으로 가입하면 금리 상승 폭이 연간 0.75%포인트, 5년간 2%포인트 이내로 제한된다. 다만 은행이 금리 리스크를 떠안는 만큼 기존 대출금리에 0.15~0.2%포인트 가산금리가 추가로 붙는다.

은행권에서는 상품 판매가 부진한 이유로 기존 주담대보다 높은 대출금리를 꼽았다. 금리상한형 대출 상품으로 금리 절감 효과를 보려면 특약할 때 붙는 가산금리(0.15~0.2%포인트) 이상 대출금리가 올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기존 변동형 주담대와 혼합형(5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 주담대 대출금리가 더 낮다.

KB국민은행은 이번주 금리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연 3.59~4.79%다. 이 주담대 대출자가 금리상한형으로 갈아타면 여기에 가산금리가 붙어 연 3.79~4.99%가 되고, 이는 혼합형 주담대 금리 연 3.71~4.91%보다 높다.


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상승에 대한 금리 상승 폭을 제한하는 장점이 있으나, 금리 가산이 적용돼 현재 주담대 상품 대비 금리가 높아 고객으로서는 선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금리상한형 주담대가 설정한 대출금리 상한 폭인 연간 0.75%포인트, 5년간 2%포인트까지 실제 금리가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는 금융 소비자들의 전망도 흥행에 실패한 원인으로 거론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상승 폭이 연간 0.75%포인트, 5년간 2%포인트를 넘어설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많다"고 말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리상한형 주담대와 같이 금융당국 주도로 출시된 월 상환액 고정형 주담대 상품 가입 건수도 5대 은행에서 지난 7월 15일부터 11월 30일까지 75건(172억2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상품은 무려 3개 은행에서 가입 실적이 한 건도 없었다.

월 상환액 고정형은 10년간 대출금리 상승 폭을 2%포인트(연간 1%포인트)로 제한해 금리 급상승 때 이자만으로 원금을 초과하는 상황을 방지하는 상품이다. 변동금리 주담대 상품과 비교하면 연 0.2~0.3%포인트 가산금리를 더한 수준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금리 인상 폭 전망도 연간 1%포인트를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가입을 주저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당국이 금리 상승기에 대출자들의 금리 부담 완화 대책으로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금리상한형 주담대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금리상한형 주담대 확대로 이자 상환 부담 완화를 유도한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금리상한형 주담대 흥행을 위해서는 기존 금리 상한 폭이나 가산금리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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