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1년간 5600억 빼갔다"…면대약국 곳간 된 건강보험

입력 2021/12/08 10:28
수정 2021/12/0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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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의 한 국민건강보험 지사. 본 기사와 관련 없음 [매경DB]

면허대여약국(면대 약국)의 불법행위로 국민의 보험료로 조성된 건강보험 재정이 줄줄 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대 약국은 약사법상 약국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약사를 고용해 약사나 비영리법인 명의로 개설·운영하는 불법 약국을 말한다.

8일 건강보험공단의 '면허대여약국 연도별 요양급여 환수 결정 및 징수' 자료에 따르면, 불법 면대 약국에 대한 환수 결정금액은 2010년부터 2021년 6월 말까지 11년 6개월 동안 5601억3100만원에 달했다.

건강보험법은 약사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약사 면허를 대여받아 약국을 운영해 얻은 요양급여는 건강보험공단이 전액 징수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면대 약국이 불법으로 챙긴 요양급여액에 대한 환수 실적은 거의 없다.


실제 이 기간 환수금액은 343억3400만원에 그쳤다. 환수율은 6.13%다.

면대 약국은 불법 사무장병원과 함께 건보재정을 악화시켜 건강보험료 상승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약 조제를 통해 건보공단에서 요양 급여비를 타내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챙긴다. 약국 요양 급여비는 건강보험공단 부담금 70%, 본인 부담금 30%로 구성된다. 약 조제비가 1만원이라면 7000원은 건강보험공단이, 환자는 3000원을 부담한다.

실제 강원 영동지역 대형병원의 설립자 가족들은 2000년 7월 의약분업 이후 병원에서 의약품을 팔 수 없게 되자 직접 병원이 면대 약국을 개설해 16년 동안 운영했다. 그동안 이들은 요양 급여비 명목으로 약 274억원을 부정으로 받았다가 2018년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면대 약국은 의약품 오남용을 조장하고, 특정의료기관에 리베이트를 제공해 특정 의약품만 처방하도록 유도하는 등 국민건강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보공단도 불법 기관 근절을 위해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사권이 없어 계좌추적이나 관련자들을 직접 조사할 수 없는 등 혐의를 입증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건보공단은 특별사법경찰권을 확보해 상시 전담 단속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의 입법을 시도하고 있지만, 매번 국회 반대로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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